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파이와 이동통신서비스의 반가움에 대하여…

지난 해 구글은 프로젝트 파이라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서 서비스하는 MVNO 사업인데, 이른바 우리나라의 알뜰폰 사업과 비슷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알뜰폰과 똑같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프로젝트 파이의 핵심은 단순히 망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서다. 무선 랜을 음성과 데이터를 위한 망으로 인정하고 이통망과 무선 랜의 자연스러운 전환을 할 수 있는 기술의 적용과 이용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것에 있다. 그러니까 누구나 부담 없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구글의 서비스를 더 유용하게 쓰려고 만든 것이다. 애초에 통신으로 돈을 벌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프로젝트 파이가 가진 의미에 대해서 이곳에서 한차례 다룬 바 있긴 하다. 단지 우리나라에서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 같은 서비스를 하기 힘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구글이 프로젝트 파이를 시작했을 때 대부분은 이 서비스를 내놓은 맥락을 전혀 이해하기보다 알뜰폰의 관점에서 우리의 통신 비용이 더 싸니까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논리를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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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프로젝트 파이의 이야기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구글 프로젝트 파이에 가입한 뒤 한국을 찾은 지인을 통해 해당 서비스에 대해 좀더 자세한 이용 경험을 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프로젝트 파이가 기술적인 특징이나 정책적 측면에서 설명을 했지만, 이번에는 이용자 입장에서 생생한 증언(?)을 들었던 것이다. 그의 한마디로 이런 서비스는 미국에서조차 본적이 없더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통신사에서도 볼 수 없던 편의성 측면에서 너무 만족할 수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그에게 어떤 부분에서 만족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말없이 프로젝트 파이를 쓰기 위해 구입한 넥서스 6P를 꺼내 관리자 앱 하나를 실행해서 보여줬다. 프로젝트 파이 앱의 인터페이스와 메뉴를 몇 번 오간 뒤에 왜 그가 이 서비스에 만족했는지 곧바로 이해했다. 적어도 기존의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업자의 시각이 얼마나 다른지, 또한 그것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 분석이 필요했다.

프로젝트 파이 앱을 여니 지금 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이용자의 상태가 곧바로 표시됐다. 그는 미국 거주자였고 한국에 와 있는 상태였던 터라 로밍 중일 수밖에 없었는데, 흥미롭게도 이 앱은 이용자가 지금 한국에서 로밍 서비스를 쓰고 있다는 것을 단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현재 위치 정보에 따른 통신 서비스 정보를 표시하고 있었다. 첫 화면만 보더라도 온갖 잡다한 정보를 늘어 놓기만 하는 우리나라의 이통사 앱과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또한 각종 통신 서비스를 켜고 끄는 게 너무 쉽게 설계되어 있다. 요금제 변경은 물론 착발신 서비스를 비롯해 알림 기능을 켜고 끄는 모든 설정을 메뉴에서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간단히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메뉴가 이해되지 않으면 고객 센터에 전화나 메일로 문의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까닭이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깔끔하게 만들었다. 실수로 설정을 바꾸더라도 다시 원래대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는 이 서비스를 쓰면서 어떤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다루기 쉽고 보기 좋은 그래픽 인터페이스에만 놀란 것은 아니다. 사실 나는 그가 비싼 로밍 상태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써야 하기에 엄청난 로밍 비용을 걱정하고 있을 거라고 여겼다. 프로젝트 파이는 미국 내에서만 서비스가 되는 까닭에 한국은 미국내 통화료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더구나 스마트폰이기에 그가 감당해야 할 데이터 요금은 우리 기준으로 볼 때 그야말로 상상 이상일 거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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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그가 로밍 상태에서도 자유롭게 데이터를 썼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로밍 상태에서의 데이터 요금은 미국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1GB 당 10달러를 부과하는 미국과 똑같이 구글과 제휴한 120개 나라에서 로밍 상태로 데이터를 써도 1GB당 10달러만 내면 그만이다. 우리는 무제한 같지 않은 무제한 데이터 로밍을 하루에 9천원씩 내고 쓰지만, 프로젝트 파이는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부담 없이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음성은 분당 20센트씩 다소 비싼 요금을 낼 수밖에 없지만, 대신 문자는 얼마든지 써도 과금하지 않는 무료로 풀어 놨다. 물론 데이터 로밍 속도가 그리 빠르진 않아서 어떨 수 없이 무선 랜을 찾는다지만, 그래도 프로젝트 파이 이용자는 어디에서나 마음 편하게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해둔 것만은 부러운 점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으면서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는 이들도 있을 테다. 하지만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구글은 프로젝트 파이를 이렇게 서비스하고 있고, 써본 이들은 이 이야기를 그대로 공유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용자 스스로 이야기를 공유하는 이통서비스라는 것.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이통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자발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수십년을 써온 이동통신 서비스의 익숙함에만 기댄 나머지 혁신 없는 이통 서비스가 지속되면서 어느 누구도 그 서비스가 좋다더라 하지 않는 것이다. 프로젝트 파이를 보면서 이런 이야기를 오랜 만에 꺼내게 되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반가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우리나라 이통사가 될 날은 언제쯤일지 모르겠다.

덧붙임 #

이 글은 지난 2월 KTOA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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