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데이터 증가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CD를 MP3로 꾸준하게 변환하고 있는데다, 사진과 HD 핸디캠으로 찍은 영상의 크기가 갑작스레 늘어난 때문입니다. 블로그 포스팅 재료로 쓰는 것도 있고 그냥 기록 차원에서 찍은 것도 있지만, 거의 95% 이상 쓰지 않는 사진들이지요. 그래도 버리지 않습니다. 가끔 이렇게 남긴 자료들 중에 쓸만한 것을 또 꺼내 써야 하거든요.
이러한 데이터를 담아두는 백업용 하드디스크가 있습니다. 250GB 맥스터와 삼성 SATA 하드디스크였지요. 그런데 이런저런 백업 데이터와 함께 넣다보니 벌써 용량이 꽉찬 상황이 되었네요. 용량을 늘릴 이유가 생긴 것이죠. 결국 그 이유를 서둘러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하드디스크의 선택은.. 흠, 뭐랄까요. 언제나 운명을 맞이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어떤 하드디스크를 선택하기에 앞서 신중의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마디로 하드디스크에 담을 데이터의 보존성 때문이지요.
분명 데이터 자체는 무미건조합니다. 컴퓨터가 알아듣는 숫자들의 연속일 뿐이지요. 하지만 그 데이터들이 갖는 의미는 모두 남다릅니다. 우리 뇌엔 분명히 저장되었지만 그것을 그 기억회로가 작동하지 않을 때, 음악과 사진, 영상, 여기에 노력을 통해 모은 데이터들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내는 스위치가 되기에 쉽게 버리지 않고 되도록 오랫동안 보관하길 바란답니다. 물론 블로그도 마찬가지 이유로 운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현실로 돌아와 지금 어떤 하드디스크를 선택하느냐는 고민을 풀어야 합니다. 문제는 보존성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하드디스크는 없다는 점이지요. 현실은 어디까지나 데이터를 쓰고 읽고 옮기는 성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러한 여건이라면 역시 성능 위주로 조건을 설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드디스크 용량, 형태, 회전수, 제조 회사, 버퍼, 회전수, 가격 등 질문은 여전히 많습니다. 그나마 전송 방식이 SATA2로 정리된 덕에 그나마 고민 하나는 덜어낼 수 있었지요. 일단 1TB의 용량에 7200rpm, 8.9cm(3.5인치) 하드디스크로 1차 답안을 만들었습니다.
위 답안을 근거로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1TB 모델만 찾아보니 시게이트, 삼성, 웨스턴디지털, 히다찌에서 11개 모델이 뜨더군요. 싼 것은 11만 원 대, 가장 비싼 게 16만 원이었습니다. 각 특징을 보니 적은 버퍼를 쓴 모델(히타치 데스크스타 7K1000.B 16MB, 웨스턴 디지털 캐비어 그린 8MB와 16MB)이 11~12만 원 초반이더군요. 32MB 버퍼를 지닌 모델(시게이트 7200.12 ST31000528AS, 웨스턴 디지털 캐비어 그린 WD10EADS, 삼성 스핀포인트 HD103UJ/DOM)은 12~13만 원후반 이었습니다. 더 비싼 것은 오래 전 출시된 것 가운데 아직 가격 비교표에서 제외하지 않았거나, 친환경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한 제품이었습니다.
일단 너무 싼 것과 비싼 것을 빼고 보니 시게이트 7200.12 ST31000528AS, 웨스턴 디지털 캐비어 그린 WD10EADS, 삼성 스핀포인트 HD103UJ/DOM 중 하나를 고르면 되겠더군요. 각각 장단점을 하나씩 갖고 있었습니다.
