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CD를 mp3로 바꾸고 있습니다. 위에 보이는 CD들이죠. 2000년 이후에는 거의 CD를 사지 않았는데 그 이전 한 10년 동안 130장 정도 모은 것 같습니다.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닐 겁니다.
CD를 안 사게 된 것은 언제부턴가-소리바다가 이후일 듯– 5천 원 정도만 내면 인터넷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환경적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작 제 취향에 맞지 않는 좀 어려운 음악-사실 귀에 거슬리는-이 너무 많아져 음반을 사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들어서겠지요. 아주 가끔 귀가 편안한 음악이나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살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집할 의미가 있는 음반 위주로 고르고 있습니다. 수집가를 위한 모음집이 대표적이겠네요(그런 의미에서 서태지 15주년 기념 앨범을 못산 게 두고두고 아쉬워요 ㅜ.ㅜ).
그건 그렇고 전에 있던 CD를 mp3로 뽑아내는 이유야 안봐도 비디오일 겁니다. 요즘 CD로 음악 들을 일이 줄어들었으니까요. CD 음악을 들을 곳은 집이 거의 유일한 데, 집에 오래 머물러 있어도 음악을 듣는 데 쓰는 시간은 거의 없더군요. 여기 저기 일보러 다니는 동안 들을 때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있으므로 CD로 그냥 두는 것보다는 MP3 플레이어에 담을 수 있게 변환해 필요한 때 넣고 다니자는 게 이유입니다. 또한 앨범을 찾거나 원하는 음악을 담아 편집 앨범을 만드는 등 데이터를 관리하는 면에서도 CD보다는 좀더 편할 것 같아 mp3로 뜨고 있는 게지요.
CD 리핑은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로 합니다. 아이튠즈는 앨범 표지를 가져올 수 없고, 아이리버 플러스 3는 MP3 리핑을 못해서 결국 원성이 자자한 윈미플로 리핑 합니다. 사실 윈미플을 이용할 때 몇 가지 편한 점이 있긴 한데 앨범의 DB 정보를 끌어와 태그에 붙여주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손이 좀 덜 가기는 하는데, 나중에 가수별로 앨범을 순서대로 정리할 수 있게 태그를 일목요연하게 붙여 놓지 않아 조금은 손봐야 하는 게 성가시긴 합니다.
윈미플을 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앨범 표지를 알아서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그 앨범에 관한 표지가 DB에 등록돼 있다면 말이죠. 허나 여러 CD를 리핑하다보니 20% 정도는 앨범 표지가 없더군요. 결국 CD에 있는 걸 스캔해 수동으로 넣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더군요. 앨범 표지가 없어도 상관은 없지만, 요즘은 앨범 표지가 없으면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둔 음악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MP3 플레이어들도 앨범 표지를 보여주는데, 표지를 보니 그나마 덜 심심해서 좋더라고요.
그런데 음악과 표지는 디지털로 바꿔 병합해 관리할 수 있는데 앨범에 있는 나머지들, 이를 테면 뒤쪽 자켓이나 속지는 따로 스캔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더군요. 문제는 속지나 뒤쪽 자켓은 변환을 일찌감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점인데요. MP3 플레이어에서 앨범 속지처럼 넘겨 볼 수도 없으니 변환하는 데 드는 시간에 비해 만족도가 높지 않은 만큼 굳이 신경써서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앨범을 사면 음악을 들으면서 속지에 있는 사진과 그 안에 담긴 가사, 이 앨범이 내게 오기까지 힘을 보탠 누군가에게 전하는 인삿말 등 읽었는데, 디지털 시대에 있어서 효율성을 이유로 이런 작은 감성들을 포기한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고 안타깝네요. 뭐, 시간이 나면 틈틈히 변환해 놓을 수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 대신 변환 작업을 해줄 테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기술이 빠졌으니 그냥 DB 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겠네요.
