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만해도 스마트폰의 화면이 커질 수록 보기는 편해도 한 손에 쥐는 게 불편하다는 것이 5인치 이상의 크기를 가진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도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불편한 진실이라고만 말할 수 없음이 새삼스러운 요즘일 것이다. 5인치 이상의 큰 화면을 채택했음에도 한 손으로 쥘 수 있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더 이상 크다고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월요일 강남역 M스테이지 근처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서 만져 본 팬택의 베가 R3 역시 5.3인치 화면을 채택했음에도 한손으로 쥘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5.3인치 스마트폰
베가 R3를 보자마자 5.3인치의 시원스런 화면이 눈에 확 들어왔다.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 크기 때문에 소문처럼 한 손으로 쥘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의 크기다. 그런데 실제로 잡아 보니 의외로 손에는 무리 없이 잡힌다. 억지로 손바닥을 벌려서 잡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한 손으로 잡을 때 느끼는 불안감도 생각보다는 적다.
큰 화면인데도 한 손 안에 들어오는 이유는 좌우 테두리를 되도록 가늘게 만든 덕분이다. 16:9 비율의 긴 화면을 채택하고 좌우 테두리의 폭을 좁혀 전체의 폭을 줄였고 화면 쪽보다 뒤쪽 덮개 부분의 면적을 좁게 만들어 손바닥에 밀착하는 느낌을 준다. 베가 R3가 얇은 스마트폰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뒤쪽 부분의 모양새 덕분에 큰 제품을 잡을 때 느끼는 부담감은 확실히 덜하다.
그런데 한 손으로 잡는 것과 한 손으로 잡고 쓰는 것은 좀 구분해야 할 듯 하다. 베가 R3를 한 손에 잡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한 손으로 편하게 다룰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베가 R3를 한 손에 쥐고 화면 전환이나 간단한 입력 정도의 조작을 할 수 있지만, 엄지 손가락으로 구석구석 터치하기에는 역시 화면이 너무 큰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일 것이다.
베가 R3만의 재치 넘치는 기능들
베가 R3는 이전의 베가 S5와 비슷한 기능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작은 창을 띄워 최소의 기능을 실행하는 6개의 미니 윈도나 무선으로 TV에서 스마트폰의 영상이나 사진을 감상하는 스마트 링크, 움직이는 사물을 지정하면 그 물체를 따라다니면서 초점을 마추는 오브젝트 트래킹 같은 기능은 베가 R3만의 고유 기능은 아니기에 일단 이 글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어차피 그것을 빼고도 베가 R3는 소개할 또 다른 기능을 담고 있다.
- 텍스트 액션
스마트폰의 수많은 기능이 있지만,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일일이 앱을 실행하는 게 귀찮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정보를 찾기 위해 구글 검색을 알람을 설정하기 위해 알람 앱을 실행하거나 특정 음악을 듣기 위해 음악 앱을 실행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글을 쓸 줄만 알면 이런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필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텍스트 액션이다.
물론 몇 가지 규칙이 있지만, 비교적 간단한 것이어서 쓰는 것은 어렵지 않을 듯하다. 이를 테면 텍스트 액션에서 검색을 하고 싶을 때 ‘강남스타일’이라고 쓴 뒤 ‘?’를 그리면 아래쪽에 검색 버튼이 뜬다. 시간을 입력하면 알람 버튼이 뜨고 ‘강남스타일’ 뒤에 # 버튼을 그려 넣으면 베가R3 안에 있는 강남스타일이라는 제목의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버튼으로 바뀐다. 여기서 관건은 필기 인식률인데, 한글이나 숫자의 필기 인식은 제법이었다. 다만 필기로 실행할 수 있는 규칙의 수가 아직 많지 않은 듯 보였다.
- 베스트 페이스
베가 R3는 1300만 화소의 카메라를 갖고 있지만, 그 제원보다 더 눈길이 갔던 기능이 바로 베스트 페이스다. 베스트 페이스는 말 그대로 얼굴이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저장하는 기능이다. 셔터 버튼을 누른 이후 촬영한 5장 연속 사진 중에서 얼굴이 잘 나온 사진 한장을 골라 저장하는 게 아니라 5장의 사진 속에 있는 얼굴 부위만 비교해 가장 잘 나온 부분을 담는다.