시게이트 바라쿠다 7200.12와 웨스턴 디지털 캐비어 그린 32MB 1TB는 같은 가격대입니다. 시게이트는 거의 모든 조건을 만족하고 있었습니다만, 얼마 전 하드디스크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건으로 약간 꺼림칙했고, 웨스턴 디지털은 친환경 하드디스크라는 장점에도 원판 회전 속도가 좀 떨어지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삼성 스핀포인트 1TB는 AS에 대한 부담은 적으나 13만 원대라 다른 제품보다 비싸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보증 기한이 만료될 때쯤 하드디스크가 맛이 가는 일을 두어번 겪은 뒤로는 쉽게 선택하긴 힘들더군요.
이 셋을 두고 고민한 끝에 고른 것이 시게이트 바라쿠다 7200.12입니다. 그 사건이 있은 뒤에 시게이트에 대한 믿음에 조금 금이 가긴 했지만, 그건 7200.11 때의 이야기인데다 500GB 플래터 두 장을 쓴 12세대 제품이면서 값도 착한 편이라 이것을 고르지 않을 수 없더군요.
도착한 시게이트 7200.12를 PC에 꽂고 포맷을 해보니 역시 윈도에서는 1TB 또는 1000GB가 아닌 931.51GB로 표시됩니다. 1TB는 계산하기 편하게 1000Byte를 1KB로 간주하는 하드디스크 제조사의 계산법에 따른 결과지요. 바이트 단위로 보면 1TB를 넘기는 용량으로 표시됩니다.
HD TUNE으로 간단히 알아본 성능은 아래와 같습니다. 왼쪽이 시게이트 7200.12이고, 오른쪽이 삼성 1TB(HD103UJ, 7200RPM, 32MB)의 읽기 결과입니다. 삼성 1TB가 지난 해에 많이 팔린 다소 구형이라 객관적인 비교는 되지 못하지만, 초당 데이터 전송율이나 접근 시간의 차이를 아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그 아래 파일 벤치마크는 좀더 차이가 많이 납니다. 막대 그래프는 삼성 1TB가 길어 보일지 모르지만, 왼쪽 수치와 함께 비교해보면 시게이트쪽이 더 높습니다.
사실 이 테스트만으로 좋다 나쁘다 결론을 내리기는 이릅니다. 애초부터 성능 좋은 하드디스크를 찾으려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보존성에 대한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좋고 나쁨 역시 얼마나 오래 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시게이트 7200.12의 평균 무고장 시간(MTBF)은 160만 시간. 24시간 내내 돌려도 182년 동안 고장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지만, 하드디스크의 MTBF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사실을 2년 전 카네기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적이 있었지요. 하드디스크가 회전을 시작하고 몇 해가 지나면 평균 오류율의 급격히 증가하는 탓에 10년을 버티기 힘든 것이 보통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앞서 설정했던 여러 구매 조건을 만족 시킨 시게이트 7200.12의 보존성에 대한 결론은 아무래도 한참 뒤에나 낼 수 있을 듯 합니다.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하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7200.12가 부디 오래 버텨서 강한 놈으로 평가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임 #
좀더 현실적인 MTBF를 산출한 뒤, 이를 기반으로 하드디스크 수명 게이지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어? 이거 이벤트 벌써 발표했나요? 5월 중순까진가 하는거 같던데? ^^
엥? 이벤트요? 그건 뭔가요?
어? 나의 착각인가? 어디선가 시게이트 체험단 모집한다고 들었거든요.
