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 전에 HP 복합기를 하나 테스트한 적이 있습니다. 원래 리뷰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시기를 놓쳐서(?) 리뷰를 올리지 못했지요. 리뷰는 아니지만, 갑자기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어 글로 남겨 봅니다.
당시 테스트했던 복합기는 HP ‘포토스마트 C6380’입니다. 5색 포토 프린팅과 스캔, 복사 기능까지 갖췄고 팩스만 빠졌습니다. 얼핏 보면 여느 복합기와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이 복합기는 무선 랜을 통해 무선 프린팅을 할 수 있는 모델이었습니다. 일단 C6380을 특징을 간단히 정리해 보죠.
지금까지 프린터를 사면 다음의 같은 절차를 써 놓은 설명서가 따라 다녔다. 전원 케이블을 꽂고, 카트리지를 설치한 뒤 USB나 랜 선을 PC와 프린터 단자에 연결한 다음 드라이버를 깐다. 그리고 시험 인쇄. 알듯 말듯한 이야기가 잔뜩 써있는 문서 한 장이 출력되면 써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USB나 랜 선을 꽂는 과정을 건너뛰어도 될 날이 왔다.
HP 포토스마트 C6380(이하 C6380)은 포토 복합기다. 몸뚱이는 하나인데 문서 인쇄, 사진 인화, 스캔, 복사까지 한다. 집에서는 잘 안 쓰는 팩스 기능을 뺐다. 그래도 쓸 재주가 넘친다 싶은데, 무선 인쇄를 곁들여 더 쓰기 편해졌다. 무선 인쇄는 선을 연결하지 않아도 무선 랜을 통해 인쇄하는 것. C6380으로 무선 인쇄를 하려면 집 안에 무선 공유기가 있어야 한다. 없으면 예전처럼 PC에 USB 케이블을 꽂고 설치하면 그만이다.
무선 설정은 약간의 네트워크 지식만 있으면 어렵진 않다. 집에서 쓰는 무선 랜을 찾아서 등록만 해주면 된다. 무선 랜 보안을 해뒀다면 설정은 좀 복잡해진다. C6380에 무선 랜 설정을 마치면 드라이버 설치 프로그램을 실행해 PC에서 네트워크 프린터로 잡아주면 끝. 이렇게 하면 집에서 쓰는 여러 여러 PC에서 프린터를 공유할 수 있어 좋다.
4색도 아니고 6색도 아닌 5색으로 컬러 문서나 사진을 뽑는다. 일반적인 프린트 이용 환경에 맞춰 흑백 잉크는 많이 담고, 컬러 잉크는 좀 적게 담아 놓았다. 분당 인쇄 속도는 31장이지만, 첫 장을 뽑을 때는 깨끗한 잉크를 고르는 시간이 좀 걸려 늦게 출력된다. 복사 속도도 마찬가지. 스캔 성능도 일반 환경에서 쓰기에는 꽤 좋은 편이지만, 무선 랜으로 공유한 상태에서는 PC에 저장할 수 없다.
간단한 것 치고는 좀 길었네요. ^^;
HP C6380은 무선 랜을 통해 복합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일단 공유 설정은 (얼리어답터에게는) 어렵지 않습니다. 복합기에서 무선 랜의 이름(SSID)를 잡아 준 다음 PC에서 드라이버를 깔 때 네트워크 프린터로 잡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인쇄는 잘 됩니다. 꽤 빠르게 문서를 뽑고, 사진도 무난하게 인화합니다.
하지만 고민거리도 있습니다. 이 복합기의 무선 랜 공유가 일방적이기 때문이죠. C6380은 복합기지만 무선 랜으로 공유하면 프린터로만 작동합니다. 그러니까 여러 PC의 공유 프린터로 작동하는 것이죠. 복사는 복합기 앞에 가야만 할 수 있으니 넘어갈 수 있지만, 문서 스캔이나 메모리 카드의 데이터 전송에 이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보통 USB 단자끼리 PC와 복합기를 연결한 상태에서는 복합기에서 스캔한 데이터를 바로 PC에 저장하거나 e-메일로 보내는 옵션이 활성화 됩니다. 하지만 무선 랜으로 연결하면 스캔한 데이터나 메모리 카드의 데이터를 PC로 보내지 못합니다. 네트워크 프린터로 알아채 인쇄를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복합기와 PC가 이러한 데이터를 건네 받을 수 있는 약속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탓이지요.
