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작고 가벼워지는 노트북의 추세와 정반대의 길을 걷는 노트북 부류가 있다. ‘데스크북’ 또는 ‘데스크노트’라 불리는 노트북들은 휴대성과 크기에 대한 개념을 일찌감치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성능과 재주로 재미를 보려는 의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성능은 더 좋고 값싼 PC를 놔두고 왜 노트북의 성능과 재주를 올리는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덩치큰 PC가 거실이나 좁은 공간에서 쓰기 어려운 환경이 존재하는 한 데스크북의 경쟁력은 있다. 더 큰 화면에 더 빠른 CPU, 더 풍부한 램, 차고 넘치는 하드디스크와 수많은 주변 장치를 더해도 공간은 덜 차지하고, 모든 게 한 자리에 있어 관리가 편하고, PC 못지 않은 재주까지 다 갖춘 데스크북은 데스크탑 PC를 쓸 수 없는 곳에서 컴퓨팅을 할 수 있는 색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도 수요는 많지 않아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게 데스크북이다. 기술이나 디자인적 능력을 자랑하고 싶을 때 내놓는 모델이기도 하다보니 업체마다 1년에 잘해야 하나의 모델이 나올 뿐이다. ‘드래곤’이라는 애칭을 가진 ‘HDX’도 고품격 노트북, 또는 데스크북 시장에서 디자인과 기술의 우월성을 뽐내기 위한 상징성이 강하다. 그래도 HDX(HDX9000, 이하 HDX)는 돌아볼만한 구석은 많기는 하다.
HP HDX는 우람하다. 화면과 덩치 어느 쪽에 시선과 관심이 먼저 가는 지는 오십보 백보겠지만, 흔히 보는 30.7cm(12.1인치) 노트북과 비교해보면 탄탄해 보이는 골격만 따져도 두 배 가까이 차이를 느낀다. 물론 큰 이유는 있다. 처음부터 소형화의 꿈을 포기하고 51cm(20.1인치) LCD를 붙여서다. 이 화면은 독특한 힌지 덕분에 바로 눈앞까지 당겨서 볼 수 있어 실제 크기보다 좀더 큰 효과를 낸다. 화면 해상도는 1,680×1,050, 울트라 브라이뷰 코팅 덕분에 영상은 다소 진하게 느껴진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TN 패널인 까닭에 화면을 너무 뒤로 기울이면 색 반전이 일어나는 것과 패널이 너무 크다보니 덮개 무게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포장을 풀었을 때 화면과 본체의 크기에 기울었던 마음을 정리하고 본체를 보니 짙고 반들반들한 덮개 위에 그려진 독특한 문양이 눈에 들어온다. HDX가 드래곤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것은 여기에 새겨진 용 문양 때문. 이 노트북에 중국에서 개발된 까닭에 동양식 용이 노트북 전체를 휘감고 있다(굳이 용의 출신을 따진다면 고대 중국이다). 이 드래곤 상감은 HP가 내놓은 최상위 모델에만 적용하기로 했는데, HDX 외에 다른 모델에는 아직 적용된바 없으니 결과적으로 HDX가 최상위 모델이라는 걸 뜻한다.
크기도 봤고 문양 감상도 할만큼 했으니 HDX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큰 덕분에 뜬 비스타가 제법 시원하다. 너무 가깝게 보니 한 눈에 안들어오는 듯하다. 일단 워드 같은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의 수행 평가는 제꼈다. HDX에 어울리지 않아서. 무작정 배틀 필드 2142부터 깔고 실행했다. 800 모드는 무난히 통과했고 1280모드에 두니 프레임이 좀 떨어지긴 해도 즐길만하다. 모든 그래픽 설정을 중간 이상에 맞춘 상태에도 갑자기 프레임이 떨어져 즐기지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 이상은 조금 문제가 되긴 한다. HDX는 CPU에 따라 네 가지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코어2 듀오 T7500(2.2GHz), 2GB 램, ATi 모빌리티 라데온 HD 2600XT, 하드디스크 300GB, 라이트 스크라이브가 되는 DVD 멀티 드라이브 등을 갖춘 밑에서 두번째 모델이다. 3D 마크 점수는 4166점. 최상위 모델에는 코어 2 익스트림 X7800(2.6GHz)을 꽂아 놓았다.
HDX를 켜자마자 게임을 실행한 이유가 있다. 형태를 보면 짐작하겠지만, 엔터테인먼트에 초점을 맞춘 노트북이어서 가장 버거운 게임부터 살펴본 것이다. 허나 감동은 게임이 아닌 영화 재생에서 받았다. 보통 TV 있고 PS3까지 갖춘 집에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게 미친 짓 같지만, HDX로 보는 것은 절대 미친 짓이 아니다. 대부분은 큰 화면이겠지라 여기겠지만, 땡! 정답은 소리다. HDX에는 4개의 평판 스피커와 1개의 우퍼 스피커가 있다. 여기서 나오는 소리가 정말 장난 아니다. 노트북에서 나오는 소리라 믿을 수 없는 소리다. 스피커는 충분히 제값하고도 남음이 있다.
