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또 실패했다. 접속한 인터넷 상점에서 시키는 대로, 화면에 표시한 절차에 따라 하라는 대로 모든 것을 다했음에도 결국 주문을 마칠 수 없었다. 주문까지는 그럭저럭 가능했지만 결제 단계에서 페이게이트 프로그램이 오작동을 반복하며 키보드 입력을 받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으며 거의 한시간 가량을 씨름하다 두손을 들어야만 했다. 결제만 잘 끝냈으면 인터넷 익스플로러, 액티브X가 무슨 문제냐 싶지만, 안되니까 문제인 것이다.
인터넷 상점이 아니면 발품을 팔아야 하는 흔한 부품은 아니기에 결국 다른 곳으로 떠났다. 바로 아마존이다. 알다시피 아마존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몇몇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한마디로 제품을 사려면 외국 장터에 제품을 접속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꺼이 그럴 만하다. 풍부한 제품, 간결한 UI, 결제 편의성을 경험해보면 왜 아마존이 그리운지 안다.
물론 아마존을 통한 제품 구매가 무조건 진리라는 말은 아니다. 아마존이 무조건 싼 것도 아니다. 배송 요금, 세금 등 따져야 할 게 너무 많다. 더구나 배송이 오래 걸린다. 급할 땐 손해다. 사후 관리의 불편함도 있다. 그러니 소모품이나 사후 관리를 거의 포기해도 좋을 정도의 부담이 적은 제품을 고를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감수한다면 많은 제품들이 배송비용을 감안해도 싸다. 우리나라의 수입 제품들이 대체로 그렇고, 쉽게 구하기 힘든 제품들이 그렇다. 무엇보다 결제가 덜 까다롭다. 액티브X를 쓰지 않으니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같은 브라우저를 이용해도 된다.
국내 배송은 최근 배송 대행 업체들의 등장으로 한결 편해졌다. 무게에 따라 배송료가 오르고 150달러 초과 물품에 대한 관세 부가 등 구매자에게 까다로운 절차들도 배송 대행 업체가 일괄로 처리한다. 아마존과 배송 대행을 거쳐 제품을 구하게 되면서 세금과 운송료 절약 방법처럼 어떤 것이 이익이고 불이익이 되는 것쯤은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결국 그런 학습의 반복으로 국내 인터넷 장터보다 아마존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편하게 여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러 번을 반복해도 아마존에서 구매한 제품을 배송 대행을 거쳐 내게 도달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걸리적 거리는 게 없다보니 쇼핑 경험의 차이를 크게 느끼는 것이다. 특히 결제처럼 매우 신중하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아마존은 이용자에게 미루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네 안전은 네가 지켜야 하니 우리의 조건에 맞는 것만 쓰라’는 우리와 이야기가 다르다. 절차적으로 보면 아마존의 쇼핑 경험이 국내 인터넷 장터의 쇼핑 경험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
아마존은 배송이나 시간적인 손해를 보는 외국 구매자들을 위해 아마존 국제 배송(amazon global expedited shipping) 서비스도 시작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지만, 특정 카드를 쓰면 일부 제품에 한해 한시적으로 배송료를 면제한다는 소식이 아마존 마니아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직 아마존은 멀리 있지만, 알게 모르게 한발짝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담긴 아마존에 비하면 우리나라 인터넷 장터는 참 편하게 장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존을 찬양하고 싶어서 내뱉는 불평이 아니라 그냥 아마존을 써보면 너무 많은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결제 절차의 복잡함을 걷어내고 편하게 쓰게끔 아마존이 뒷단에서 했던 수많은 노력들을 연구하고 배울 수는 없는 걸까? 책임은 버리고 돈만 벌고 싶은 쇼핑몰이나 자기 새끼 밥그릇만 챙기는 금융권이나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은 금융 당국의 짬짜미로 쌓은 담벼락을 올라야 하는 이용자의 불편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 무능한 기업과 관계자들에게 교훈을 줄 유일한 방법은 소비자 스스로 떠나는 것이지만, 현실을 볼모로 잡힌 소비자의 선택은 쉽지 않을 게다. 돈은 돈대로 쓰고, 책임은 책임대로 짊어지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불행한 삶을 구원할 방법은 어디에 없는 것인지… 그래서 나는 아마존으로 탈출하고 있는 것인가?
배송대행 서비스는 어떤 회사를 이용하시나요?
주로 쓰는 곳은 몰x일입니다만… ^^
저도 eBay나 아마존을 가끔씩 이용합니다. 예전에 HP TouchPad가 저렴하게 나왔을 때 구매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외국 쇼핑 사이트는 국내 쇼핑 사이트에 비해 결제 시 정말 편하더라구요. 국내 업체들의 분발이 필요해 보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쇼핑몰을 개혁하는 방법은 이용자 스스로가 더 편한 서비스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만… 국내에서 그런 여건을 만드는 게 참 어렵긴 하지요. 아무튼 분발해야 하는것은 맞는 데 무작정 잘하라고 할 수도 없으니 답답합니다…
저도 이번에 게임구매를 아마존으로 처음 해봤는데 좋더라구요 ㅋㅋ
특히 할인율이! ㅋㅋ
음.. 일단 가입도 편하고 activeX 요청없이 카드 결제가 되니 너무 편하네요
아마존을 한번 써보면 우리나라의 결제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되죠. 결국 아마존에서 사는 게 더 낫다는 결론만 남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