제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인간형일지 모른다-그럼에도 디지털만 집중 공략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는-는 생각을 자주 하지만, 모든 환경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무시되거나 생략되는 게 너무 많아 보입니다. 지난 번 하드디스크를 날려 먹었을 때도 사진 때문에 큰 걱정을 했는데, 결국 이러다 감성까지 메말라 버리진 않을까 걱정이네요. 몸이 인간이어도 마음이 굳어버리면 로봇과 다를 건 없을 텐데요.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디지털은 아니겠지요?
이건 어쩔 수 없는 대세지만 안타깝긴 해요..
이번에 iTunes Store가 음악판매 1위를 한 것을 보고 정말 빠르게 진행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미국에서도 이젠 대부분의 사람들은 iTunes Store를 이용하거나 아마존을 이용하고 CD는 안사게 되면 이제는 CD판매점은 조용히 사라지겠네요..
P.S.그나저나 iTunes가 앨범정보를 못가지고 오나요? 리핑하면 잘만 가지고 오던데..제가 아는 것과 다른건가요?
음.. 기술은 빨라지는 데 산업의 대응은 늦고, 소비자 기호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술을 탓하는 게 안쓰러워서 하는 이야기랍니다.
PS : 아. 앨범 정보라 하니 태그로 받아들였군요. 표지랍니다. 그 부분 수정했어요.
후훗 제가 눈이 좋았던 거군요.(퍽)
아이튠즈도 앨범사진을 받아주기는 하지만 일단 iTunes Store Account가 없으면 안되고 또한 그 국가의 앨범들밖에는 지원하지 않죠..<-이것도 덧붙이시면 더 자세할 것 같아용.. 그래서 저는 한국앨범같은 경우는 다 고화질 찾아서 받는데..그걸 보는 한국형들은 저보고 미쳤대요...ㅡ_-;;;
미국에서 발행된 카드를 갖고 있다면 한국에서도 앨범을 받을 수는 있지요. 카드 만들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라는.. ^^
사실 CD도 엄연히 디지털이긴 한데..;;
처음 사서 비닐을 뜯는 그 느낌에서 아날로그의 향수를 느낀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네요
윗분// 추측입니다만 iTunes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으니 한국에서 출시된 앨범에 대한 태그 정보 서비스가 없지 않을까요;; 저는 클래식 음반의 태그 및 앨범 커버를 정리하는데 아이튠즈를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그렇죠. 내재된 기술은 디지털인데 그래도 손으로 만지고 보는 것에서 아날로그의 느낌이 있다는 게 다른 것 같습니다.
아참 태그 정보는 있는데, 앨범 이미지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걸 감수하고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 같군요
그렇죠. 아마도 그렇게 될 듯.. ^^
저는 예전에 WMP를 쓰다가 아이튠즈를 씁니다. 플라시보인지는 몰라도 WMP랑 아이튠즈랑 미묘하게 음질이 차이가 나더군요. 아이튠즈가 더 좋은 느낌. 다만 아이튠즈 계정이 예전에 공짜로 만들어둔게 있긴 한데, 아이튠즈에서 앨범아트를 입히면 아이팟에서만 표시가 되어서;; -_-;
P.S 앨범이미지는 http://www.maniadb.com 가면 많더라구요.
아.. 음질 차이가 있나요? 음질 세팅의 차이가 아니라면 플레이어의 재생 능력에 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 같네요. 아무튼 WMP는 관리 차원에서 그냥 쓰렵니다. 여러 가지 바꾸기도 귀찮아서. ^^
아참. 마니아db 정보 고맙습니다~
사실은 그 감성을 살리는데 또 디지털의 과제이자 화두이기도 하지요.
