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것을 아는 아마존과 애플의 태블릿 전략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HD 발표 이후 북미 지역의 미디어 패드 또는 태블릿 시장은 더 활기를 찾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됐다. 북미 미디어 패드 시장의 중심에 서 있던 애플로서는 아마존의 이번 발표로 인해 어느 정도 점유율을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각오해야겠지만, 사실상 이번 발표로 다른 미디어 패드나 태블릿이 북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은 더욱 좁혀진 상태다. 이는 미디어 패드 시장의 규모와 상관 없이 아마존과 애플이 스스로 해야 할 태블릿 비즈니스의 사업 방향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에 기인한다. 단순히 싸거나 비싼 하드웨어의 가격 문제가 아니라 애플과 아마존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태블릿을 사업 전략에 끌어들이고 있는지 그 차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애플 : 비싼 하드웨어를 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지금 판매 중인 애플의 새로운 아이패드(New iPad)의 가격은 최하 499달러(무선 랜, 16GB, 부가세 제외)에 판매하고 있다. 3G가 되는 모델은 629달러다. 저장 공간에 따라 각 모델별로 100달러씩 더 비싸지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모델도 다른 미디어 패드에 비하면 싼편은 아니다. 태블릿 장치를 싸게 팔아야 한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새로운 아이패드는 비싼 값에도 잘 팔리고 있고, 아이폰 판매와 함께 애플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애플과 아마존의 태블릿 전략비싼 아이패드가 잘 팔리는 이유는 애플이 하드웨어를 비싸게 팔기 위한 환경을 잘 만들어 왔다는 데 있다. 애플은 이용자들이 기꺼이 사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외형과 혁신적 이용자 경험을 가진 하드웨어를 내놓는다. 하지만 그런 하드웨어를 반복적으로 구매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단순히 새로운 제원과 외형의 후속 제품을 내놓는 것보다 그것을 이용하는 환경 안에 가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 역할을 맡은 것이 앱스토어다. 앱스토어는 처음 아이패드를 살 때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 요소는 아니며 또한 애플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수익원도 아니지만, 아이패드를 쓰는 동안 필요한 응용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그 정보를 보관해 놓음으로써 이용자의 이탈을 막고 새로 출시되는 아이패드로 꾸준하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한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얻는 이익에 욕심을 내지 않아도 아이패드라는 하드웨어 판매를 통해 충분한 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 : 더 많은 컨텐츠와 상품을 구매하는 환경을 만든다


아마존은 애플과 반대로 미디어 패드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물론 하드웨어 제원이 다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다해도 그 간격이 상당히 넓었는데, 지난 해 발표한 7인치 킨들 파이어는 199달러(듀얼코어, 8GB, 부가세 제외)였다. 킨들 파이어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기는 했어도 코어를 제외한 UI 부분을 아마존 환경에 맞춰 모두 변경한 터라 엄밀히 말하면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품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아마존 패드였다. 그러나 당시에 출시된 다른 안드로이드 패드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파격적인 금액으로 출시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데다, 며칠 전 발표한 킨들 파이어 HD도 화면 해상도를 높이고 더 크게 만들었으면서도 상당히 낮은 가격(7인치 킨들 파이어 HD가 199달러, 8.9인치 킨들 파이어 HD는 299달러)에 책정했다.


애플과 아마존의 태블릿 전략이처럼 싼 판매가는 제조원가와 유통,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했을 때 거의 원가에 가깝거나 약간 손해를 보는 구조지만, 어쨌거나 결론은 하드웨어로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이렇게 싼 값에 하드웨어를 내놓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팔려 나간 수많은 킨들 파이어 HD에서 아마존의 도서, 잡지, 영화, 음악 같은 컨텐츠와 각종 상품의 소비를 늘리려는 계산이다. 하드웨어가 아닌 컨텐츠와 온갖 소비재 상품을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마존 전략이지만, 1년에 79달러의 연회비만 내면 영화와 TV 쇼를 무제한으로 보게 하고 아마존에서 구매하는 모든 상품을 이틀 안에 배송하며 킨들 책을 무료로 빌려볼 수 있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가 더 강하기 때문에 컨텐츠와 상품 구매를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은 아마존을 벗어나기 어렵다.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애플과 아마존


애플과 아마존의 태블릿 전략은 분명 다르다. 사고 싶은 하드웨어를 내놓는 애플, 풍부한 컨텐츠와 다양한 소비재 상품을 팔고 있는 아마존은 스스로 무엇을 통해 수익을 해야하는지 아주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태블릿 전략을 세우고 실행 중이다. 만약 애플이 컨텐츠, 아마존이 하드웨어에 욕심을 냈다면 둘다 성공 가능성은 더 낮았거나 낮춰 봐야할지도 모른다. 이익을 얻기 위해 무엇을 파는 데 집중해야 하는지 두 회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것을 극대화하는 태블릿 전략은 다른 업체가 따라하기란 버겁다. 애플과 아마존과 달리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태블릿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이 너무 많아서다. 구글도, 삼성도 모두 혼란에 빠진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아직도 뭘 팔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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