듀얼 심 스마트폰, 우리는 필요 없을까?

몇 달 전쯤, SNS의 지인들에게 듀얼 심 카드를 넣는 스마트폰을 우리나라에도 필요한지 가벼운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IT나 모바일 분야에 지식이 많은 지인들이 다수인 터라 이들의 의견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어떤 의견으로 공감대가 만들어질 것인지 조금은 궁금하던 차였다.

질문에 대한 답이나 의견의 방향에 대해 내심 기대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쏠리진 않았다. ‘필요 하다’와 ‘필요 없다’는 의견이 반반씩 갈린 것이다. 물론 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댓글을 남긴 이도 있긴 했으나 대체로 댓글을 단 이용자의 환경을 고려해 남긴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결론을 끌어내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보니 아주 과열된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필요하다는 쪽과 필요 없다는 쪽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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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말기에 두 개의 유심(USIM)을 꽂는 듀얼 심 스마트폰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유럽이나 중국처럼 넓은 지역에 여러 통신 사업자가 혼재한 상황처럼 특수한 통신 환경을 감안해 두 개의 SIM 카드를 넣어 지역을 넘나들 때 생길 수 있는 통신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여러 통신 회사가 있어도 지역적인 장애가 거의 없는 나라에서 듀얼 심 스마트폰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 듀얼 심 스마트폰이 필요 없는 쪽의 의견은 이러한 통신 환경의 특성에 따르고 있다. 즉, 이미 하나의 통신 사업자만 가입하면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이동 통신을 할 수 있는데, 굳이 두 개의 심 카드를 꽂는 스마트폰이 필요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현실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다. 두 개의 심 카드를 꽂아서 쓴다는 이야기는 두 개 의 통신사에 가입해 쓴다는 말이므로 더 많은 통신비가 나간다는 말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이용자들에게 듀얼 심 카드는 오히려 더 많은 통신비를 지출하게 만드는 문제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 범위를 좁혀 보면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지난 해 이미 5천400만 회선을 넘어 섰는데, 이는 우리나라 인구 수 5천40만여명을 기준으로 보면 초과 가입된 것이다. 이동통신을 하지 않는 영유아를 제외한다면 수백만 회선이 이미 초과 가입된 상황으로 짐작할 수 있다. 즉 1인당 2회선 이상을 쓰는 이들이나 기업용 회선 등을 감안하면 이미 2개 이상의 스마트폰을 지닌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듀얼 심 스마트폰에 동조 의견을 낸 이들도 이처럼 특수한 사정을 이야기한다. 업무용이든 개인적으로 불가피하게 두 개 회선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지금은 두 개의 단말기를 모두 갖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말기를 통해 두 개 회선을 모두 쓸 수 있다면 굳이 두 단말기를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듀얼 심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위의 사례는 둘다 어느 정도 현실적인 이유들이 들어 있다. 굳이 두 개 회선을 써야 할 이유가 없는 쪽과 두 개 이상의 회선을 쓰는 이유가 서로 상반된 의견으로 나타난다. 물론 외국에 여행이나 출장을 떠날 때 듀얼 심 카드 스마트폰을 쓰면 기존 회선과 현지 선불 심을 섞어 쓸 수 있는 이로운 점도 있기는 하다. 아마 출장을 자주 나가는 이들에게 이것 역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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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내가 대고 싶은 이유는 이것이 아니다. 복잡한 이통 시장에서 이용자의 선택을 늘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실 지금 우리나라의 이통시장은 그리 단순한 상황은 아니다. 과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로 통하던 이통 3사가 꽉 잡고 있던 시장에서 이제 수많은 알뜰폰 사업자가 참여하는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존 이통사들이 구축한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알뜰폰이 자리를 잡는 데는 기존 통신사업자와 차별화된 요금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본료가 없거나 통신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컨텐츠와 가맹점을 통한 외식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멤버십 제도, 대형 마트를 통한 다양한 이벤트까지 펼치는 등 기존 이통사에 못지 않은 선택할 수 있는 통신 서비스의 폭이 넓어진 상황이다.

이처럼 알뜰폰 사업자들의 공격적인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기존에 쓰던 서비스를 버리고 선뜻 알뜰폰으로 옮겨 타는 것은 쉽지 않다. 이통 3사의 통신 요금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이통3사 서비스를 오랫동안 써온 장기 고객들에겐 그 혜택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비록 많이 이용하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쓰면서 안정감을 주는 기존 이통3사의 서비스와 다양한 멤버십 혜택은 이용자들을 옭아매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은 불안한 알뜰폰 상표의 신뢰도도 선뜻 알뜰폰으로 옮겨타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고민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깊이 생각해봐야 할 점이다. 과감하게 기존 이통3사를 포기하고 알뜰폰으로 옮겨 탈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 것인지 말이다. 지금은 요금에 민감한 이용자들이 먼저 알뜰폰으로 이동했지만, 이러한 이동이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물론 이통3사처럼 더 많은 판촉 비용을 들여서 고객 1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판촉 비용이 늘어나면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점에서 알뜰폰 사업자들에게는 독이 되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장 환경의 변화를 감안해 듀얼 심 스마트폰을 제안하고 싶은 것이다. 즉, 알뜰폰 사업자들이 좀더 저렴한 요금제에 집중하면서 기존 이통3사의 신뢰와 혜택을 유지시키는 방법으로 이용자들의 선택을 바라는 것이다. 물론 충분한 돈과 영업력을 가진 알뜰폰 사업자라면 굳이 이 방법을 선택할 이유를 찾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열된 이동통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된 알뜰폰이 기존 이통사들과 같은 방법의 영업으로 혼탁한 시장으로 변질되면 이용자들은 마음을 닫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용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듀얼 심 스마트폰을 고민해보시라. 이동통신의 선택권을 보장하려 노력할 때 이용자들도 그 마음을 열게 될 테니 말이다.

덧붙임 #

이 글은 KTOA에 기고한 것으로 블로그로 옮기면서 일부 편집이 다를 수 있음.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One Comment

  1. 길나그
    2020년 4월 3일
    Reply

    듀얼심 폰을 쓰고있는데
    진짜 좋아요
    받는거 전용으로해야하는것들은 천원요금대정도로 유지하면서 받기만해도 되구
    알뜰에 반값요금제라는것들 쓰다보면
    폰회선두개가 만원이 안될때도있고..

    등등
    회선6개쓰는데 어찌저찌 총 6만원을 넘지 않네요
    누구들은 하나쓰는데 5만원넘게쓰더라구ㅡ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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