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을 위한 스마트폰이란…

아마도 한달쯤 지난 듯 싶다. 어머니가 스마트폰이란 것을 쓰게 된 것이. 사실 어머니는 지금 쓰고 있는 것이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저 낡은 휴대폰을 바꾸고 싶다기에, 전화와 문자만 잘 되면 그만이라기에 갖고 있는 것 중 하나를 고르다보니 어쩌다 스마트폰을 드린 것뿐이다.


물론 지금 쓰고 있는 폰은 어머니가 원하던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이전에 쓰던 폰과 똑같은 폰을 원했더랬다. 이전과 똑같아야 한다는 것은 단지 폴더라는 형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익숙해 있는 그 사용성을 그대로 이어가길 원했던 것이다. 휴대폰 덩치나 화면의 넓이는 상관없지만, 화면에 나타나는 메뉴의 순서와 형태, 자판의 배열과 버튼의 위치까지도 똑같은 휴대폰을 바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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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이러한 조건만 놓고 보면 해결책은 무척 간단하다. 예전에 쓰던 그 휴대폰과 똑같은 것으로 사드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제품을 살 수가 없다. 단종된 제품이라서다. 그 후속 제품이 있지만 이전의 사용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확신을 가질 수도 없었다. 경험상 새 제품은 새로운 이용자 경험을 상당히 반영해 출시한다. 결국 이전과 같은 휴대폰을 만나기는 힘든 상황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까다로운 조건은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그 휴대폰을 그대로 쓰고자 하는 욕구 이면에 지인들의 휴대폰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없잖았던 것이다. 물론 이전의 경험에 더 무게를 두었지만,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는 그 무게감도 적을 것 같지는 않았다.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다른 결정을 내려야 했고, 이왕 앞으로 나올 좋은 폰을 쓰시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게 좋을 거라고 설득해 지금의 폰을 드리게 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런데 그 폰을 드리면서 열흘 안에 “이거 못쓰겠다”는 연락이 올거라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확히 일주일 뒤에 너무 어렵다며 하소연을 하신다. 왜 이런 예상이 가능했냐면 스마트폰을 드리려고 이런 저런 기능을 없애고 조작의 복잡함으로 최소화 했는데도 어머니에게는 분명 복잡하고 어렵게 느낄 요소가 너무 많았던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홈 화면의 페이지도 모두 없애고 전화와 문자, 주소록 달랑 3개만 남겨 놨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것이 단순하고 쉬워 보여도 어머니 입장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세 개의 아이콘에 담겨진 세부 기능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직관성이 부족하게 보일 법했다. 통화 버튼도 없고 문자를 주고 받는 과정도 완전히 다르고, 한글 입력 화면마저 다르니 이에 대한 불만이 안나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어머니가 이 스마트폰을 적응하지 못할 거라 걱정하지도 않을 뿐더러 실제로 그 불평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다.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부분조차 다루기 버거운 그 구조에 대해선 곰곰히 생각해볼 문제다. 이는 내가 드린 단말기 뿐만 아니라 어떤 스마트폰을 드려도 앞서 말한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어머니에게는 이전에 쓰시던 것 이외의 다른 경험이 없는 데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이처럼 경험이 전혀 없는 이를 위한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탓이다. 더 단순하게 시작하고 조작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한데 지금은 상당 부분 생략되어 있다. 아무리 친절하게 가르쳐 드린다 해도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가 스스로 쓸 수 있는 환경이 선행되어 있지 않으니 가르치다가 지치고, 배우면서 쓰려는 이도 지치고 짜증나는 일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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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이러한 앱을 모두 쓰는 날이 올거라 믿지만...
요즘 일반 휴대폰은 급격히 줄어들고 반대로 스마트폰의 보급은 급격히 늘고 있는 현상을 보면, 언젠가 어머니와 같은 모든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이 보급될 날이 올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그처럼 어렵게 쓰는 스마트폰을 과연 스마트폰이라 부를 수 있을까? 스마트폰은 사람이 스마트해야 하는 장치라는 말이 진리처럼 들리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다. 그러한 것을 어르신에게 강요하는 스마트폰은 의미가 없다. 어려우면 폴더폰이나 쓰시라고 말할 게 아니라 어르신들도 폼나게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스마트폰을 내놓는 게 도리다. 이제라도 쓰는 이의 수준에 맞춰 변신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스마트함을 연구할 때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0 Comments

  1. 2011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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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박 공감입니다. 서비스던 기기던 일단 무조건 사용 편의성이 좋아야 한다고 봅니다.
    사용하기 쉽고 편한 것이 가장 좋은 것.

    • 칫솔
      2011년 4월 19일
      Reply

      사용하기 쉽고 편한 것이 가장 좋지만, 가장 만들기 어려운 것이기도 합지요~ ^^

  2. 2011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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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폰바꿔드려야 하는데.. .뭘로 해야할지. 고민입니다.

    • 칫솔
      2011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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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고민 많이 했습니다. 결국 적응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

  3. 2011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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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찍히 스마트 폰이라는 것을 쓰면서 느끼는건 가격대 효용비가 그리 좋지 않다는 거죠.
    오히려 필요한건 노트북에서 항상 인터넷을 할 수 있는 3g 모뎀이라던가
    부담없는 가격의 테터링인데 이러한 테터링이 반드시 스마트 폰이어야할 이유는 없으니
    가격만 비싸게 올라버린 스마트폰을 쓸수밖에 없는 구조가 한스러울뿐이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역시 문자는 꾹꾹 눌리는 버튼이 제맛입니다 ㅋ

    • 칫솔
      2011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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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비싼 가격 구조를 깨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으니 머지 않아 성과를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

  4. issacjin
    2011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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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을 자유로이 쓰는 시대는… 지금의 스마트폰 세대가 그나이가 되는 그때가 되서야 도래하는 걸까요….;;; 말씀하신, 모순들에 전적으로 공감이 되네요.

    • 칫솔
      2011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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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50대 이상의 분들 가운데 스마트폰에 대한 열의가 대단한 분들이 많거든요. ^^

  5. 2012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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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요. 저도 200% 공감!
    스마트폰을 가지면 뭔가 스마트한 사람이 되는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까요? ^^
    무튼 저희 시아버지도 은근 내색 (누구도 있더라~ 이런거. ㅋ) 하셔서 국산 제품으로 하나 바꿔드렸는데,
    어려우신지 계속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으. 전 다른 폰을 써서 잘 모르는데요…라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계속 전화하신다는. –; 오래전 와인폰처럼 기본기능에 충실하고 문자가 큰(!) 스맛폰이 나오면 좋겠어요.
    마진이나 이미지 문제라면 보급형 폰이라도 명품 콜라보레이션이나 럭셜한 외관을 만든다던지 하면 좀 고가라도 덥석 사드릴텐데 말이죠.

    • 칫솔
      2012년 5월 12일
      Reply

      아버님의 콜센터가 되셨군요. 저는 어머니께 스마트폰 딱 한번 세팅해 드렸는데, 전화는 그런대로 잘 쓰시더라구요. 큰 문자, 어머니 세대엔 매우 중요하다는 걸 세팅하면서 알았죠. 그나저나 이거 제품에 반영해보고 싶긴 합니다만 언제끔 가능할런지 모르겠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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