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는 스팀 전용 게임 PC인 스팀 머신과 함께 스팀 컨트롤러를 함께 공개했다. 스팀을 통해 설치한 PC 게임을 키보드와 마우스 없이 게임 패드 안에서만 다룰 수 있도록 특수하게 설계한 컨트롤러다. 초기 아날로그 스틱 없이 두 개의 터치 패드와 여러 개의 버튼을 넣은 형태로 설계했던 스팀 컨트롤러는 지금 일부 설계를 바꿔서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스팀 컨트롤러를 쓸 일은 없었는데, 스팀 링크를 사는 김에 함께 스팀 컨트롤러도 구매했다. 밸브는 스팀 링크와 스팀 컨트롤러를 세트로 묶어서 팔지 않는다. 둘을 묶어서 천원이라도 깎을 생각 없이 따로 제값 받고 파는 게 좀 야박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밸브도 스팀 링크의 모든 기능을 스팀 컨트롤러에 맞춰 놓았을 듯한 데다 스팀 링크를 다룰 수 있는 컨트롤러의 작동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터라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스팀 컨트롤러는 결코 작은 것도, 그렇다고 어이없게 큰 것도 아니다. 성인에게 대략 맞을 듯한 크기다. 실물은 사진으로 볼 때와 비교해 결코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다. 아마도 정성들여 가공하지 않은 플라스틱 재질이 풍기는 인상이 필터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다른 게임 패드와 다른 두 개의 트랙 패드는 인상적이다. 이 트랙 패드는 각각 방향 버튼과 마우스를 대신한다. 트랙패드를 문지를 때 잔 진동이 일어나 현재 트랙패드를 터치하고 있는 것을 알려준다. 두 트랙 패드 사이에 홈 버튼과 돌아가기, 실행 같은 기능 버튼을 두고 아래쪽에 아날로그 스틱과 버튼이 있어 여느 게임 패드처럼 다룰 수 있는 구조다.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2개의 트리거 버튼 외에도 바닥 쪽에 약지로 누르는 버튼이 숨어 있다. 마우스와 전형적인 게임 패드를 잘 결합한 듯 보인다.
스팀 컨트롤러는 무선으로 작동한다. 다만 블루투스 대신 전용 송수신 동글을 장치에 꽂아야 한다. 스팀 링크와 PC는 이 장치를 PC 주변 장치로 알아채므로 별 문제 없이 쓸 수 있는 반면 USB 동글을 꽂을 단자가 없는 장치에서는 쓸 수 없다. 스팀 컨트롤러는 USB 단자가 있지만, 충전식이 아니다. 바닥 덮개를 열고 AA 크기 건전지를 2개를 꽂아야 한다. 배터리 상태는 스팀 링크에서 지속적으로 체크해서 알려준다. USB 단자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할 때 쓰라고 넣은 것이다. 스팀 링크의 첫 설정을 끝낸 뒤 컨트롤러 펌웨어를 업데이트 하라는 안내문을 보게 됐을 때 비로소 USB 단자의 역할을 알게 될 뿐이다.
스팀 컨트롤러를 쓸 준비를 마친 뒤 스팀 링크를 통해서 데스크톱 화면을 띄우고 마우스 기능을 먼저 확인했다. 오른쪽 트랙 패드에 손가락을 대고 움직여보니 커서의 반응은 마우스만큼 자연스러운 건 아니다. 트랙 패드로 커서를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너무 짧다. 넓은 데스크톱의 끝에서 끝까지 커서를 옮기려면 이 트랙패드를 여러 번 문질러야 했다. 트랙 패드의 감도나 정확도와 연결된 문제겠지만, 일반적인 데스크톱 대용으로 쓰는 용도로는 알맞지 않다.
데스크톱에서 쓰는 용도로는 별로이나 스팀 런처의 큰 화면 모드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스팀 런처와 컨트롤러는 서로 궁합이 잘 맞는 관계라서다. 이를 다루는 것은 크게 불편은 없다. 다만 실제 게임을 했을 때는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조작은 아래쪽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한다. 아날로그 스틱은 제법 다룰만한 데 비해 오른쪽 게임 버튼이 너무 작고 가까이 붙어 있어 버튼을 누를 때 버튼의 위치가 헷갈리고 가끔 옆 버튼에 간섭 받을 때도 있다.
스팀 컨트롤러는 겉보기에 그럴 싸하다. 구성 요소는 다 있으니까. 하지만 XBOX나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에 익숙해 있는 상황이면 편하게 다룰 수 있는 형태는 아니다. 아날로그 스틱이나 기본 버튼의 위치를 조금만 조정해도 좋았을 텐데 많은 의견을 들어도 바꿀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제법 고생한 흔적에 비해서 아주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스팀 링크에 XBOX 360 컨트롤러를 쓰고 있는 상황이 이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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