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inuit님이 올리신 ‘얼결에 대박난 넷북‘이라는 글에 “밖에서 보면 대박인데 인텔에게는 아톰만한 계륵도 없을 듯 싶다”는 댓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inuit님께서 어떤 고민인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냥 짧게 정리해 볼까 합니다.(사실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만…)
먼저 아래 두 개의 광고를 먼저 봐주세요. 위는 삼보 에버라텍 버디 광고, 아래는 삼성 센스 X360 광고입니다.
두 광고의 차이, 눈치 채셨나요? ^^
두 광고의 시작이 다른 점을 보셨을 겁니다. 네, 인텔 인사이드(센트리노2)가 버디 광고에는 없고 X360에는 붙었지요. 지금 인텔의 입장은 이것으로 대변됩니다. 넷북만큼은 인텔이 나서서 활성화를 이끌지 않습니다. 넷북의 붐을 일으키기 위한 프로모션, 공동 마케팅이라는 것 자체를 하지 않고 업계가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는 형국이지요.
보시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넷북은 TV 광고가 나오지도 않고, 지면 광고를 보기도 쉽지 않을거에요. 삼보처럼 자체적으로 광고하는 것은 예외고요. 온라인 프로모션도 마찬가지. LG 엑스노트 미니 마이크로 사이트도 인텔의 지원이 없으니 인텔 인사이드나 아톰 인사이드 마크를 붙이지 않은 채 운영됩니다. 기술적 지원이야 하겠지만 넷북 업계 전체의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지원은 안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많이 팔아도 수익이 많이 안나서, 또는 시장 자체의 성숙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아톰을 많이 팔수록 이익이 남기는 하겠지만, 다른 플랫폼에 비하면 훨씬 적어 지원 여력이 별로 없다고 하는 것은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일 뿐이고요. 궁극적인 이유는 아톰 기반 넷북으로 인해 종전 센트리노(2)가 가지고 있던 노트북 시장의 영향력이 침해받는 것을 최대한 막자는 의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텔이 아톰을 적극 지원했을 때 센트리노2 중심으로 구축된 노트북 PC 생태계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좀 과장되게 말해 노트북 생태계가 무너지면 인텔은 시장의 리더십을 잃을 위험이 커지고, 노트북 업계 역시 큰 시장을 잃을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AMD나 비아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인텔이 센트리노2와 아톰, 노트북과 넷북의 차이를 말하는 횟수가 늘어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넷북을 노트북과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차단하고 싶은 것이지요. 때문에 센트리노2에 대한 인텔의 지원은 점점 높아져 갑니다. 아직 ‘밑빠진 독에 물붓기’는 아닙니다만, 넷북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움직입니다. 아톰 기반 넷북은 업체에서 알아서 진행하라며 내버려 두고, 센트리노2를 기반으로 하는 노트북 생태계를 공고하게 다지기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지요.
어쩌면 지금 이 시점은 인텔 뿐만 아니라 전체 노트북 업계가 노트북과 넷북의 헤게모니에 빠져든 것일 수도 있고, 관계를 세워 나가는 단순한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 업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혼란을 느끼겠지만, 혼란은 언제나 질서가 잡히고 다시 생태계로 자리잡는 게 이치이니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지켜봤으면 싶네요.
덧붙임 #
1. 인텔이 ‘미니 노트북’ 대신 ‘넷북’이라는 용어를 업계 전체에 관철시키려는 이유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
2. MID는 넷북과 다른 양상을 갖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장,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 인텔은 또다시 엄청난 마케팅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
앗! 그러고 보니 삼보광고에는 인텔 인사이드 마크가 없네요!!
아톰을 쓴 넷북에는 붙어있기는 해요. ^^
그런 의도가 숨어 있었군요. 그런데 업계에서는 미니 노트북으로 가려고 하더군요. LG측도 넷북, 미니 노트북으로 고민하다가 넷북 대신에 미니 노트북으로 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업계 측은 넷북 보다는 미니 노트북이 더 유리한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넷북은 낯설고 미니 노트북은 이해가 쉬워서 그럴거에요. 일단 많이 팔아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쉽게 설득할 수 있는 용어를 쓰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
음.. 분명 노트북과 넷북은 확실히 다른 용도에 사용되는 제품인데 말이죠..
그렇죠. 문제는 그 점을 소비자에게 이해시키는 데 적잖은 돈과 시간을 써야 한다는… ^^
모르고 지나친 부분이네요..음….
사실 몰라도 되는 부분이에요. 업계 이야기라 별로 재미도 없고.. ^^;
듣고 보니 그렇군요.
분명 노트북과 넷북은 다른 용도지만, 넷북이 없을땐 넷북사려고 노트북 샀었는데 넷부기가 나왔으니 좀 점유율이 바뀌긴 했을듯 싶어요,
사실 인텔의 목표는 노트북이나 PC가 있는 사람의 세컨 PC 개념으로 내놓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려면 센트리노2가 자리를 잡은 뒤에 넷북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 시기가 1년 이상 앞당겨진 상황이지요. 나중에 소설 한 편으로 정리해볼께요. ^^
전 개인적으로 인텔의 이런 전략이 맘에 안들어요,.
