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XP는 2001년에 발표되어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많은 PC에서 쓰고 있는 운영체제다. 이렇게 오랫동안 쓸 수 있던 배경에는 윈도 XP에 대한 기술적 지원이 꾸준하게 이어졌기 때문인데, 그러한 기술 지원이 1년 뒤인 2014년 4월 8일에 공식 종료된다. 기술 지원 중단이란 윈도 보안 업데이트와 핫픽스, 온라인을 통한 각종 기술 지원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기술 지원 종료를 불과 1년을 앞둔 어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 MS)는 서울 대치동 본사에서 윈도 XP 지원 종료의 이유와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하는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했다. 여전히 30%가 넘는 윈도 XP 사용자가 남아 있는 까닭에 기술지원 종료로 인한 혼란과 오해를 최소화하고, 1년 뒤 기술 지원이 완전히 끝날 때를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하도록 알리기 위한 특별 브리핑을 가진 것이다.
윈도 XP, 기술적 한계에 도달
이날 미디어 브리핑은 단순히 형식적인 발표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한국MS 최고기술임원인 김명호 박사가 직접 나서 이번 지원 종료의 정당성을 기술적 관점에서 해석해 준 것이 다소 독특한 부분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XP의 기술 지원을 종료하는 것은 일정 기간 동안 기술 지원을 하는 정책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윈도 XP가 현 시점의 컴퓨팅을 구현하는 데 있어 기술적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게 김명호 박사의 설명이었다.
40분간 진행된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2001년 출시된 윈도 XP는 ‘빠르고 편한 안정적인 운영체제’라는 목표를 갖고 개발되었다. 당시의 인터넷 환경은 지금처럼 매일 인터넷에 접근되어 있던 것이 아니었으며 지금보다 많은 위협을 받았던 때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MS는 DOS와 윈도 체계로 분리되어 있어 불편했던 운영체제 환경을 통합한 NT5 커널로 전환을 시도했고, 윈도2000에 이어 소비자가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윈도 XP를 출시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윈도 XP 출시 이후 PC가 하루 종일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는 환경으로 바뀌고 수많은 위협이 나타나면서 신뢰성 높은 컴퓨팅이 더 중요해지는 상황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에 MS는 새로운 기술을 좀더 쉽게 받아들이면서도 신뢰성 높은 컴퓨팅을 구현하기 위한 쪽으로 방향을 잡고 제품을 개발하면서 시큐어 코딩이나 설계와 개발 단계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모델링 기법을 개발하는 등 이에 대응하는 행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보안과 신뢰성 컴퓨팅을 강화한 NT6 커널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컴퓨팅 환경의 변화에 빠르고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게 기술 지원을 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윈도 XP는 지속적으로 안전 장치를 붙여서 보완했지만, 이제는 기본 구조의 취약점으로 인해 그 안전 장치를 붙이는 데 한계가 왔다. 더 보안이 강화된 새로운 프레임의 버전으로 올리는것이 더 효과적이기에 윈도 XP의 지원을 끝내야 할 시점이라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윈도 XP는 예외적으로 지원한 것일 뿐
MS의 윈도 기술 지원 기간은 많이 알려진 정보는 아니다. 아마도 10년이 넘도록 윈도 XP가 기술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는 받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윈도 XP 이용자만 상당히 예외적인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면 된다.
MS가 공개한 윈도의 일반 지원 기간은 기본적으로 새 윈도 출시 후 5년이다. 여기에 별도의 계약을 한 기업 고객에 한해 5년 더 추가 연장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일반 PC 이용자들은 새 윈도가 출시된 이후 5년까지만 보안 업데이트와 각종 문제 해결, 온라인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인데, 윈도 비스타의 경우는 이미 2012년 4월 10일에 일반 기술 지원이 종료되었고, 기업의 연장 지원은 2017년 4월에 끝나게 된다.