헛.. 그래요? 저도 응모해 볼 걸 그랬군요. ㅜ.ㅜ
에고..시게이트에서 1TB 하드 리뷰어 모집했었는데..아깝네요..ㅠㅠ…
그나저나 전 요즘 1.5TB 하드가 땡긴다능…..ㅠ_ㅠ…흐엉엉…ㅠ_ㅠ……Costco에서 현재 109불에 팔고 있어요…ㅠ_ㅠ
시게이트 1.5TB가 109달러라… 우리는 언제쯤 그런 가격에 살 수 있을런지… ㅜ.ㅜ
이거 그대로 써서 응모하시기만 해도 당첨될 것 같은데 말이죠…
저도 딴 건 있는데로 써도 하드는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보통 잔량이 10GB를 넘질 않으니까 말이죠…
확실히 하드디스크의 미덕은 수명과 안정성인 것 같습니다.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나온 저장장치인데다, 속도를 따지기인 이미 물리적인 한계에 도달했으니까 말이죠… 속도가 탐난다면 SSD를 병행해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순전히 게임 로딩속도 때문에 SSD를 생각해볼 정도였으니까요… 아무래도 하드디스크는 랜덤엑세스 속도가 너무 굼떠서 말이죠…
기왕 하드 하나 사는거 아톰 플랫폼으로 간단하게 스토리지서버를 구축해서 활용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헐.. 뭐 이미 리뷰해 버린 걸요. 또 응모하면 또 써야 하니까 그건 귀찮아서… ^^
아무튼 SSD와 병행해서 쓰는 것은 필요할 것 같아요. 말씀한 대로 SSD는 실행용, 하드디스크는 저장용으로 쓴다면 속도와 용량을 둘다 잡을 수 있겠죠.
저도 지난 주에 바리쿠다 1TB 질렀습니다. (250기가로는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보니;;)
얼마나 성능이 좋은지 테스트 한다거나, 타사 제품들과 벤치마킹 할 줄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거슬리는 소음도 없고 굉장히 만족 스럽더군요.
어쨌든 11세대보다 평은 좋은 것 같습니다. =)
11세대는 인식 불량 탓에 실패작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이고요. 저도 소음이나 진동 등이 없는 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
노트북으로는 부족한게 현실이니… 저도 외장쪽으로 질러야 할지 데탑쪽으로 질러야 할지…-ㅁ-;;;
저는 e-SATA와 USB 겸용 랙으로 대신했습니다. ^^
HD Tune 이미지가 매직아이(혹은 3D 안경용) 인줄 알았어요 ㅋㅋ
구글 크롬의 만우절 버전으로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ㅋㅋ
넓직한걸 구매 하셨군요. 저도 얼마전에 WD 640G를 구매해서 잘 사용중이랍니다. 🙂
널찍한 놈이긴 하지만, 이를 채우는 속도가 빨라져서 문제가 아닐까 해요. 그래도 공간이 넉넉해지니 잠시 동안 여유가 생긴 듯 합니다. ^^
음.. 말씀하신 것처럼 시게이트는 그 사건 뒤로는 신뢰성에서 0% 찍고 있습니다.
하드디스크의 생명은 데이터 보존인데..
칫솔님께서 웬디가 아닌 시게이트를 왜 선택하셨는지를 보려고 했는데, 가격과 웬디의 떨어지는 회전 속도가 기준이 되겠네요. @@;;
저도 요즘 250GB(…)에 한계를 느껴서 최소 500GB 정도는 눈여겨 보고 있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웬디만 눈에 보이네요. 😛
그게 당연히 7200.11이었으면 그랬을 텐데, 7200.12라 눈 질끔 감은 거지요. 웬디도 나쁘진 않은데, 요즘 이상하리만치 비싸더군요. ^^
제 컴에 있는 하드만 4개…. 외장하드 1테라 웨스턴 1개…
더웃긴건 아직두 1기가 짜리 하드 2점을 소장중이랍니다 ㅋㅋ 연결하면 폭팔 할지도? ㅎㅎ
하드 큰거 하나 더사서… 하드 갯수좀 줄여야겠습니다…
옛날에 한번 비스타를 깔아봤는데 OS 있는 하드가 IDE 라서 점수가 깍이더군요…
신기하더라구요 @_@ 이제 SATA에다가 윈도우를 깔아줘야겠습니다~~~
이제품을 구입해볼까요 ㅎㅎ
저도 아직 엑박에 들어 있던 8GB 하드가 그대로 있답니다. 지금 꽂아도 돌아가긴 할 듯.
하드 수 줄이시는 건 대 찬성입니다. 에너지 소비가 줄면 지구도 건강해지잖아요~ ^^;
맨위에 덧글을 봤는데 한국은 도대체 얼마길래..^^;;;
지금 12만 원대입니다~
써보고 비교하자! 캐비어그린이 더 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