결국 이 복합기의 능력을 제대로 쓰려면 USB 연결이 필수라는 이야기입니다. 공유 프린터로만 쓸 게 아니라면 말이죠. 복합기 자체는 여러 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지만, 무선 환경에서 그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그 독립성이 제한되는 상황인 셈이지요. 완전한 무선 복합기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무선 랜 인쇄 기능을 없애자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PC 환경을 고려하면 무선 랜 기능은 오히려 넣는 게 바람직해 보입니다. 집에 PC가 늘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직 1대의 PC만 쓰는 집도 많지만, 노트북을 비롯해 넷북, 넷톱 등 필요에 따라 메인 PC 외에 세컨드 PC를 들여놓는 가정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PC들은 대부분 무선 랜을 통해 인터넷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무선 랜의 활용도가 높은 편입니다. 복합기도 그러한 방향을 예측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지만, 복합기답게 무선 네트워크 환경에서 기능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점은 고민거리가 아닐까 싶더군요.
이제 프린터 서버를 내장했던 네트워크 프린터 시절에서 벗어난 발상이 필요한 때입니다. 복합기가 할 수 있는 수많은 기능을 범위 안에 있는 모든 PC에서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업계 표준을 따르는 틀을 깨야 합니다. 지금은 먼저 만들어 내놓는 제품이 업계 표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순간이거든요.
HP는 조만간 터치스마트 웹이라는 새 무선 복합기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복합기가 인터넷에 직접 접속해 다양한 컨텐츠를 인쇄하는 복합기입니다. 더 큰 화면에 조작은 단순화시킨 모델입니다. C6380보다는 확실히 진화한 방식이지만, 지금처럼 일부 기능이 유선에 의지해 작동한다면 그 복합기에 담긴 무선의 의미는 여전히 네트워크 프린터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겁니다. 그것이 무선 복합기라고 불릴만한 자격이 있는지 따져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
덧붙임 #
무선 복합기나 프린터에서 한 가지 더 고민해야 할 문제가 드라이버의 배급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USB만으로 연결하는 다른 프린터와 달리 무선 복합기나 프린터는 여러 PC에 드라이버를 깔아야 작동하는 만큼 좀더 드라이버를 손쉽게 깔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드라이버를 담은 CD가 기본 포함되어 있지만, 넷북처럼 광학 드라이브가 없는 장치들도 많아진 만큼 방법을 방식을 바꾸는 게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딱히 생각하는 것은 USB 메모리에 드라이버를 담고, 이 USB 메모리를 언제든 복합기나 프린터에서 바로 꺼내서 깔 수 있게 하는 것인데요. 이 USB 메모리를 꽂을 수 있는 작은 슬롯과 함께 USB 메모리 단가만 잘 맞추면 실현 불가능한 일도 아닐 듯 여겨집니다만…
잘보고갑니다.
아 복사기 한개 샀는데 먼 선이 복잡한지..
행복한 하루되세여~
앞으로는 전원선 빼고 연결할 선이 없는 장치가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물론 사용자가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는.. ^^
오늘도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가요~행복한 하루되세요^&^
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복합기도 점점 발전하네요. 선 없는 복합기! 저는 정말 선호할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복합기도 정체된 모습을 보였는데, 이제 새로운 환경에 서서히 대비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앞으로 더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해요. 저는 애플의 무선 공유기 에어포트 익스트림 베이스 스테이션에 프린터를 연결하여 무선으로 쓰고 있어요.
무선 지원이 아닌 프린터를 와이파이로 이용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에어포트가 프린터 서버를 대신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편하게 쓰실 것 같네요. ^^ 다만 복합기의 많은 기능을 독립적으로 쓰려면 공유 서버보다는 자체적인 지원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차차 이런 기능도 갖추게 되겠죠~
헐 선이 없다니.. 진짜 끝내주네요!!!
