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에 따라 도구의 가치는 달라집니다. 같은 칼이라도 강도가 쥐면 흉기, 무사가 쥐면 무기가 되지요. 블로그라는 글쓰기 도구도 마찬가집니다. 블로그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단순한 일기장이 되거나 새로운 매체가 되기도 하고, 때론 장터로 활용될 때도 있지요. 이러한 블로그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크고 작은 수많은 기업들의 담당자들은 매일 고민하면서 여러 사례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예를 수집해야 하는 기업 담당자가 이 글을 읽는다면, 도쿄플래시재팬이 운영하는 블로그는 한번 검토할 만한 대상일 것입니다.
도쿄플래시재팬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국내에 그들의 시계를 거의 볼 수 없는 것도 이유지만, 그 배경에는 똑같은 시계를 대량으로 생산해 판매하는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웹사이트에 올려진 시계를 일정 기간 동안만 주문받고 그 이후에는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길어야 6개월 정도, 인기가 없는 모델은 3개월이면 단종합니다. 그럼에도 도쿄플래시재팬의 웹사이트에는 수십개의 시계가 올려져 있습니다. 제품 진열 기간에 비하면 생각보다 많은 제품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아이디어를 모으는 블로그에 있습니다.
보통 블로그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것이 쉬운 일일 수는 없습니다. 경쟁 회사에서 도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들의 제품을 쉽게 모방하기 힘들어 보이긴 합니다. 시침이 있는 일반적인 시계도 아닐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하는 시계여서 모양만 베낀다고 될 문제는 아니거든요. 완성 제품을 만들기까지 많은 이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제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중에 버려지는 아이디어도 많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소재와 모양이 다른 수많은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어 도쿄플래시재팬을 많은 사람이 근무하는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디자인/마케팅 기반 회사라 정작 본사에 상주한 직원은 4명 뿐입니다. 본사에서는 디자인과 마케팅을 맡고 있고 기술 개발과 물류는 싱가폴에서 맡고 있더군요. 본사에서는 디자인을 가다듬고 싱가폴에서는 제조에 필요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합니다. 결국 도쿄플래시재팬은 하나의 기업이 많은 인력을 두고 해야 할 여러 일들을 블로그를 통해서 해결한 좀 특이한 사례가 아닌가 싶더군요.
결코 규모는 크지 않아도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벤처기업들이 도쿄플래시재팬은 블로그의 활용 사례는 좀더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경영 방식도 함께 고찰해 봐야겠지만, 의무적인 블로그가 아니라 적극적인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내 기업에 도움이 되는 생산성 도구로써 블로그의 가치가 충분함을 보여준 것이니까요. 더구나 다른 나라에 지사 하나 세우지 않고 여러 나라의 이용자가 참여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클 듯 합니다. 도쿄플래시재팬 같은 유형의 기업 블로그들이 우리나라 이용자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지는 모르지만, 블로그에 대한 고정된 개념을 바꾸는 데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시침, 분침을 넣어야 하는 시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이들처럼…
덧붙임 #
도쿄플래시재팬의 시계를 직접 보니 디자인이 강한 반면, 복합적인 기능은 다소 약한 측면이 있습니다. LCD 기술을 활용한 본새만큼은 뛰어나더군요.
살짝 봤는데. 상당히 독특한 제품이 많네요.
너무 독특해서 탈이랄까. 🙂
시계 보는데도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네요. ㅎㅎ
네, 정말 엄청난 집중력이필요한 시계지요. 하지만 독특함이 있어 시선 끌기는 좋더군요. ^^
칫솔님, 리뷰 잘 천천히 읽고, 열심히 보고 갑니다. 멋진 리뷰!
그리고, 위의 가키님, 처음엔 집중력이 필요한 듯 하지만 사실
간단한 원리라서 의외로 쉽답니다. 또 신선한 자극을 뇌와 눈에 주면 좋다고들 하던데요. 하하하.
뇌에 자극.. 헉!
음.. 그래도 일본꺼라는 거부감으로 인해서 한글판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해도 참여율을 그리 높지 않을 느낌이군요 ㅋ
그런 거부감도 있겠지만, 일본 것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네요. 디자인은 전세계 모든 블로거가 보내고 있으니까요.
도쿄플래시 (Tokyo Flash) 라고 들어보셨나요? 플래쉬 컨텐츠 이름같기도 하고 카메라 용품 브랜드같기도 한 이 도쿄플래시라는 곳은 알고보니 꽤 재미있는 곳이더군요. 저도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알게 된 이름인데요. 여러분도 많이 모르실 것이 한국에 많이 알려져있지 않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제품 자체가 워낙 mass 로 파는 것이 아니라 짧게 한정판매 하는 것이라 비슷한 제품 보기도 어려우셨을 겁니다. 도쿄플래시가 뭔가 하면 바로 시계..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요즘 같은 사회에 보기 드문 모습이군요. 많은 사람들이 이 회사를 알아가고 이런 방법으로도 영업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네. 이러한 클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성공한다면 좋은 모범 사례가 될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