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불분명한 인텔 태블릿, 돌파구는…

‘인텔 아톰 태블릿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아틈 태블릿을 여러 대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어떤 답을 찾기 위해 제품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이 질문을 받으면 곧바로 머릿 속에 말하기 편한 답을 찾아내기 어렵다. 며칠 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여러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확실한 경쟁 요소를 콕 찝어낼 수 없던 터다.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사실 PC 시장에서 인텔의 경쟁력은 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쉬운 것이다. 기술적으로 모자람이 없는 경쟁자가 있었음에도 ‘인텔 인사이드’ PC는 성능이나 기능에서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것은 지금도 변화가 없지만, 어디까지나 PC 시장에서만 그 파괴력이 통한다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모바일 시장으로 넘어 오면서 인텔 인사이드보다 하드웨어 제조사의 제품 이름과 모바일 운영체제의 로고에 더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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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결과다. 인텔이 모바일 시장에 대한 접근법이 실패한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모바일 시장의 늦은 대응에 대한 그들의 후회를 접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손을 놓고만 있던 것은 아니다. 과거의 잘못만 따지기보다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가속 페달을 밟으며 진보한 모바일 프로세서를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더불어 모바일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웨어러블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그 결과 4세대 아톰 프로세서는 확실히 성능 면에서 많이 개선된 것은 맞다. 베이트레일이 적용된 제품들은 벤치마크를 통해서 확인한 처리 능력이나 배터리 효율성, 향상된 그래픽 효과 그리고 다채로운 기능을 통한 이용자 경험 등 여러 면에서 기존 스마트 장치의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와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잘 다듬어 가고 있어서다. 아직 경쟁 제품들을 능가할 만큼은 아니지만, 열세했던 지난 날과 비교하면 확실히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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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텔이 예전보다 더 나아진 프로세서를 들고 나와도 모바일 시장에서 여전히 고전을 겪는 것은 문제가 다른 데 있음을 뜻한다. 태블릿 형태, 가격, 폼팩터, 성능, 기능 어느 것 할 것없이 인텔 태블릿용 SoC가 들어 있는 제품을 두고 다른 제품과 다른 점을 설명할 때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할 수 있는 일이 비슷하고 가격은 더 비싸며 전체적인 제원이 더 뛰어나지 않아서다. 결국 최근 태블릿 시장을 겨냥한 통합 처리장치(SoC)를 내놓고 있음에도 다른 AP를 채택한 태블릿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찾지 못하는 것은 태블릿 시장이 단순히 처리 장치의 성능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프로세서를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시대를 벗어난 지금 여전히 프로세서 중심의 사업 모델을 고집하는 전략적 실수도 있지만,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그런데 인텔에게 태블릿 시장의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인텔의 강점을 살리는 것과 그 강점에 무기를 더하는 것이라면 해볼만한 부분이 있다. 인텔의 강점은 모든 운영체제에 맞는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것이지만, 엔터프라이즈를 제외한 일반 이용자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은 윈도를 쓰는 PC에서 발휘해 왔다. 이것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는 아직 인텔에게 맞는 옷이 아닌 상황이지만, 인텔은 한발 늦은 안드로이드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인텔이 지금 승부를 걸 수 없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미련을 잠시 접는 대신 ‘손 안의 PC’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것을 집중한다면 해볼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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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8인치 안팎의 윈도 태블릿은 정말 들고 다니는 PC라 해도 이상할 게 하나 없다. 윈도용 소프트웨어를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PC의 이용 경험을 모바일 환경으로 그대로 연장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면서 인텔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8인치 안팎의 윈도 태블릿을 이동하면서 쓰기엔 활용도는 상당히 떨어진다. 이동 중 쓸 수 있는 수많은 환경을 고려한 하드웨어가 없어서다. PC의 이용성은 그대로 살릴 수 있으나 이동 중에 태블릿의 활용도를 높일 3G/4G 네트워크 기능과 위치 확인을 위한 GPS 등은 옵션으로 빠져 있다. GPS를 탑재한 일부 태블릿도 있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앱은 부족하다. 꼭 갖춰야 할 기능이 아니다보니 당연히 관련 앱을 개발할 이유도 없는 셈이다.

인텔이 태블릿용 SoC에 보강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운영체제나 가격의 문제를 떠나 어디에나 들고다니는 진짜 PC를 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필요한 부품과 기능만 쏙 빼버린 인텔판 태블릿은 경쟁력을 얻기가 힘든 것은 지금까지 PC의 소형화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프로세서 중심의 사고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클 것이다. 물론 더 값싸고 가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산업적 논리에 맞추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최근 저가 태블릿 시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이야기도 나름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지만 그런 결정은 인텔의 아톰 SoC를 올린 제품이 다른 처리 장치를 가진 태블릿보다 더 나은 경쟁력을 챙기는 좋은 상황으로 이끌지 않는다.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는 기반부터 갖추는 것이 인텔 태블릿의 경쟁력을 찾는 가장 빠른 길이지만, 가격만 따지는 순간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텔 태블릿의 경쟁력이 약한 것은 다름이 없다는 데 있다. 그것을 서둘러 분석하지 않으면 ‘인텔 인사이드가 새겨진 진짜 태블릿 PC’로 경쟁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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