언젠가 컴터 뒤에 모든 선이 다 사라지는 날도 올까요..
그럴거에요. 전원선도 없애버릴 기술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몇 년 안에 완벽한 무선 제품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
아쉬운 점이 있네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제 프린터를 보니 한숨만 나옵니다..ㅋㅋ
한숨은 나와도 두고두고 오래 쓰는 게 돈을 아끼는 거라 생각하시길.. ^^
컴퓨터란 기계가 정말 편리한데 이 놈의 선 때문에… ㅎㅎ
컴퓨터도 완전 무선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한창 연구되고 있는데, 몇 년 안에 실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한 10년쯤 전에 블루투스가 모든 주변기기의 완벽한 무선화를 가능하게 해줄 거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거 무선랜 말고 블루투스 쓰면 양방향으로 데이터 전송이 되지 않을까요? 지식이 부족해서 잘 모르겠네요^^;
블루투스가 너무 느려서요. 데이터 전송에는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다만 UWB와 결합된 블루투스 3.0 시대가 열리면 그때는 가능할 듯 싶어요~ ^^
저희 어머니는 사무용으로 쓰는 프린터가 부루투스+밧데리 내장이라 아무 선도 필요없을 때도 있어요
프린터 모델이…?
캐논사의 무선복합기를 사용중입니다. 팩스까지 되는 놈인데, 모든 기능을 무선랜으로 사용가능합니다. 드라이버만 설치된다면 컴퓨터에서 스캔, 팩스 등의 작업을 지시하는 것도 되고 반대로 프린터에서 컴퓨터 선택해서 스캔보내기 까지 되더군요. 처음에 무선 AP 잡아줄 때 USB로 연결해서 셋팅을 잡아줘야 한다는 거 정도나 불편할까 두번째 컴퓨터 부턴 드라이버만 설치해도 됩니다. 한번 알아보시죠 🙂
따로 알아볼 거 있나요? 겐도님이 모델명만 말씀해 주시면 될 것 같은데요~ ^^
무선 복합기도 요즘 괜찮은가 봅니다.
새로운 소식을 접할수록 어려워지는 문명의 이기입니다.
그러게요. 예전에는 기술이 발전하면 편하다 했는데, 오히려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
오.. 선없으면 정말 좋겠네요.
저희 집 컴퓨터 방은 정말..ㅠ,ㅠ 정신이 없어요.
저도요. 무엇보다 전원선을 관리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ㅜ.ㅜ
eye-fi라고 무선기능이 추가된 메모리카드를 복합기에 삽입하면 스캔도 무선으로 될지 궁금해지는군요^^;
오~ 아이디어인데요. 흠.. 해볼만한 실험인 것 같습니다~ ^^
스캔 데이터를 보내지 못하는 것은 조금 아쉽네요. 생각에는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을것 같은데 말이지요.. ^^
HP 제품만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겐도님이 캐논 제품에서는 아 된다고 하시니… ^^
와 블로그가 멋지네요. 잘 구경하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넷북유저로써 정말 씨디로 설치하는거 너무 불편한것같아요.
프린터기도 블루투스가 가능하면 좋을것같아요.
블루투스가 되는 프린터는 많은 데, 페어링 때문에 잘 안쓰게 되더라고요. ^^
하나 가져봤으면..ㅎㅎ
전 요즘 휴대용 포토 프린터에 관심이.ㅋㅋ
좋은 아침되세요^^
휴대용 포토 프린터는 온라인 인화 때문에 시장이 많이 죽었다죠? 그대로 저 역시 하나 갖고 싶긴 해요. ^^
동영상을 쭈욱 봤는데 흥미롭군요… 솔직히 좋기는 한데 사무실에서는 선만 없으면 좋지만
무선이라고 멀리 가따 놓으면 낭패 ㅋㅋㅋ
적당히 가까운 곳에서 써야죠. 아마 한국에서는 집들이 좁아서 어디엘 가더라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