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달러가 AMD를 삼킨다

오늘이 그날 일지도 모르겠네요. 이전부터 ‘설설’ 끓던 AMD 분사를 공식 발표하는 날 말입니다. 아직 AMD가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오늘이나 빠른 시일 안에 공식 자료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더군요. 이미 ZDnet 코리아가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을 인용해 관련 뉴스를 내보낸 상태입니다. 다른 매체들은 좀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공식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AMD 2개 회사로 쪼개진다 – 황치규 기자
http://www.zdnet.co.kr/news/digital/0,39030978,39173834,00.htm

사실 AMD 분사와 관련해 이미 지난 해 말부터 조심스럽게 소문이 퍼지고 있던 상태였고, 올 여름 새로 자리에 오른 덕 마이어 AMD 최고 경영자의 발언으로 연말쯤 분사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습니다. 덕 마이어 최고 경영자는 수개월 후 대규모 정리해고와 함께 제조 부문을 새로운 소유자에게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지요.다만 연말이 아닌 지금은 조금 이른 시점입니다. 왜 지금인지는 아무래도 공식 자료가 나와 봐야지 알 수 있을 듯 싶네요.

이번에 분사되는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ZDnet 뉴스를 일부 인용하겠습니다.

AMD는 프로세서 설계 부분만 남기고 다른 제조 시설은 아부다비 정부 측과 투자 회사가 만든 조인트 벤처 기업에 매각한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모든 생산 시설을 뜻하는지,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나눠 부분적으로 매각하는지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네요.

이 시기를 골라 AMD 분리를 발표하는 것은 둘째치고, 일단 이 기사에서 말한 아부다비 정부와 관련된 투사 회사들에 대해서만 알아보죠. 이미 지난 해 말 아부다비의 투자 펀드가 AMD 지분의 일부를 사들였습니다. 당시 5억5천만~7억 달러를 투자해 AMD 지분의 8.1%를 취득했었지요. 이 때 앞장섰던 투자사가 무브달라(mubdala) 개발 회사로 아부다비에 본부를 두고 있는 회사입니다. 무브달라는 독립된 펀드 회사지만, 이 회사를 설립한 것이 아부다비 정부입니다. 우리식 표현으로 말하면 공기업인 셈이지요.

아부다비는 아랍 에미레이트 연방(UAE)의 수도입니다. UAE는 원유생산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는 부유한 산유국이지요. 아부다비만 해도 세계 석유 매장량의 1/10을 해당하는 900억 배럴로 추산될 만큼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아부다비 정부는 이처럼 풍부한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기술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번에 AMD에 투자한 것은 무브달라를 포함해 아부다비의 다른 투자사와 연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만큼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지요. 이는 종전 경제의 근간이 된 원유 산업에서 벗어나 기술 중심으로 옮겨가기 위해 필요한 갖가지 첨단 기술을 얻는 데 이 정도는 충분하다고 보는 게 아닌가 합니다.

결국 당장 자금이 부족해 더이상 기술 개발에 여력이 없어 투자를 받아야 하는 AMD에게는 아부다비의 투자 제안에 대해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듯 싶더군요. 자체 제조 시설을 분사시키는 것은 설계를 끝낸 자기 제품을 즉각 만들지 못하는 위험도 따르지만, 관리 비용을 줄이는 한편 향후 경쟁력 높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분사의 중심에 있는 덕 마이어 CEO의 발언이나 AMD에 투자했던 무브달라의 움직으로 보면 이 분사 계획은 제법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온 게 아닐까 합니다. 늘 그렇지만 제조 부문의 규모를 보자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매각이 없으니까요. 2년 전 ATi 인수를 위해 알케미 생산 시설 매각에 이어 가장 큰 규모의 분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뒤 AMD가 시장의 경쟁력을 되찾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지금처럼 실리콘 밸리의 자금줄이 메마르는 상황에서 아부다비의 오일 머니를 뒤집어 쓴 AMD에 대한 부러움도 있겠지만, 어쩌면 위상이 떨어진 슬픈 현실을 더 이상 말하지 않을 날이 왔으면 합니다.

경쟁이 없는 시장, 재미없잖아요. ^^

참고한 글 :
http://news.cnet.com/8301-10784_3-9818987-7.html
http://news.cnet.com/8301-13924_3-9997776-64.html

덧붙임 #

1. 미세 제조 공정 쪽에서는 경쟁이 되려나요? 흠..

2. 그러고 보니 소니도 셀 생산 라인을 도시바에 팔았었지요. 설계와 생산 라인을 분리하는 것이 어쩌면 효율성과 생산성, 수익성을 증대하는 데 하나의 추세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소니의 셀(CELL), 도시바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