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주 전이었을 것이다. SBS <정글의 법칙 : 히말라야편> 중 뱅갈 호랑이를 찾으러 떠나는 장면에서 아주 낯익은 디지털 기기가 하나 눈에 띄었다. 아마 디지털 제품에 관심있는 이들은 단박에 그 제품이 무엇인지 알아챘을 것이다. 그것은 소니 DEV-5라는 디지털 쌍안경으로 이 방송에서는 이 제품을 이용해 촬영한 뱅갈 호랑이의 영상이 방영되었다.
소니가 첫 디지털 쌍안경 DEV-5를 내놓은 때가 2011년 가을이었다. 이 디지털 쌍안경은 2D 뿐만 아니라 3D 촬영이 가능했던 야외용 제품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만든 3D 디지털 쌍안경은 처음 시도된 제품의 의미가 강했지만, 상대적인 단점도 만만치 않았다. 큰 덩치와 무게, 그리고 버튼의 배치와 구성도 그 문제점이었지만, 무엇보다 야외용으로 쓰이는 제품인데도 방수와 방진이 되지 않았다. 조금 척박한 환경에서 쓸 때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제품이었던 것이다.
이런저런 문제들을 거의 대부분 고친 후속 제품 DEV-50이 공개된 것은 지난 6월 12일이다. DEV-5를 국내 시판한지 거의 1년 8개월만에 보는 후속 기종인데, 사실 전작의 문제를 말끔하게 다듬어 내놓은 것에 깜짝 놀랐다. 덩치는 몰라보게 줄었고, 덕분에 860g으로 가벼워졌다. 망원경을 편하게 잡은 상태에서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버튼의 위치도 모두 재조정해 놓았고, 제품 제원은 월등히 좋아졌다고 보긴 힘들지만 기능과 화질을 좀더 보강했다. 여기에 하이퍼 게인 모드를 이용하면 뷰파인더의 밝기를 올려 어두운 야간에도 피사체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중 레이어 설계로 먼지와 생활 방수를 할 수 있어 이제는 비가 내리거나 습한 야외에서도 안심하고 쓸 수 있게 됐다. 뷰파인더에 눈이 닿았을 때 화면이 켜지도록 만들어 배터리를 절약하는 세세한 부분도 신경썼다. 단지 배터리를 쓰는 장치이므로 작동 시간의 한계가 있는 것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그런데 DEV-50의 줌 배율에 대한 소니코리아 제품 담당자의 설명이 이날 참석자에게 혼란을 줬다. DEV-50의 줌 배율은 이전 DEV-5보다 좀더 나아진 것은 맞다. 종전 DEV-5가 광학 10배, 디지털 10배 등 총 20배 줌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 DEV-50은 광학 12배, 디지털 13배 등 25배 줌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소니 코리아 제품 담당자는 광학과 디지털 줌에 대한 구분 없이 “25배 줌으로 최대 2.5km의 피사체까지 볼 수 있다”고만 설명했다. 이는 2.5km 밖의 피사체를 볼 수 있다는 말은 맞지만, 광학 줌과 디지털 줌의 선명도 차이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것이어서 참석자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주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참석한 이들 중에 두가지 줌에 대한 차이를 설명하는 글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이유다.
사실 이전 모델은 디지털 줌 구간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점이 있었던 터라 그 점에 대한 보강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궁금했는데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생략됐다. 설명이 시작되기 전 줌 상황에서 화질이 나아진 수준을 물어봐도 좋아진 것 같다는 현장 담당자들의 대답만 있을 뿐, 실제 무엇이 좋아진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이가 없었다. 물론 소니의 디지털 줌은 다른 회사의 디지털 줌에 비하면 선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광학 줌에 버금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눠서 설명하는 것이 옳다. 또한 DEV-50의 가치를 강조하고 싶은 제품 담당자의 욕심은 이해하나 그는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의무부와 줌의 중요성에 따른 화질 측면에서 이 설명이 다뤄졌다면 더 좋았을 게다. 한마디로 DEV-50으로 2.5km 밖의 피사체를 볼 수 있는 것만 강조하기보다 25배 디지털 줌 상황에서 화질 측면에서 이용자가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설명했다면 좀더 쉽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디지털 쌍안경에서 줌과 화질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 첫 부분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인데, 그 설명은 너무 부족했다. 정확한 정보가 빠진 이야기는 어느 순간 오해라는 독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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