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통화도 제한 없이 할 수 있고, LTE 데이터 용량 걱정 할 필요도 없어요”
이것은 TV에서 흘러나오는 이통사 광고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메시지였다. 그렇다. 일정 요금만 내면 음성 통화도, 문자도, LTE 데이터도 모두 무제한이다. 음성 무제한은 다소 일찍 시작했던 것과 다르게 LTE에선 데이터 무제한이 없을 거라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벌써 퍼주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물론 무제한 이용을 할 수 있는 요금제는 일반적인 것보다는 더 비싸지만, 어차피 그 이상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에겐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틀림 없다.
하지만 그 어떤 제한도 없는 의미를 지닌 진정한 ‘무제한’ 서비스는 아니다. 얼마 전 무제한 요금제의 음성 통화가 실은 과도하게 쓰고 있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차단을 하고 있다는 보도처럼 무조건 무제한은 아닌 것이다. 물론 이통사들의 주장대로 무제한 서비스를 스미싱이나 스팸 용도로 악용하는 일부의 폐해 탓에 차단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일부 탓에 대다수의 선량한 이통 이용자들의 편의가 상실되는 문제의 해결에는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다. 일단 차단한 뒤 불편하면 선량한 통신 이용자라는 것을 가입자에게 입증하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니까. 이렇게 차단할 것이면 애초부터 왜 무제한이라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따지고 보면 보도된 음성 통화만 무제한의 무늬로 덮은 것이 아니다. 모바일 인터넷을 위한 무제한 LTE 데이터 통화도 다양한 조건이 꿈틀대는 조건부 무제한이다. 물론 무제한이라는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무제한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관통하지 않는다. 일단 모든 무제한 LTE 데이터는 무제한이라고 하면서 해당 요금제의 데이터는 한도를 갖고 있다는 점이 의아하면서 흥미롭다. 무제한 LTE 요금제는 이 한도를 넘어서더라도 이용자가 돈을 더 내지 않고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얼핏 보면 기본 데이터 허용량을 초과해 쓰더라도 몇천 원만 더 내면 저속으로라도 계속 데이터를 쓰던 안심 데이터를 통합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안심 데이터 옵션을 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안심 데이터는 느린 속도로 데이터를 내려 받는 데 비해 무제한 LTE 데이터들은 그래도 하루에 최고 속도로 쓸 수 있는 LTE 데이터 허용량을 2GB 가량 넣어 준다. 그러니까 한달 기준으로 매일 2GB씩 더 쓴다면 한 달에 쓸 수 있는 LTE 허용량은 60GB에 이용자가 가입한 무제한 요금제의 기본 LTE 데이터라는 이야기다. 매일 2GB의 LTE 데이터를 다 쓰면 어떻게 되냐고? 그것을 넘어가면 최고 속도가 400Kbps~3Mbps로 제한되어 SNS나 인터넷, 메일을 열어볼 수 있는 속도로 떨어지는 것이다.
무제한 LTE 데이터의 조건을 따지고 들어가면 여기서 끝일 리 없다. 모바일 인터넷 전화를 위한 mVoip은 요금제에 따라 쓸 수 있는 용량이 미리 정해져 있는데, 그 용량이 그리 많다고 보긴 어렵다. 또한 태블릿이나 다른 스마트 장치에서 데이터를 함께 쓰기 위해서 개통된 별도 유심은 이용자가 가입한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기본 용량을 모두 소진하면 더 이상 쓸 수 없다. 그러니까 무제한 LTE 요금제에 가입한 스마트폰에선 매일 2GB의 데이터를 더 쓸 수 있다고 해도 그와 연동된 부가기기들은 이 조건에서 제외된다. 그렇다고 이 장치들에서 데이터를 추가로 쓰게 하는 요금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본 허용량을 이 장치용으로만 할당할 수도 없다. 하나의 요금제로 여러 장치를 쓰려는 이들에게 정말 애매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무제한 데이터 로밍도 ‘무제한’이라는 단어를 달리 해석해야 한다. 무제한 데이터 로밍을 신청해 외국에서 쓰다가 차단 당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이 적어서 그렇지 데이터 로밍도 분명히 차단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데이터 통신이 차단되면 음성만 쓸 수 있을 뿐, 차단된 당일 자정이 지나기 전까지 데이터 작업을 전혀 할 수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무제한 데이터 로밍을 차단하는 것은 국내 이통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현지 이통사가 차단하는 것이다. 국내 이통사와 제휴를 맺은 현지 이통사가 과도하게 데이터를 소모하는 이용자를 막는 것일 뿐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 데이터를 써야 차단하는지 기준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지 이통사의 기준에 따른다는 게 국내의 한 이통사의 설명인데, 나라마다 그 기준은 달라도 대체로 100MB 안팎이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로밍 환경에서 하루 100MB를 쓰는 건 어려운 일이라 생각이 들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소비가 어려운 용량이라 말할 수 없다. 점점 늘어나는 모바일 데이터를 감안하면 말이다.
그래도 무제한 데이터 로밍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서비스를 쓰는 이유는 과도하게 청구된 로밍 비용을 막기 위한 이유가 더 크기 때문이다. 자칫 뒤집어 쓸지도 모를 요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안전 장치로 무제한 데이터 로밍을 선택하는 것일 뿐, 우리나라에서 쓰듯이 정말 외국에 나가 무제한 모바일 인터넷을 즐기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무제한을 재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바로 이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무제한인 듯한 데 무제한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무제한 같아 보여서 헷갈리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용자가 내고 있는 그 돈으로 모든 서비스를 마음대로 쓰도록 가만 놔둘 이통사는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모 이통사 임원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보이지 않는 주파수는 무한정 쓸 수 있는 자원은 아니라고.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이통사끼리 가입자 유치를 위해 무제한 데이터 통화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 전쟁이 들어가면서 내게 했던 푸념이지만, 무한정 자원이 아니라는 그 말만큼은 동의한다. 그 주파수 자원을 아주 잘게 쪼개서 이용자에게 파는 것이 바로 이통사다. 그런 이통사에게 무제한이란 최대한 많이 쓸 수 있는 상품의 다른 의미일 뿐 진짜 무제한을 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무제한의 그림자 속에 온갖 조건을 숨겨 놓은 채 끝까지 모르면 무제한, 알아도 조건부 무제한이일 뿐, 이용자가 생각하는 진짜 무제한은 어디에도 없다.
덧붙임 #
이글은 스마트초이스에 기고한 글로 제목과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음
http://www.smartchoice.or.kr/smc/smartreport/smarttalkview.do?sm_Seq=2609&searchType=tc&searchKeyword=&p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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