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인텔의 제품 발표를 유심히 봐왔던 이들이라면 인텔이 한동안 데스크탑 제품을 먼저 공개하고 그 뒤에 모바일 제품을 공개하는 프로세서 발표 방식을 써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해 아이비브릿지 이후 이런 전략은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이번 컴퓨텍스를 앞두고 인텔은 데스크탑과 모바일 해즈웰 프로세서를 공개한 때문에 컴퓨텍스에는 차세대 프로세서를 도입한 PC와 노트북들이 전시된 상황이다. 모두 성능과 전력 면에서 한층 좋아진 것은 분명한데, 인텔은 더 이상 이 프로세서들의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더 빨라졌는지 세세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이 프로세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포장해 던질 뿐이다.
2년 전 인텔은 샌디브릿지와 함께 ‘노트북의 재발명’이라는 기치를 건 울트라북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좀더 들고 다니기 쉽고, 배터리를 오래 쓰기를 원하는 이용자의 요구를 반영해 더 가볍고 얇은 노트북을 위한 매우 강력한 울트라북의 기준과 메시지를 업계에 던졌다. 18mm 또는 21mm라는 본체 두께와 한번 충전으로 최소 7시간 이상의 작동 시간 등 많은 제약을 두고 울트라북 펀드 같은 당근책을 함께 쓴 결과 불과 2년 만에 울트라북은 이제 노트북과 차별화된 제품으로 이해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울트라북의 메시지 전달과 폼팩터의 정착은 인텔에게 켜진 경고등을 꺼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울트라북의 성장과 반대로 전통적인 PC의 지속적인 판매 하락은 인텔이 주도할 수 있는 시장의 규모가 줄어 들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울트라북은 PC의 한 유형으로써 메시지를 뿌리는 데 성공했지만 거기까지일 뿐 울트라북과 차별화된 또 다른 메시지가 필요한 때라는 것을 인텔은 잘 안다. 이미 이용자는 노트북의 사용성이 아닌 더 간편한 사용성을 원하고 있으며 이 시장을 겨냥해 새로운 메시지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때문에 인텔은 이번 컴퓨텍스 기조 연설을 통해 시장에 필요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것이 바로 ‘2-IN-1 제품’인 것이다. 휴대가 쉬운 울트라북이 단순히 노트북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태블릿처럼 쓸 수 있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진 제품을 뜻한다. 어떤 때는 PC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노트북이 되고 어떤 때는 휴대하기 편하고 터치로 쉽게 조작하는 태블릿이 되는 것이 2-IN-1 제품의 의미다.
그런데 2-IN-1 장치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결코 새삼스럽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인텔이 이 메시지를 내놓기에 앞서 PC 제조사들이 한발 더 앞서 그렇게 움직였고 그런 유형의 제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서다. PC 기능을 제대로 쓰기 위한 하드웨어 키보드를 갖고 있으면서도 화면을 뒤집거나 본체만 떼어내 태블릿으로 쓸 수 있는 제품들을 보는 것은 더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인텔의 2-IN-1 제품들이 새롭게 보일리는 만무할 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유형의 제품들이 윈도8의 출시와 함께 등장한 것이라는 점이다. 모두 윈도8을 좀더 쉽게 돌리기 위한 이유로 변형 가능한 터치스크린 울트라북을 내놓았음에도 인텔은 해즈웰이 ‘2-IN-1 장치’를 만들기 위해 최적의 플랫폼인 것처럼 재포장하는데 이용한 것이다. 물론 이번에 공개한 해즈웰 기반 4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이용하면 좀더 가볍고 성능이 좋으며 배터리가 오래 가는 2-IN-1 장치를 만들 수 있다. 또한 팬이 없는 해즈웰 기반 태블릿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2-IN-1 울트라북이 어떤 하드웨어적인 진화를 하게 될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단서도 던졌다.
하지만 해즈웰이 아니어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2-IN-1 장치들이 이미 상당수 존재하고 있고, 그 출발점이 윈도8이었기에 이번 컴퓨텍스 기조 연설에서 던지려 한 인텔의 메시지는 힘을 잃었다. 울트라북 같은 폼팩터를 정의할 때처럼 더 확고한 메시지였다면 좋았을 테지만, 애석하게도 이번 만큼은 숟가락을 얹은 듯한 메시지였다. 분명 두 가지를 원하는 이용자에게 해즈웰 기반의 2-IN-1 장치는 더 많은 이점을 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 메시지를 더 힘있고 가치있게 포장하는 이야기가 부족했다.
PC 업계가 차려 놓은 밥상에 그저 숟가락만 올리는 듯한 모양새가 되어 버린 것은 분명 인텔이 원하던 바도, 인텔 스타일도 아니다. 함께 밥상을 차려가는 인텔 스타일을 되찾지 못하면 인텔의 메시지를 들어주는 귀들은 점점 더 줄어만 갈 듯하다.
잘보고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숟가락을 얹은건 맞는데 2-in-1이라는, 아무도 쓰지 않는 용어를 쓰며 새로운 폼팩터를 소개하는 인텔의 마케팅 능력 자체는 인정할만 한 것 같네요. 다만 그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 문제. 해즈웰을 윈도우8 출시에 맞춰 조금 더 일찍 내놓으며 2-in-1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 대박을 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
이러다 망한 거 몇 개 있습니다. 울트라씬, MID 등 다 망했죠. 물론 넷북과 울트라북은 성공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