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5일, 미국 운수성(The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산하 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를 읽은 많은 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흔히 드론(Drone)이라 부르는 무인 항공기 체계(Unmanned Aircraft Systems, 이하 UAS)의 상업용 이용에 물꼬를 트는 완화된 규제안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의견 수렴을 시작한다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취미로 이용하는 것과 군사용 UAS를 빼고 물품 배송이나 경비, 수색 같은 이유로 드론을 상업적으로 쓰기 위해선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너무 고집스럽게 문제에만 집착하기보다 실제 현실에서 나타날 문제들을 고민해보자는 계기로 받아일 만한 것이었다.
드론 규제안으로 불리는 이번 지침은 몇 가지 조건을 달고 있다. 일단 무게 25kg 이하의 드론을 152.4m(500피트) 상공에서 시속 161km(100마일) 이하로 운행해야 한다. 더불어 드론 조종 관련 면허를 취득한 만 17세 이상의 조종사가 낮에 눈으로 보이는 곳에서만 운행해야 하고, 비행 제한 구역은 물론 사람 위를 날아다닐 수 없도록 못을 박았다. 조종사는 날씨 상태를 살펴야 하고 난폭하고 부주의한 조종을 해서도 안되며 연방항공청의 임시 비행제한조치도 따라야 한다. 상업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드론 제품에 대해선 강제하진 않지만, 공법(Public Law) 112-95 33조에 따라 취미나 상업적 활용을 위한 안전성 시험을 거치도록 해두었다. 다만 이런 내용의 규제안은 당장 시행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수많은 공청회를 거치면서 더 다듬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업적 이용에 길을 터준 이번 드론 규제안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당연 눈에 띄는 것은 조종사를 필요로 한다는 점일 것이다. 아마존처럼 조종사조차 없는 무인 배송을 준비해왔던 업체들에겐 날벼락이 떨어진 규제안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비행 규정을 숙지하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조종사로 하여금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 안에서 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직은 자동화로 해결할 수 없는 안전을 고려한 조치인 것이다. 낮이라도 드론이 잘 보이지 않는 희뿌연 날씨라면 드론 비행을 중단해야 하는 것이 하나의 예인 것이다. 드론 조종사도 비행 자격을 유지하려면 응시료를 내고 2년마다 필기 시험을 치를 것을 이 규제안에 넣어뒀는데, 혹시 바뀔 수 있는 안전 규정을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흥미롭게도 드론 면허는 우리나라도 이미 시행하는 제도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긴 하나 국토교통부가 지난 해 무인비행장치 조종자 자격증명제를 도입해 드론 조종을 할 수 있는 자격증 발급 업무를 시작했다. 이론만 배우는 미국과 달리 실습이 포함되어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드론을 날려본 이들로부터 실습 20시간을 이수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에 대한 불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해에는 시범적으로 300명을 대상으로 드론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드론 면허를 가진 이들을 새로운 직업군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서 어쩌면 방송이나 감시 분야에서 면허를 가진 드론 조종사를 위한 새로운 직업군이 크게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도 없을 듯하다.
어쨌거나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안전을 위해 드론 조종사의 의무와 역할을 더 강화했으나 그것이 드론의 기술과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멀리까지 물품을 배송하는 상업적 활용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지금부터 낮은 고도의 드론을 날리는 것과 관련된 수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준비해야 할 때라서다. 조종사들이 드론을 잘 날리는 정교한 손기술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드론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예측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드론을 더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술도 병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규제안에서 허용하는 몇 가지 상황만 설정해도 어떤 기술이 필요할 것인지 금세 고민해볼 수 있다. 이를 테면 같은 장소에서 수많은 드론을 동시에 띄워서 어떤 작업할 때를 가정해 보자. 여러 드론들이 비슷한 경로로 비행할 때 생길 수 있는 추돌이나 정면 충돌을 피하는 능력도 길러야 하고, 같은 주파수 안에서 드론의 신호가 혼선을 일으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재주도 넣어야 할 것이다. 드론으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150m 정도로 제한되어 있으니 이 제한고도를 인지하는 방법이나,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라는 꽤 애매한 거리를 최대한 늘릴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물건을 싣고 25kg이라는 무게 제한에 걸리지 않도록 본체의 무게를 줄이면서 비행 능력을 높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드론이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고 현재의 비행 상태를 조종사에게 전달하는 분석 기능과 다양한 데이터를 주고 받는 통신 기술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허술한 듯 보이던 미국의 드론 규제안도 그 안에서 많은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 숨겨진 의도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범위를 좁힌 환경 안에서 드론을 운용하는 데 발생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 해답을 얻는 데 집중한다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이 더 수월해질 수 있을 테니까. 아직 드론은 개발해야 할 것이 많은 분야이고, 기술과 지식, 제도에 얽힌 매듭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출발점에서 이제 막 이륙했을 뿐이다. 매년 10% 안팎으로 추산되는 세계 드론 시장의 성장세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규제안이 타격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상업 시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더 많은 업체의 참여가 예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도 이러한 드론의 세상에서 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제도를 잘 준비하고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 우리 주변에서 날고 있는 드론을 들여다 보면 우리가 가까이 할 수 있는 드론은 거의 없어 보이니 말이다.
덧붙임 #
이 글은 에코노베이션 블로그에 기고한 글을 옮겨 실은 것으로 원본과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음
Be First t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