사실
인텔 Core Duo 가 나온후 6개월 만에 Core 2 Duo 가 나왓거든요. 한마디로 수명 6개월 짜리 코어인거죠.
Core Duo 쓰고 있는 저는 피눈물을 흘릴 정도 였구요,
타이밍 조절을 너무 못하는듯…싶어요,
하방이님이 생각지도 않은 출시로 더 좋은 플랫폼을 선택할 기회를 놓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인 듯 싶네요. 허나 요나 플랫폼은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출현한 것이라 어쩔 수 없긴 했지만, 코어2듀오가 나왔다고 해서 그 순간 단종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 부분은 오해 없으시길~ ^^;
오호 이런 계획들을 갖구 있었군요..
읽고 보니 정말 재미있네요.
그래도 잘만 한다면 1기기를 2기기로 나누었으니 그 만큼 수익률이 있겠죠?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수익률은 제가 점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 ^^
그러나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라는 노트북의 본질은 넷북에 있는 것 같습니다. 높은 성능은 별로 바라지 않는다. 휴대성이 좋으면서 기본적인 일을 할 수 있으면 된다. 거기다 값까지 싸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차라리 고급형 넷북을 늘려서 시장을 세분화시키는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좋은 지적이세요. 다만 사람들이 바라는 휴대성과 값을 잡는데는 성공했는데, 서서히 성능에 대한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면… 여기서 인텔이 어떤 판단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
chitshol님 안녕하세요 댓글을 남기기는 처음이네요. 저는 한국게임산업진흥원 블로그지기 kogia입니다. 2008 지스타 블로거 참가단 모집과 관련해서 칫솔님께 개인적으로 알림 메일을 하나 드리고픈데 어디로 보내면 될까요? 멋진 블로거 칫솔님께서 꼭 참여를 해주셨으면 하는 욕심^^;;에..
메일 알려주시면 따로 알려드리겠지만 블로거 참가단 관련해서는 저희 블로그에 자세히 나와있고요.
그럼 답 기다리겠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블로깅하세요 🙂
kxxxx님 블로그에 댓글 남기지요. ^^
감사합니다! 칫솔님:)
데스크노트를 쓰고있는 저로서는 노트북 시장은 아예 데스크노트와 넷북으로 갈라지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도 드네요.
그냥 이동을 쉽게 하는 데스크탑에 맞먹는 데스크노트와 언제나 휴대를 간편하게 된 넷북으로 말이지요.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데스크노트로 구분짓는 것보다는 데스크톱 PC를 대체하는 성능 좋은 노트북과 넷북으로 조금 확대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아 그 이야기로군요. 넷북이 노트북 잡아 먹을까 노심초사할만 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냅둘수도 없고. 계륵 맞군요. ^^
그런데 요즘 인텔 보면 넷북 끌어안고 가는듯 합니다. 천천히 질질 끌지라도. ^^
버릴 수 있나요? 그래도 자기가 낳은 자식인걸요~ ^^;
인텔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그지 없겠군요 ㅋ
이 모든 게… A모사 때문이라죠? ^^
먼치킨 스펙으로 나온 의외의 물건들로 고생하는 제작사라는 사실에 참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 쥐포스에서도 다음버전 보다 더 좋은 이전 버전(안정화로 인해)으로 인해서
신버전을 일찍 단종 시킨적도 있었으니 말이죠. 인텔에서 센트리노 2를 포기하고 아톰을 밀지 안밀지는
대세가 저전력이냐 고성능이냐라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아.. 센트리노2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추구하는 컴퓨팅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아톰이 저전력 모바일용이라면 센트리노2는 고성능 포터블이라 포지션이 다릅니다. 오해 없으시길.. ^^
오호, 매우 흥미로운 내용 잘 읽고 갑니다. ^^
넵. 흥미로우셨다니 다행이네요. ^^
제가 넷북을 사려 벌써 몇 달째 궁리중인건 칫솔님이 잘 아십니다. Netbook is booming 아수스 EeePC가 나올 때만 해도 장난감 같은 제품 카테고리였는데 지금은 그 폭발력이 매우 큽니다. 대만업체 위주로 전개되던 넷북 시장은 이제 무시 못할 제품군이 되었습니다. 국내의 삼성, LG와 미국 델에 이어, 노트북 종가인 일본 후지쯔, 도시바까지 가세하고 있으니까요. 그와 더불어, 인텔 오텔리니 사장은 연말에 칩셋 공급이 모자랄지 모른다는 행..
저도 미니노트북 명칭에 한 표 던집니다.
얼마전까지 1-2년 시장을 휩쓸었던(?) PMP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죠.
PMP가 할 수 있는 일들과 할 수 없는 일들.
미니노트북(넷북)이 할 수 있는 일들과 할 수 없는 일들.
일반 노트북(서브노트북,노트북,데스크북)이 할 수 있는 일들과 할 수 없는 일들.
