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름 막바지에 선보인 RX100 2는 분명 전작보다 많은 기능을 넣었다. 당시 제품 발표회에 나왔던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다.
회전형 화면으로 바꾼 터라 화면쪽만 아주 조금 두꺼워진 것과 전자식 뷰파인더나 스테레오 마이크, 플래시 같은 다양한 액세서리를 꽂을 수 있는 핫슈가 포함되는 등 외형적인 변화도 많아졌다. 더구나 엑스모어가 아닌 엑스모어 R 센서로 바꿔 고감도의 노이즈 억제력을 강화한 데다, NFC와 무선 랜으로 스마트폰을 연결해 원격 촬영과 사진을 공유하는 원터치 쉐어링 기능에 컨트롤링을 돌릴 때마다 정해진 화각으로 조정해 주는 스텝줌, 그리고 영화 느낌이 나는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1080/24P 모드까지 빠짐없이 챙겨넣었다.
소니 RX100 2는 전작에 비해 기능이나 성능 면에서 분명 진화한 것은 맞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후속작이라 할 만큼 인상적인 변화는 없었다. 전작에 컴팩트 디카의 끝판왕이 될 것 같다는 표현은 RX100 2에는 어색했다. 90도 회전형 LCD나 다양한 액세서리를 부착할 수 있긴 했지만, 더 두꺼워진 것에 비해선 쓸모 있는 변화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미지 센서의 성능은 달라졌지만, 렌즈를 비롯한 나머지 특성은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때문에 RX100 2가 RX100의 뒤를 잇는 시리즈이기는 해도 제원과 재주만 넓힌 변형 제품에 불과해 보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에 공개한 세 번째 RX100, RX100 3(RX100 III)는 이제야 RX100의 후속다운 새로움을 담은 듯하다. 앞서 나온 두 제품과 만듦새의 변화는 그리 많아 보이진 않아도 사진을 잘 찍고 편하게 찍기 위한 관점에서 설계를 달리한 때문이다. 더 밝은 렌즈, 180도 회전형 화면, 뷰 파인더 기본 탑재 등 앞서 나온 것과 비교해 일부 기계적인 차별화가 확실히 눈에 띈다.
사실 RX100 3는 24-70mm의 초점거리를 지니고 있는 터라 28-100mm를 가진 종전보다 조금 넓어진 화각보다 줄어든 망원 거리가 불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망원의 렌즈 조리개를 F2.8까지 쓸 수 있을 만큼 밝아진 렌즈는 상대적인 이득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4개의 비구면 렌즈와 1개의 AA(Advanced aspherical) 렌즈를 넣은 이전에 비해 9개의 비구면 렌즈와 3개의 AA 렌즈를 써 해상도를 높이고 왜곡을 개선한 점도 눈에 띈다.
외장형 플래시나 뷰파인더, 마이크 등을 연결했던 핫슈를 제거하는 대신 바운스를 할 수 있는 내장형 플래시의 위치를 옮기고 팝업식 전자식 뷰파인더까지 모두 내장해 더 이상 액세서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180도 회전형 LCD를 넣어 셀카 사진을 찍는 데 한결 편해졌고, ND 필더를 더해 낮 촬영을 위한 필터를 따로 더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RX100 3는 더 넓어진 화각과 짧아진 초점거리 외에 뷰파인더와 180도 회전형 LCD를 모두 넣을 수 있도록 설계를 모두 바꿨지만, 그럼에도 크기는 전과 비교해 늘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작고 가벼운 기본 바디 크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빈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것이 이날 발표를 맡았던 RX100 3의 본사 엔지니어의 설명이었다.
일단 이날 발표된 기술적인 내용을 보면 소니 RX100 III는 망원 같은 일부 능력을 다른 능력과 맞바꾸기는 했지만, 오히려 컴팩트 디카라면 쉽게 포기하는 화질의 문제와 기능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마도 광각과 망원에서 좋은 품질의 사진을 손쉽게 얻고 싶은 이들에게 다른 비교표를 찾기 힘들지 모르는 제품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소니는 RX100 3를 출시하면서도 앞서 나온 제품들도 지속적으로 판매해 선택의 다양성을 유지할 계획이나 가격적인 매력을 유지하는 RX100과 화질까지 다잡은 RX100 3 사이에 낀 RX100 2는 상대적으로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될 듯하다. RX100 3을 중심으로 컴팩트 카메라의 선택지를 소니 스스로 정리해야 하는 점은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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