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LG 모바일 월드컵 한국 대표 선발전을 참관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TV나 보면서 휴일 저녁을 보내느니 잠깐 구경하고 오자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집을 나설 때의 마음은 가벼웠는데, 빗속을 뚫고 행사가 열리는 용산 아이파크 몰까지 가다보니 왜 가고 있을까 하는 후회도 들더군요. 하지만 대회 참관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런 후회는 싹 사라졌습니다.
LG 모바일 월드컵은 LG전자가 해마다 개최하는 세계 대회인데요. 국가별 예선을 걸쳐 올라온 세계 여러 나라의 대표 선수들 가운데 휴대폰의 키패드 자판을 가장 빨리 누르는 최강 엄지족을 뽑는 대회입니다. 세계 대회 1등에 1억 원의 상금이 걸려 있는데다, 국내 최강 자리에 오르면 2천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터라 상금 규모 면에서 만만하게 볼 대회는 아니지요. 지난 해에는 우리나라 팀이 세계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길도 많이 막히고 심지어 차를 댈 곳이 없는 주차장에서 시간을 버리는 바람에 행사 시작 10분 뒤에 도착했는데, 때마침 막 와인 리그에 참가할 선수들이 무대에 나서더군요. 와인리그는 40대 이상 중장년 층만 참여할 수 있는 대회입니다. 젊은 엄지족만 나올 거라고 생각한 것과 다르게 40대 이상 참가자들을 보니 오히려 신선하더군요. 어떤 이들에게는 부모님일 수도 있지만, 제게는 모두 누님, 형님인 듯 싶어 친근한 느낌마저 들더라는.. (몇년 뒤에는 저도 한 번… ^^;) 와인 리그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아마도 휴대폰을 잘 다루기 어려운 장년층을 겨냥한 와인폰에서 따온 이름일 것입니다.
아무튼 4명의 참가자가 소개했는데, 3번 선수로 출전하신 유미자님이 가장 인상에 남더군요. 무대에 오르자마자 집에 가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었습니다. 전주에서 올라오셨는데, 다소 엉뚱한 면이 있어서 재미있었거든요. 최고령 참가자는 53세의 박은숙님, 가장 나이가 적었던 참가자는 40세의 김묘정 님이었고, 홍신설(42)님이 유일한 남자 참가자였습니다.
와인리그는 각 테이블마다 연결된 휴대폰으로 글자를 입력해 블록을 빨리 완성해야 이기는 게임입니다. 와인폰이 아니라 초콜린 폰이어서 약간 생소할 수도 있었는데, 아무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입력하시더군요. 각 참가자들이 입력하는 글자와 성공 여부가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는데다 여러 게임 형식으로 경쟁하는 것이어서 현장에서 볼 때 생각보다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다만 와인 리그의 참가자들이 휴대폰 키패드 문자에 익숙한 이용자라고 보기는 어려운 터라 속도감이 덜 나기는 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결과가 나왔는데요. 역시 가장 젊은 40세 김묘정님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평소 조카와 문자를 주고 받고 있는데, 언제나 늦게 답장을 보낸다고 핀잔을 준다는데, 이걸로 체면치레를 하실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다른 세 분도 고생 많으셨고요.
이어 본격적인 결선이 시작됐는데요. 이거 무대를 10대가 장악했더군요. 유일한 회사원인 조국호 님의 나이가 26밖에 안됐지만, 10대가 대부분이다보니 참 나이가 많아 보이긴 하더군요. 억울해도 어쩔 수 없죠 뭐.
아무튼 8명의 결선 진출자가 소개되고 곧바로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결선 대회는 모두 3번의 시합 점수를 합산해 결승전에 나갈 4인을 뽑게 되는데, 3번 모두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해야 합니다. 제1경기는 초콜릿폰을 이용해서 게임을 진행하고 제2경기는 옵티머스 큐, 제3경기는 초콜릿폰과 옵티머스 큐를 번갈아가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다루는 단말기만 다른 게 아니라 게임도 다른데, 실제 경기가 시작되고 전광판에 엎치락 뒤치락 게임 결과가 표시되자 관중들도 긴장하면서 경기를 보더군요. 특히 마지막 경기는 결과에 따라 경주를 벌이던 캐릭터의 순서가 계속 바뀐 덕분에 손에 땀을 쥐면서 볼 수밖에 없더군요. 제3경기를 끝으로 결승 진출자가 가려졌는데요. 1번 김의진 양(15)과 4번 이기쁨 양(18), 5번 이의상 군(16), 7번 정종현 씨(20)가 결승에 올랐습니다. 또한 패자 부활전을 거쳐 3번 안준선 군(17)도 결승에 오르게 됐지요.
결승전을 진행하기에 앞서서 흥미로운 이벤트가 진행됐는데요. 다름 아니라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리에와 애나벨, 에바가 무대에 올라 휴대폰 문자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간단한 문자 빨리 보내기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뭐, 이 부분은 말이 필요 없을 듯. 그냥 사진으로 대체.