그런데 이 기능이 좀 독특한 이유가 있다. 만약 이 기능을 켜고 여러 사람이 함께 사진을 찍으면 사진에 있는 각 인물마다 얼굴을 따로 확인한 뒤 가장 좋은 표정의 얼굴을 선택할 수 있고 이를 한 장의 사진에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다른 사진에 있는 얼굴들을 조합하는 것임에도 나중에 저장된 사진을 보면 다른 사진에 있던 얼굴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 정도의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저장한다. 물론 많은 사람이 모여서 찍는 단체 사진이라면 이 기능을 제대로 쓰기는 어렵다. 팬택 측에서는 7명까지는 무난하게 베스트 페이스 기능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캔버스 톡
요즘은 무엇을 하더라도 공유하는 시대여서 그런지 캔버스 톡 같은 기능도 재미있게 보인다. 캔버스톡은 주소록에 있는 이용자와 연결한 뒤 서로의 스마트폰 화면에서 메모나 그림을 함께 그리는 기능이다. 캔버스톡으로 연결된 두 스마트폰에는 똑같은 화면이 뜨는데, 이때 어느 한쪽이 글이나 그림을 그리면 그것과 똑같은 화면이 연결된 다른 스마트폰에도 실시간으로 뜬다. 그림이나 사진을 불러와 그 위에 함께 낙서할 수도 있고, 캔버스 톡을 하면서 통화를 할 수도 있다.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주소록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연결하기 때문에 접속 편의성은 높지만, 이 기능은 베가 R3 이용자들끼리만 가능하다. 앞서 출시한 베가 S5 이용자도 쓸 수 있는지 미지수다.
팬택의 이용자만 누릴 수 있는 기능과 팬택이 가는 길
위에서 말한 기능 이외에도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 감정을 넣어서 보여주는 ‘감정 버블 메시지’나 자막 파일이 있는 영상을 보다가 모르는 단어를 터치하면 저절로 한영 사전이 뜨는 등 같은 흥미를 끌만한 기능들이 베가 R3에 제법 많이 들어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재주를 가진 베가 R3와 같은 새 제품은 물론 앞서 출시한 팬택의 제품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기능을 새로운 제품에 반영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물론 이 기능은 대부분 팬택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끼리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들이다.
다른 스마트폰과 호환성이 떨어지는 점에서는 어쩌면 약점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팬택 스마트폰 이용자를 묶을 수 있는 장점 만큼은 뚜렷하다. 그런데 전자의 약점보다 후자의 장점이 팬택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이용자들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휴대폰 시절의 스카이만큼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 온 팬택 베가 스마트폰의 개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잃어버린 개성을 살리면서 팬택만의 색깔을 강조하는 데 있어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기능 만으로 많은 팬의 마음을 얼마나 잡을지 알 수 없지만, 베가 R3처럼 독특한 아이디어를 다듬어 제품에 반영하는 속도를 더 빠르게 가속하면서 이전 이용자를 묶을 수 있는 업그레이드가 이뤄진다면 더 이상 예전의 개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이용자가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들어 있는 제품이 더 많이 나올 것은 분명한 일. 이런 것이 팬택의 방식이라면 이대로 계속 가는 것도 팬택 만의 색깔을 되찾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덧붙임 #
1. 베가 R3의 처리 장치는 쿼드코어 AP인 퀄컴 스냅드래곤 S4 Pro로 지금까지 나온 다른 쿼드코어 AP보다 좋은 처리 성능을 갖고 있다. 또한 램은 2GB, 카메라는 1300만 화소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제품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이 하드웨어의 특징을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성능과 관련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2. 베가 R3의 배터리를 완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분으로 이보다 적은 용량의 다른 스마트폰 배터리보다 충전 시간이 좀더 짧다고 한다.
3. 흰색 베가 R3는 배터리도 흰색으로 처리했다.
4. 베가 R3는 1개의 케이블이 2개로 분기되는 형태여서 스마트폰과 거치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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