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원컴퓨트 모토 모드에서 드러난 ‘안드로이드 컨티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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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처음 열린 레노버 테크월드는 레노버의 신제품과 레노버가 개발 중인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특별한 자리다. 레노버는 지난 해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했던 이 행사를 올해는 미국 실리콘 밸리로 옮겨서 지난 10일에 개최했다. 행사의 목적이나 진행 방식은 아주 색다르지는 않지만, 독특한 기술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던 지난 해와 달리 올해는 상용 제품을 발표하는 행사를 곁들인 정도다.(참고로 지난 해 테크월드에서 선보였던 기술 가운데 지금까지 상용화한 것은 거의 없다)

이 행사에서 공개된 몇 개의 제품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것은 ‘팹2 프로’(PHAB2 Pro)라 부르는 최초의 프로젝트 탱고 폰이지만, 그보다 더 눈 여겨 보게 만든 것은 따로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한 제품은 아닌 것 가운데 원컴퓨트(OneCompute)라 부르는 장치가 그 주인공이다. 원컴퓨트는 모토 Z의 기능을 확장하는 모토 모드(Moto mod)의 한 종류로 무선 도킹 스테이션이다. 이 장치를 모니터 같은 표시 장치와 키보드에 연결한 다음 그 위에 원컴퓨트와 통신할 수 있는 뒤판을 결합한 모토 Z을 올려놓으면 모니터 해상도에 맞춰 스마트폰 화면을 표시한다. 원컴퓨트는 모니터 출력 단자 1개와 USB 단자 3개를 꽂을 수 있는 간단한 장치처럼 보이지만, 모토 Z과 무선 신호 전송은 물론 무선 충전까지 한꺼번에 해결했다. 무선 데이터 전송 기술은 60GHz로 작동하는 키사(Keyssa) 칩을 적용해 해결했는데, 저전력으로 최대 6Gbps의 데이터를 전송하므로 무선 환경에서도 거의 지연 없이 영화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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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레노버나 구글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원컴퓨트 모토 모드 때문에 안드로이드 N에서 시도하려는 기능이 드러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레노버를 비롯해 몇몇 미디어들은 원컴퓨트 모토 모드의 기술적인 완성도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원컴퓨트가 작동할 때 안드로이드가 어떻게 작동했는가를 보는 것이 훨씬 흥미로운 부분이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도킹에 연결했을 때 그것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다른 화면으로 복제해 띄우는 ‘미러링’ 에 불과한 반면, 원컴퓨트는 복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복제가 아니라는 말은 결국 스마트폰에서 보던 화면과 다른 화면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다른 화면이 어떤 화면이냐는 것인데 이번 원컴퓨트 영상을 통해서 공개된 화면은 안드로이드 화면이지만, 모니터 해상도에 맞춰 전체 화면과 아이콘의 크기를 조절한 것이다. 이는 이전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는 없던 기능으로 안드로이드 N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은 지난 3월 중순께 처음 언급되긴 했지만, 실제 제품을 통해서 확인된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안드로이드 헤드라인(android headline)이 유투브에 올린 레노버 원컴퓨트 모토 모드 영상

이 부분을 놓칠 수 없는 이유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윈도 10 모바일을 얹은 스마트폰처럼 장치를 연결하는 상황에 따라 그에 알맞은 인터페이스를 바꾸는 컨티뉴엄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윈도 10 모바일을 운영체제로 쓰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모니터와 키보드를 연결한 도킹에 꽂으면 스마트폰 화면 대신 PC와 거의 유사한 데스크톱 화면과 창을 띄우는 컨티뉴엄을 담고 있다. 이번 레노버 원컴퓨트에서 작동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이와 비슷하다. 즉,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기반의 데스크톱 화면처럼 뜬다.

이러한 기능적 특성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설치한 응용 프로그램을 도킹 환경에서 작업할 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를 테면 안드로이드용 MS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오피스 앱은 비록 모바일 버전이기는 해도 안드로이드 컨티뉴엄 환경에서 거의 데스크톱 수준으로 작업 환경이 개선되기 때문에 이전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일할 수 있다. 특히 작은 화면의 모바일 환경에서 여러 창을 띄워 작업하는 것은 어렵지만, 안드로이드 컨티뉴엄은 여러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하고 자유롭게 창의 크기를 조절하는 등 훨씬 유연하게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으로도 업무용 PC를 쓰는 듯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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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이렇게 PC처럼 쓰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레노버가 구글에서 인수한 모토롤라는 2011년 출시한 아트릭스라는 스마트폰에서 이와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아트릭스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었지만, 이를 도킹 또는 랩독에 연결하면 리눅스를 커스터마이징 한 다른 리눅스 운영체제가 뜨면서 데스크톱 PC 또는 노트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뒀다. 당시 아트릭스이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2.2였는데, 이 운영체제는 스마트폰에만 집중했던 터라 데스크톱을 쓰기 위한 이종 운영체제를 모토롤라에서 손을 봤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레노버 모토 Z의 원컴퓨트는 아트릭스와 다르다. 아트릭스는 두 개의 운영체제를 넣은 이종 운영체제 시스템이었던 반면, 원컴퓨트는 안드로이드 N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데스크톱과 모바일의 전환이 훨씬 자연스럽고 작업의 관리가 쉽다. 모바일로 쓰던 중 원컴퓨트 모토 모드에 올려 두면 곧바로 데스크톱 모드로 전환되고, 데스크톱 모드에서 작업하다가 스마트폰을 들면 모바일 모드에서 이어서 작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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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업무용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쓰는 기업들에게 매우 흥미 있는 요소다. 안드로이드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고, 전용 기업 관리 도구를 쓰고 있다면 안드로이드 N 스마트폰과 원컴퓨트 모드 같은 도킹을 통해 업무용 도구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PC로 자리를 옮길 필요 없이 이용자가 갖고 있는 스마트폰 만으로도 모든 작업을 할 수 끝낼 수 있으므로 데이터의 보관과 활용이 훨씬 쉽다. 이용자가 익숙한 장치에서 모바일 앱을 다루는 것인 데다 컨티뉴엄 환경에서 안드로이드의 모든 기능을 제한없이 쓸 수 있는 점, 데스크톱으로 전환하는 비용을 줄이는 점 등 여러 장점들이 있다.

물론 안드로이드 N 운영체제가 기반이 되는 장치가 나와야만 하고 아마도 대용량 램과 강력한 처리 성능을 가진 프로세서가 탑재된 플래그십 모델만 이 기능을 담을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그렇더라도 어차피 스마트 업무 환경을 도입한 기업이나 이용자 입장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낮아질 가능성에 대한 측면을 보면 안드로이드 컨티뉴엄은 윈도 컨티뉴엄보다 훨씬 더 파괴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10 모바일보다 안드로이드가 훨씬 대중화되어 있는 상황이고 어차피 둘다 데스크톱의 흉내를 내는 것이지 데스크톱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안드로이드 컨티뉴엄을 향한 선택이 훨씬 더 자연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윈도 컨티뉴엄으로 기업 시장을 공략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이 안드로이드 컨티뉴엄으로 맞대응에 나선 구글의 방어를 뚫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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