풀 HDTV에 HDMI 연결한 뒤 보조 디스플레이를 1920×1080으로 설정하면 풀HD로 출력한다. 다만 블루레이 디스크 드라이브를 쓰지 않아 풀 HD를 경험하는 데 어려움이 좀 있다. HDMI의 쓰임새가 좀 애매하다. HDTV 겸용 TV 튜너가 달려 있으므로 TV가 없는 곳에서는 미디어 센터나 퀵플레이에서 고화질 디지털 방송이나 아날로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 윈도 미디어 센터보다는 퀵플레이가 좀더 직관적으로 보인다. 이런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카드형 리모컨으로 다룰 수 있는데, 카드형 리모컨에 뒤로 가기나 프로그램 종료를 하는 버튼이 없다.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조용히 잠자러 간다.
HDX가 즐기기에는 더 없이 좋기는 한데, 사실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먼저 Bloatware가 너무 많아 부팅이 오래 걸리고 작업이 더디다. 시스템과 관련 없는 별의별 쓰레기 프로세스가 너무 많이 뜬다. 빠른 CPU와 풍부한 램만 믿고 너무 까부는 듯 하다. 다른 문제는 소음. 하드디스크의 헤드 소리와 팬 소음이 거슬린다. HDX가 거실 또는 PC를 둘 공간에 놓을 것이라 생각하면 조용한 환경에 맞게 소음 관리를 했어야 했다. 팬과 하드디스크 소음 중 먼저 잡아야 할 것은 하드디스크 소음이다.
아, 키보드는 일반 키보드와 같은 크기다. 숫자 키패드까지 따로 두고도 공간이 남아 리모컨 보관함까지 뒀다. 키보드 위쪽에는 정전기 방식의 터치 버튼이 있다. 소리 크기를 조절할 때, 광학 드라이브에서 디스크를 뺄 때 편하다. 그런데 키보드가 왼쪽이 아니라 중간으로 자리를 옮겨 놓으니 약간 적응이 안된다. 키보드 왼쪽에 리모컨을 두는 공간이 있는데, 그 부분부터 키보드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A를 눌러야 할 때 caps lock을 누르곤 한다. 약간 바뀐 것일 뿐인데 이용 습관까지 영향을 받을 줄은 몰랐다.
무선 랜이나 블루투스, USB 단자, 메모리 카드 리더, 익스프레스카드/54 슬롯, 지문 인식기, 웹캠에 관한 이야기는 대충 패스한다. 그냥 쓰는 데 불편 없는 정도로 얼버무려도 데스크북계의 큰 형님에 관해서 알아야 할 이야기는 다 했으니까. HDX를 요약하면 힘 있고(처리 능력), 큰 소리도 잘 치고(사운드), 강렬한 카리스마에(용 문양) 놀기도 잘하지만(엔터테인먼트), 둔하고 일만 벌려 놓는 ‘쫄다구'(bloatware)와 체신머리 없는 수다(방열팬/하드디스크 소음)가 그 체통을 조금 깎는다고나 할까.
CPU 인텔 코어 2 듀오 T7300(2.0GHz, 4MB L2 캐시, 800MHz FSB)
인텔 코어 2 듀오 인텔 코어 2 듀오 T7500(2.20GHz, 4MB L2 캐시, 800MHz FSB)
인텔 코어 2 듀오 T7700(2.40GHz, 4MB L2 캐시, 800MHz FSB)
인텔 코어 2 익스트림 X7800(2.6GHz, 4MB L2 캐시, 800MHz FSB)
운영체제 정품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 또는 윈도 비스타 얼티밋 64비트 에디션
칩셋 인텔 PM965
그래픽 ATi 모빌리티 라데온 HD 2600 XT
디스플레이 51cm WSXGA+ 고화질(HD) HP 울트라 브라이트뷰(Ultra Brightview) 와이드스크린 디스플레이(1680×1050)
램 2GB 또는 4GB(듀얼 채널 메모리 지원)
하드디스크 듀얼 하드 드라이브 구성으로 최대 500GB; 380GB, 320GB, 280GB, 240GB
광학 드라이브 Super MuIti DVD±R/RW 더블 레이어 이중 지원; 라이트스크라이브 SuperMuIti 8X DVD±RW(더블 레이어 지원)
외장 카드 확장 익스프레스카드/54 슬롯 1개(익스프레스카드/34도 지원)
미디어 카드 통합형 5-in-1 디지털 미디어 리더(SD 카드, 멀티미디어 카드, 메모리 스틱, 메모리 스틱 프로, xD 픽처 카드)