이 같은 윈도 기술 지원 규정을 따르면 윈도 XP도 이미 몇 년 전에 일반 기술 지원이 종료되었어야 맞다. 하지만 윈도 XP는 이러한 규정을 따르지 않고 일반 이용자와 기업 이용자까지 최대 기간의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원 규정을 만들기 이전에 윈도 XP가 출시된 데다 윈도 XP 사용자가 많기도 했고, 새로운 커널 개발이 지연되면서 윈도 비스타의 출시가 늦어진 탓에 윈도 XP를 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던 터라 어쩔 수 없이 윈도 XP의 기술 지원을 예외적으로 연장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다른 운영체제는 예정대로 기술 지원이 끝나고 있기 때문에 윈도 XP 같은 특별한 상황은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년이 지나기 전에 해야 할 일
일단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윈도 XP의 기술 지원이 끝난다는 의미를 한번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윈도 XP 지원 종료는 말 그래도 윈도 XP를 쓰는 데 있어 필요한 각종 서비스 지원을 끝낸다는 것일 뿐 윈도 XP 사용 종료가 아니다. 기술 지원이 되지 않는다고 윈도를 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윈도 XP는 기술 지원이 끝나더라도 PC가 고장나거나 이용자가 원하는 때까지 계속 쓸 수 있다.
단지 기술 지원이 종료되는 것이어서 앞서 말한 대로 각종 보안 업데이트나 서비스팩 등을 받을 수 없게 되므로 시스템이 외부의 위협에 취약해질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때문에 윈도 XP를 계속 이용할 계획이라면 기술 지원을 종료하기에 앞서 미리 서비스팩을 적용하고 지금까지 나와 있는 모든 보안 업데이트와 핫픽스를 적용시키는 것이 좋다. 한국 MS도 계속 윈도 XP를 이용하려는 이들에게 미리 모든 업데이트를 적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엉뚱하게 불똥 튄 윈도의 짧은 기술 지원 기간
어제 발표에서 불똥은 엉뚱한 데로 튀었다. 윈도 XP의 종료 문제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 윈도의 짧은 지원 기간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일반 PC 이용자들은 윈도 기술 지원을 최대 5년 동안 받을 수 있다. 그런데 5년의 지원 기준이 PC 구매일이 아니라 윈도 출시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윈도 OS나 PC를 늦게 설치한 이들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짧아지는 셈. 이를 테면 지금 윈도7을 구입한 이용자는 2015년에 기술 지원이 끝나므로 고작 2년 밖에 기술 지원을 받지 못한다. 지난 해 공개된 윈도8은 2017년에 종료된다. 5년이 길어 보일 수 있지만, 윈도 업그레이드가 늦거나 PC 구매가 늦은 이용자들일수록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구매일을 기준으로 보는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가지 예외는 있다. 윈도 서비스팩은 2년의 별도 지원 기간을 포함하고 있다. 만약 2015년에 윈도7의 새로운 서비스팩이 출시되고 이용자가 이를 설치하면 2017년까지 일반 이용자들도 계속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더라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역시 불합리한 정책인 것은 틀림 없다.
다음 윈도의 기술 지원 종료, 대책과 배려가 없다
문제는 기술 지원 연장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기술 지원 종료에 따라 MS가 제시한 두 가지 대안은 종료 직전까지 보안 업데이트를 하는 것과 새로운 윈도의 업그레이드다. 전자는 그렇다 하지만, 새로운 윈도 업그레이드는 시스템의 제원과 윈도 XP가 필요한 환경, 업그레이드 비용 등 여러 가지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다. 30%가 넘는 윈도 XP PC 가운데 기업 고객을 제외한 개인 고객의 비용이 가중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윈도 XP에서 윈도 7이나 8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때 정책적 배려가 있는지 물었을 때 한국MS 측에선 이에 대한 확답을 하지 못했다. 본사의 정책을 기다려 보거나 확인해 봐야 한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더불어 윈도 XP가 아닌 윈도 7이나 윈도 8을 쓰는 개인 PC 이용자들의 지원 기간 연장을 위한 별다른 대책도 없는 상황이어서 윈도 PC를 오랫동안 쓰기 힘든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무한정 기술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나 소비자가 상황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 지원 정책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윈도 XP 종료와 맞물려 드러난 윈도의 기술 지원 정책은 앞으로 MS의 제품을 쓰는 데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공급자 위주의 지원 정책은 수요자의 관점과 일치하지 않고 그것이 MS 제품을 쓰는 고객과 소통의 부재를 야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술 지원 종료에 따라 예상되는 폐해를 공개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대응책을 내놓지 않은 점에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10년이 넘도록 윈도 XP에 대한 기술 지원에 최선을 다한 것은 인정하지만, 윈도 7의 기술 지원 종료는 이제 2년 밖에 남지 않았다. 2년 뒤 MS가 윈도 7의 기술 지원 종료를 발표했을 때 쏟아질 비판이 MS를 빼고 조금도 야속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미리 말해 두는 건 지나친 생각일까?