저도 칫솔님의 감성과 많이 비슷해서 이글에 공감하고 갑니다. ^^
늘 inuit님의 글에 더 많은 공감을 보내고 있는 데요. 그나저나 inuit님처럼 책을 가까이 해야 하는데, 모니터만 가까워지고 있으니 다시 한번 PC 안쓰는 날을 실천해야 할 듯 싶습니다. ^^
iTunes Store에 올라온 Leona Lewis의 Spirit (Deluxe Edition) 오늘은 내 음악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오늘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iTunes Store가 미국내에서 음악판매량 1위가 된 것..
매니아DB 같은 앨범아트를 구할 수 있는 사이트들도 있으니, 한번 이용해보시는 것도..
ㅎㅎ 넵. 윗분께서 알려주셔서 가볼참입니다. 곧 테이프 백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칫솔님 안녕하세요~^^
트랙백 걸어주셔서 찾아왔어요..
저도 제 옛~날 CD 들 리핑하는데..
플레이어가 아이리버꺼라서 아이리버 플러스 쓰다가 딴거로 바꿨어요
은근히 속도도 느린듯하고 해서요..^^
이 인연을 빌어서…..
앞으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ㅎㅎ 네 제이슨소울님 글이 워낙 인기가 많아 댓글은 포기하고 전에 썼던 제 글로 대신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어요~ ^^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견디겠네요..ㅋ’
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디지털로 녹음된 CD에서 아날로그적 향수를 느낀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역시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는 것은 mp3 파일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인 것 같네요.
저도 늘 CD를 사고 만지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CD에 담긴 추억거리나 음반의 내용, 가수 등등.. (그냥 추억거리에 다 속해서 할 말이 없네요.ㅋ’)
게다가 저는 학생 때부터 중고 음반을 주로 구입했었는데..(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 말이죠..ㅠ)
덕분에 이러저러한 사연이 묻은 음반도 있고 그러네요. ^^
하지만, 최근 CD를 구입하는 사람이 적기도 하고..
더군다나 예전 음반에는 가수들이 감사하다는 한마디라도 적곤 하고, 음반 디자인에 상당히 신경을 썼던 것 같은데, 근래에는 가수들의 한마디를 보기도 힘든 것 같고, 자켓도 그저 가수들의 사진들 뿐이 보이지 않더군요. (음반과 관계 없는 사진들..)
그래서 점점 디지털 세상으로 가는 모냥이 씁쓸합니다..
PS. 가장 오른쪽 음반들 중 빨간색의 음반은 아마 박화요비의 2집인가요?? 긴가민가.. 🙂
너무 씁쓸해하지는 마시고, 과거에 모아뒀던 그 노래들을 잘 들어보세요. 요즘 음악보다 100배, 200배 더 좋은 음악으로 느껴질 겁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냥 보물을 묵히고 있을지도 몰라요. 옛날 노래 들으면서 명반, 명곡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니까 요즘 가수들에 대한 아쉬움을 접어도 상관 없을 듯 싶네요.
오른쪽 빨간 케이스는 서태지 앨범입니다. ^^
음반이야기들과 음악이야기들을 보러 가끔씩 들리는 음반수집가님의 블로그에 그동안 수집했던 음반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포스팅을 접하게 되었다.. CD라는 매체가 탄생한지 25년이 되었..
마지막 댓글이 5월이니 엄청난 뒷북이긴 한데 글 내용을 보니 그냥 지나치기가 그래서……
처음 cd가 나왔을 때 깨끗하긴 한데 LP에 비해 소리가 차갑고 무미건조하게 들린다고 비판했던 기억이 나네요. 진짜 아날로그라면 단연 릴테이프와 LP, 그리고 카세트테이프(메탈테이프가 좀 비쌌죠?)
지금은 CD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늘고있지만 저에겐 영원한 추억은 LP와 함께 있답니다. 레코드판…
(온돌방에 유리 두 장 사이에 끼워 휜 레코드판을 납작하게 펴던 기억이 새록새록…)
헛… 추억의 메탈 테이프.. 저는 크롬만으로도 만족했었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