네트워크/무선 연결 통합형 10/100/1000 기가비트 이더넷 LAN(RJ45 커넥터); 인텔 PRO/Wireless 3945ABG 네트워크 연결 및 블루투스 또는 인텔 PRO/Wireless 4965AGN 네트워크 연결 및 블루투스
입출력 단자 켄싱턴® 잠금 장치; USB 2.0 4개; HDMI; E-SATA; VGA; RJ-45; TV 출력(S-비디오); 헤드폰 출력 2개; 마이크 입력; IEEE 1394; 컨수머 IR; 마이크 통합형 HP 파빌리온 웹캠; 기본 외장 스피커 구성 포트(사이드, 리어, 센터/서브, 프런트); HP HDTV/Hybrid TV 튜너 내장
오디오 알텍랜싱 스피커(패널 장착형 4개와 HP 트리플 베이스 리플렉스 서브우퍼 1개를 통해 최대 7.1 채널 외장 스피커 구성 지원)
키보드/터치패드 101키 호환; 스크롤 바 및 통합형 숫자 키패드가 포함된 노트북 키보드; 빠른 실행 버튼 3개; 온/오프 버튼 및 전용 수직 상/하 스크롤 패드가 포함된 터치패드
배터리 9셀 리튬 이온
크기/무게(배터리 포함) 47.5×33.95×5.85cm/최저 7.05kg
문의 한국HP www.hp.co.kr
제목보고 마이 웃었어요…ㅋㅋㅋㅋㅋㅋ
소리가 그렇게 좋다니.. Bose Companion 5 듣는 기분인가요? ㅎㅎ 저번에 Bose매장에서 듣고 뿅가버렸는데..ㅎㅎ
보스 컴패니언 5는 들어 본 바가 없지만, 이제까지 들었던 노트북 스피커와 차원은 다르답니다~ ^^
겉모습만 노트북으로 위장했을 뿐 아예 배터리조차 없는 데스크북도 팔리고 있다죠. 참 재밌는 세상이에요.
S사 말씀이군요. 나름 일체형 시장을 본 것 같은데, 디자인이나 성능 모두 뒤떨어진 듯 보였습니다.
어 그렇지 않아도 지금 데스크북 종류도 검토중인데.. 좀전에 삼성 제품 보고 왔거든요.
아주 가벼운 랩탑 아니면 데스크북 계열을 생각하고 있어요.
뽐뿌질이십니다. ^^
한 일주일 정도 빌려서 살펴봤습니다. 소음만 아니면 inuit님께 추천 드리고픈 물건이긴 합니다. ^^
흐미 소음.. >,.<
집에서 쓸 때 소음만큼은 참기 어렵더라고요. ^^ 아. 오늘 소니에서 보도자료가 왔습니다. 22인치 벽걸이형 바이오 보드 PC가 나왔다는데 값은 220만 원이라고 합니다만… -.ㅡㅋ
휴대성은 거의 필요가 없으니 배터리의 존재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리모컨과 터치 버튼은 브랜드 PC라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네요. BloatWare도…
그래도 집안에서 노트북을 옮겨야 할 때를 고려하면 배터리가 있는 게 낫긴 합니다. 특히 정전에 대비할 수 있잖아요. ^^
내일 오실때 햅틱폰 가지고 오실 껀가요??
넵. 내일 뵙지요. ^^
HP에서 이런 디자인이 나올수 있다는 것과
값이 엄청나게 비쌀 거라는 확신
(근데 HP제품 대부분은 싸기에..)
엄청까지는 아니어도 많이 비싼 건 사실이지요. ^^
(미국에서는 블루레이 디스크 버전이 나왔다고 하더군요.)
이런제품이 은근히 많이 팔려요
특히 고위직 간부님들 데탑 넣어 드리면 요즘세상에 데탑 누가쓰냐고 노트북 가져 오라는데
또 액정 조그마한거 가져가면 안보인다고 큰거 가져오라고 하고
팔리니깐 이런 제품도 만들죠
하긴… 나이드신 분들은 화면과 글자가 모두 큰 것을 많이 바라시더군요. ^^
ukmusic님의 댓글이 일리가 있네요. 물론 집안이나 사무실에 아에 두고 쓰면서 ‘정 필요하면 들고 다닐 수도(?) 있다’고 외치는 제품이긴 하지만, 고위 간부들에게는 괜찮겠군요. 사실 저 정도 나이대 사람들이나 작은 크기, 휴대성 찾지 그 나이 분들은 노트북 들고 다닐 생각은 아예 없으니까. 뭐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근데 제 이름으로 mindfree를 쓰니까 ‘차단된 이름’이라고 하네요. 왜 그런걸까요?
하기야 노트북도 눈 앞까지 당겨 놓을 수 있으니 더 크고 뽀대나 보이지 않을까 하네요. ^^
아.. 마인드프리님. 죄송해요. 전에 스팸이 쏟아졌을 때 거부 문자로 등록해서 그런가봐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