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가까이 두고 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제품이 너무 많다. 서피스 프로4도 그 중 하나다. 서피스 프로3를 1년 넘게 썼던 내가 제품 발표회 자리에서 짧게나마 두 제품을 한 자리에 두고 비교까지 했음에도 두 제품을 다르게 여기지 않은 데는 변화가 거의 없는 겉모습에 홀렸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1년을 가까이 쓰던 서피스 프로3를 한쪽에 접어 두고 리뷰를 위해 잠깐 내게 머무르게 된 서피스 프로4와 보낸 일주일은 서피스 프로를 얼마나 더 훌륭하게 튜닝했는지 알아채는 데 전혀 모자람이 없는 시간이었다. 역시 써보지 않고 알 수 없는 진리를 또 한번 일깨운 서피스 프로4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조용했다
내 곁에 일주일만 머무른 서피스 프로4의 제원은 코어 m3 모델이다. 종전에 쓰던 서피스 프로3가 4세대 코어 i5였던 터라 비슷한 급이라야 제대로 된 비교를 할 듯했는데, 미리 귀띔을 하지 않은 탓에 이 모델이 왔다. 물론 코어 m3 모델을 돌아보는 것도 전혀 의미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프로세서나 램, 저장 공간을 볼 때 애초에 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볼만한 제품은 아니다. 따라서 이 글에는 성능과 관련된 이야기를 생략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해도 ‘혹시나’ 싶은 기대 이상의 결과는 나오지 않아서다. 역시 저전력에 초점을 맞춘 프로세서, 4GB의 램, 128GB의 저장 공간에서 넉넉한 여유보다 한계에 숨이 턱 막히기 마련이다. 참고로 배터리는 720P MKV 동영상 재생 기준으로 6시간까지 버텼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곁을 지킨 코어 m3 버전의 서피스 프로4에 실증을 느끼진 못했다. 아마도 짜증을 돋게 하는 일을 하지 않은 때문일 게다. 서피스 프로3 때 전원 버튼을 누르면서 시작되는 발열과 소음은 코어 m3 버전의 서피스 프로4와 거리가 멀었다. 동영상을 재생할 때도 팬 소음에 짜증났던 이전 세대의 원죄를 완벽하게 지웠다.
들고 싶었다
그 짜증이 사라지니 정말 들고 쓰고 싶은 태블릿PC가 됐다. 이전 세대들도 원래 키보드를 붙일 수 있는 투인원 태블릿이었고 손으로 들고 쓰는 게 더 자연스러워야 하는 제품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첫째와 둘째는 화면비의 균형을 잡는 데 실패했다. 셋째 세대에 와서야 3대 2라는 화면비와 무게의 균형을 잡는 데 성공했으나 문제의 발열과 소음에서 걸렸다.
이전 세대와 똑 같은 화면비를 가진 코어 m3의 서피스 프로4를 잡는 느낌은 거의 비슷하지만, 얼마나 오래 들고 쓸 수 있느냐는 것은 차이가 있다. 무게 때문이 아니다. 오로지 열이 문제였다. 코어 m3의 서피스 프로4에서 더 이상 후끈한 열을 견디는 것은 인내를 시험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화면비를 유지하면서 화면이 살짝 늘린 것도 일주일쯤 쓰니 영향이 있다. 그래 봤자 화면은 0.2인이 더 커졌고 해상도는 2736×1824로 촘촘해 졌을 뿐인데, 다시 서피스 프로3를 보면 이상하리만치 작게 보인다. 착각이 아니다. 그 차이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분명히 확연한 잔상으로 남아 있다. 킥스탠드, 마이크로 SD 카드 리더 등 모든 것은 이전 세대와 똑같지만, 자석식으로 바꿔 본체에 펜을 수납했던 것도 의미있는 변화였고, 이제 서피스 프로3의 불편으로 느껴지고 있다.
쓸 맛이 난다
쓸 맛이 난다는 것은 두 가지 뜻이다. 서피스 펜은 쓸 맛이 나고, 타입 커버에서 글을 쓸 맛이 난다는 거다. 하지만 둘다 기본은 아니다. 펜은 기본 번들, 타입 커버는 선택 품목이다. 따라서 키보드를 사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들겠지만, 결국 쓸 수밖에 없을 게다. 그래도 키보드가 있는 게 더 편한 장치니까.
서피스 프로4의 기본 번들로 따라온 서피스 펜을 화면에 문질러 보니 왠지 익숙하다. 이는 이전 세대의 서피스 펜은 확실히 아니다. 대신 갤럭시 노트3 이후의 펜과 비슷한 느낌이다. 펜의 작동 방식은 다른데 펜의 촉감이 거의 똑같다. 탄력 있는 고무와 비슷한 재질을 펜촉으로 쓰니 태블릿 위에서 움직일 때 조금 끈적끈적하게 들러붙는다. 꾹꾹 눌러 쓰고 펜을 뒤로 돌려 슥슥 문지르니 두껍게 쓴 글자들이 지워진다. 펜 메뉴, 지우개 메뉴를 번갈아가며 쓰는 불편을 없애고 생각대로 작동하는 재주를 더했다.
타입 커버는 기본으로 넣어 주는 키보드가 아니다. 따로 사야할 선택 품목이다. 하지만 이것 없는 서피스 프로4는 상상하기 힘들다. 확실하게 간격을 둔 키들과 따로 추가한 FN 선택키, 더 넓어진 트랙 패드. 이전 세대의 타입 커버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느낌은 좋지만, 새 타입 커버는 그것을 뛰어 넘는다. 그런데 타입 커버가 필요한 이유를 정직하게 말하면 스크린 키보드가 여전히 좋지 않은 것도 이유다. 생산성의 윈도라는 측면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불합리한 환경인 탓에 타입 커버는 필요하다.
윈도 10을 살렸다
윈도 10이 나올 무렵 정말 수많은 특징을 소개했고, 글의 끝에는 항상 이런 당부를 곁들였다. 종전 PC를 윈도 10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모든 기능을 쓰려면 새로운 PC가 필요하다고. 얼굴로 로그인을 하고 키보드를 떼고 붙일 때 태블릿과 데스크톱 모드를 전화하는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장치는 아직 없다고. 이제 서피스 프로4라는, 말할 수 있는 한 제품이 생겼을 뿐이다.
하지만 윈도 10을 살려낸 서피스 프로4라도 여전히 부족한 응용 프로그램의 약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윈도 10의 잘못이야’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는 어쨌든 태블릿 환경에서 윈도 엣지나 원노트 외에 창의적으로 펜을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니까. 윈도 10에는 충실하게 튜닝했지만, 투인원 태블릿이라는 기본 속성을 더 강화하는 데는 조금 소홀했던, 그 점이 안타깝다.
덧붙임 #
- 이 글은 techG와 동시 발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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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15년 12월 2일에 공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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