덧붙임 #
어제 윈도XP 미디어 브리핑에서 발표된 내용 가운데 일부 팩트가 잘못 전달된 것으로 확인되어 한국 MS에서 수정 자료를 보내온 터라 관련 내용을 덧붙입니다. 수정된 내용에 따르면 윈도는 기업이나 개인 고객에 상관 없이 최장 10년 동안 보안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으며, 연장 지원 단계에서 기능 변경과 핫픽스, 무상 지원 프로그램의 무료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애플이 사용하는 주기를 응용하려는 것일까요? -0-;;
XP 지원 중단 소식도 그렇지만, 다른 OS들의 짧은 기간을 생각하면 XP를 오래 사용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혼동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아마 판갈이를 하지 않고 그냥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위협에 노출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군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
말씀처럼 판갈이를 하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게 참 위험한 부분이지요. 일단 지원 종료 전에 기술지원을 최대한 이용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OS를 5년 정도 사용했다면 보안에 취약해질대로 취약해졌을 상태라고 봅니다. 요새 추세로는 최신 OS가 나오는 당일 바로 해킹이 되기 때문에 5년 정도 보안패치를 했다면 이미 OS 구조나 소스는 너덜너덜해지고 보안패치로 인해 재성능 발휘가 어려울 겁니다. 물론 OS를 별도로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한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 있다고 보지만 휴대폰을 5년 이상 쓰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처럼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처럼 수명주기를 생각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MS에서 OS 업데이트를 위한 여러가지 홍보, 이벤트, 지원책을 적절히 제공해온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발표를 했다면 뭇매를 덜 맞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운영체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한계는 있겠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오늘 산 제품이 얼마 뒤 지원이 끊기는 극단적 환경에 놓이는 것이 제품에 대한 신뢰를 더 떨어뜨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씀대로 적절한 지원책을 함께 내놨다면 이러한 불만은 없을 수도 있겠지요.
그나마 2020년 1월 14일 연장 기술 지원 기간까지는 Windows 7 SP1을 사용하는 일반인들도 보안 업데이트는 무료로 지원해준다고 하니 다행이지요. 이마저 없었으면 정말 들고 일어나죠. 한숨 돌렸음.
2020년까지 기술 연장은 별도 계약을 맺은 기업 고객에 한해서만 적용됩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반면 윈도 지원기간이 2년도 채 남지 않은 개인 사용자들은 윈도7 업그레이드를 선택하기 꺼려질 수 있다. 다만 일반사용자들이 따로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은 보안 지원이다. SP1의 일반지원은 2년도 채 못가지만, 연장지원 기간에 나오는 보안업데이트는 일반사용자들에게도 무료 제공된다.”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30409092157
한국 MS로부터 어제 발표와 관련된 수정 내용을 전달 받아 본문에 추가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회사 컴퓨터… 다 XP인데.. 난리 나겠네요;;;;
종료 전에 보안 업데이트는 최대한 설치하시거나 내년 PC 교체 예산을 반영하셔야 할 것 같네요.
MS 는 좀더 일찍 이러한 대대적으로 공지를 내렸어야 하지 않았나 싶네요.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 통보로 여러 회사 및 사용자들이 당황하지 않았나 싶네요.
아직 1년은 남았으니까 그 사이 꾸준하게 알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용자들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