어떤 것이 차이가 더 클까요?
당연히 미니노트북에선 노트북에서 하는 일의 거의 대부분을 할 수 있죠.
물론 속도라든지 편의성이 문제가 되지만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미니노트북에서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들은 대부분 서브노트북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ODD의 부재, CPU속도부족으로 인한 엔코딩/디코딩의 느린 속도 및 그로 인한 HD영상 재생문제)
하지만 대부분의 PMP에서 노트북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이 어렵고,
기껏해야 비슷하게 흉내내는 수준인데 그것도 대부분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문서를 읽을 수는 있지만 작성은 하지 못하는 등…)
그나마 윈도우CE를 쓴 경우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다지만 대개 전용어플리케이션으로
완전히 동일한 프로그램을 쓸 수 있는 미니노트북과는 다르죠.
완전히 다른데 겨우 비슷하게만 할 수 있는 것과,
좀 어려움이 따르지만 뭐든지 할 수는 있는 것의 차이.
굳이 넷북이라 따로 부를 필요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노트북엔 없는데 넷북에만 있는 특수기능이라도
있다면 혹시 모를까… 본질적으로 전에 나온 소니 바이오따위의 초소형노트북과 다른 게 없잖아요?
값이 싸다는 아주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지만…^^;
미니 노트북이라는 용어 선택은 사실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소비자는 새로운 노트북 카테고리에 대한 열망보다는 필요에 의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찾으니까요. 어쩌면 미니 노트북은 그러한 바람을 실어줄 수 있는 용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넷북이라는 용어가 비교적 그런 형태의 노트북의 성격을 잘 정의하고 있기도 합니다. 인터넷을 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정도의 성격을 가진 장치라는 뜻으로 이해만 시킨다면 노트북과 차별화된 영역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인텔의 이같은 입장을 업계가 얼마나 동의하느냐가 관건이겠죠. 위의 도아님 댓글처럼 LG도 미니 노트북이라 말하고, 삼성도 미니 노트북이라는 딱지 붙여서 파는데 인텔 혼자서만 넷북이라고 이야기한들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
멋진 글 잘 봤습니다. 🙂
처음 OLPC의 개념이 나왔을 때는 정말 교육용으로만 사용되겠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A모사에서 e월 ee일에 상용 제품을 출시했을때는 서브노트북 시장과 겹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원래 (?) 용도에 맞춰서 구매하고 사용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서브노트북의 대체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더라구요.
제 짧은 생각에는 인텔이 저무는 PC시장에서 커가는 모바일 시장로 눈을 돌리는 중 그 징검다리로 내세운게 넷북이라는 개념인데, 여기서 자기가(또는 기기 제조사 및 소비자들도) 함정에 걸린 것 같습니다. 지금 바로 모바일 시장(MID로 대변되는)으로 뛰어들기에는 전력 소모나 폼팩터의 문제로 힘들 것 같고 넷북을 통해 모바일 시장에 대한 가능성 타진 및 인식의 확대를 꾀하면서 기존의 PC 영역에서 모바일, 임베디드 시장으로까지 확장하려 하였으나 오히려 넷북이 노트북 시장을 잠식하는 형국이 되고 만 것 같습니다.
기기제조업체들이나 소비자들도 일반 노트북보다 싸고 가벼우면서도 인터넷은 물론 간단한 작업도 가능한 넷북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겠죠.
모바일에 대한 포지셔닝은 되었지만 기존 시장과 오버랩이 되는 부분이 어떻게 정리될 지 앞으로 궁금하네요. 🙂
어.. 거의 바로 보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설명을 좀더 드릴께요. ^^
조만간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아래 링크가 관심이 있으실지 모르겠네요. 🙂
http://www.theseminar.co.kr/arm/
아.. ARM의 반격인가요? 기대가 되는데요. ^^; 특별한 일이 없으면 참석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인텔이 ARM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상황이어서 어떤 전략적 이점을 갖고 있는지 들을 수 있는 기회라면 말이죠~ ^^
컴터 광고에 당당당당~~! 하는 인텔 특유의 브랜드 사운드와
인텔마크를 끼워주면 광고비의 일정부분(제가 알기로는 3%)을 인텔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미니노트에는 인텔에서 광고비를 부담할 의사가 없나보네요..
맞습니다. 인텔에서 부담할 뜻이 없는 게지요. 아, 광고비의 비중은 마케팅의 방법, 기업마다 차등되어 있습니다.
이제 모바일 기기의 추세가 소형화 경량화 추세로 가는중에 나온 넷북과 미니 노트북
추후 유저들이 궁극적으로 쓰게될 모바일 디바이스가 넷북이 될건 확실하지만 시기를 잘못탄거같네요…
노트북을 위해 숭고한 희생(아마 심하면 기술자체가 사장 될가능성도….-인텔도 그리 두지 않겠지만요-)
도 할거 같네요…
설마 금세 없어지겠어요? 하지만 변화는 불가피하겠죠.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가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은 없을 듯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