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드래곤은 수많은 스마트폰의 처리 장치로 쓰여 온 퀄컴의 프로세서 이름입니다. 퀄컴은 올해 플래그십용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20을 비롯해 중저가 제품군용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공개했지요. 그런데 한 가지 더 눈여겨 봐야 할 프로세서가 나왔습니다.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장치를 위한 스냅드래곤웨어 프로세서지요.
퀄컴이 첫 스냅드래곤웨어 브랜드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웨어 2100을 공개한 것이 지난 12일입니다. 이 프로세서가 나오기 전에 상당 수 스마트워치가 스냅드래곤 400을 탑재했지요. 스냅드래곤 400이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에 최적화된 것은 아니지만, 인텔 아톰이나 삼성이 자체적으로 쓰는 엑시노스 계열을 빼면 달리 선택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찾기 어려웠던 터라 대부분의 제조사에게 남겨진 선택지가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스냅드래곤웨어 2100은 스냅드래곤 400을 대체하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퀄컴도 비교군을 스냅드래곤 400으로 잡았으니까요. 퀄컴에 따르면 스냅드래곤웨어 2100은 스냅드래곤 400보다 패키징 크기를 30% 더 줄였을 뿐만 아니라 배터리 효율도 25% 향상시켰답니다. 더 작은 크기, 더 효율적인 전력 관리 등 그동안 스마트워치에서 지적된 단점을 개선시켰으니 다음 스마트워치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듯합니다. 참고로 스냅드래곤 웨어 2100은 블루투스와 무선 랜만 갖춘 ‘테더드’(Tethered) 버전과 LTE를 통합한 커넥티트(Connected) 버전으로 나뉘어 나올 예정입니다.
퀄컴이 스냅드래곤웨어 2100을 발표했으나 이를 탑재한 제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이 프로세서를 내놓는 지금 이 때가 하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가 열리는 때여서 혹시 지금 MWC에서 관련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아마 이번 MWC에서 퀄컴 스냅드래곤웨어를 넣은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보게 될 가능성은 조금 희박합니다. 퀄컴이 다음 안드로이드웨어를 발표할 즈음에 이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지요.
물론 종전 안드로이드웨어를 얹은 스마트워치를 내놓는 것은 문제가 아니겠지만, 제대로 된 성능과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운영체제에서 다듬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단지 구글이 스냅드래곤웨어만 최적화된 안드로이드웨어를 내놓는 것은 아니긴 해도 지금까지 스냅드래곤 400을 넣은 스마트워치를 만들었던 제조사 입장에서 최적화되지 않은 운영체제를 올린 제품을 내놓는 모험은 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스냅드래곤웨어 2100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새 안드로이드가 발표되기 전까지 종전에 나왔던 제품들은 수명 연장의 기회를 얻게 되겠지요. 지난 CES에서 공개되었던 화웨이의 여성용 스마트워치, 카시오의 야외용 스마트워치 WSD-F10 같은 제품들이 그 대상이 될 겁니다. 물론 금기를 깨고 먼저 발표되는 제품도 없다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제대로 된 능력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른 출시에 욕심을 내는 제조사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MWC에서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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