세 미녀가 무대를 내려가고 이제 결승전이 시작됐습니다. 결승전 시작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5번 이의상 군은 지금 충만한 자신감으로 반드시 우승할 것이라고 다짐했는데요. 우승을 해야 하는 이유가 그 상금을 받아 외국 여행을 가려는 것인데, 부모님을 모시고 가도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순진하게도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바람에 장내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결승전은 단판으로 진행됐는데, 1번 김의진 양과 2번 이의상 군이 정말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양상이었습니다. 김의진 양이 초반 선두에 나선 뒤 그 뒤를 이의상 군이 열심히 따라 붙는 모양새였습니다. 다른 세 명도 열심히 따라 붙었지만, 여의치가 않은 듯 하더군요. 이의상군이 마지막까지 따라붙었지만, 결국 김의진 양을 추격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1위는 김의진 양, 2위는 이의상 군으로 확정되었고, 3위는 패자전에서 올라온 안준선 군이 차지했습니다. 모두 10대가 1~3위를 차지했는데요. 정말 무서운 10대들입니다.
마지막 무대에 앞서 1위에 오른 김의진 양이 사회자와 문자 입력하기 대결을 벌였는데, 초콜릿폰의 ‘ㅆ’ 입력이 안되는 바람에 싱겁게 끝났습니다. 곧이어 이번 우승자와 전년도 우승자가 대결을 벌였는데요. 전년도 우승자들은 지난 해 세계 대회 우승자였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세계 대회 챔피언과 대결을 하는 양상이었습니다. 이번 시합에 걸린 상품은 LG 엑스노트 넷북. 과연 전년도 챔피언의 실력은 얼마나 될 궁금했는데,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김의진 양과 이의상 군이 전년도 세계 챔피언을 속된 말로 발라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전년도 우승자들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김의진 양이 오늘의 승리를 독식할지, 이의상 군이 그 독주를 막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요. 이 대결에서는 종료 직전까지 이의상 군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보였는데, 막판 뒷심을 발휘한 김의진 양의 역전승으로 끝났습니다. 이로써 김의진 양은 완벽한 승리를 챙겨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어제 대회는 모두 끝났습니다. 사실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찾아가서 그런지 깔끔한 진행에 재미와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정해 놓은 글자를 입력하는 게 아니라 게임과 접목한 덕분에 대회에 참가한 선수가 관전하는 사람이나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어제 대회에 공개했던 문자 게임은 LG가 자체 게임 서버를 구축해 무선 네트워크 대전 게임으로 공개해도 좋을 것 같더군요. 아무튼 내년에 열릴 대회가 벌써 기대됩니다. 올해보다는 재미있겠죠? ^^
아 이런 대회가 있군용!!! 전 첨봤어요…ㄷㄷㄷㄷ
용짱님. 40대시죠? 내년에 와인리그 꼭 도전해보세요. ^^;
넘 멋진 곳만 다니시는 칫솔님~
미워~~~~~
부러부러~~
요즘들어 여기저기 쏘다니는 재미에 삽니다. ㅋㅋ
아.. 도꾸리님. 저 일본가요. 15일 도착 예정. 연락 드릴게요. ^^
문자보내기는 역시 10대가 최강이군요. 그리고, 금요일에 말씀하셨던 HP 프린터 발표회는 참석이 어려울것 같습니다. 트위터 DM으로도 말씀드렸어요. 관심있는 행사였는데 아쉽게 되었네요. ^^
역시 10대가 짱입니다. ㅋㅋ
아.. 네. 봤습니다. 답장 드린다는 걸 깜빡했어요. 회의 잘 하시구요~ ^^
칫솔님도 가셨군요. ㅎㅎ
전 워낙 손으로 하는 건 다 못해서 문자 답장 보내다 지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
그래도 마우스나 게임 패드 붙잡고 하는 건 잘 하시잖아요~ ^^
지난 8월 29일 용산 아이파크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는 조금 특별한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바일 월드컵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것이였는데, 쉽게 말해서 휴대폰 문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쓰는 사람을 뽑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모바일 월드컵 이야기를 듣고 국가대표 선발전에 초청받았을 때만해도 그냥 시간이나 때우고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용산을 찾았던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외로 엄청난 대회규모와 참가인원..
10대 컨트롤에 안되는 구먼
무서운 10대들이죠.
역시 대단한 학생들이군요.
한국인들의 정교한 손재주에 모두 놀라게 합니다.
정교하면서도 빠르기까지 하니 세계 최강일 수밖에요. ^^
이런 대회가 있었군요. 역시 한국인들의 손놀림은 신기에 가깝네요^^;; 전년도 챔피언이 쉽게 무너질 정도로 발전하는 실력^^;; 좋은 글 잘 봤습니다.^^
해마다 실력이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 내년에는 얼마나 더 대단한 아이들이 나올지.. ^^
꽤 오래해왔던 행사같더라고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LG의 휴대폰으로 문자를 빨리보내는 대회를 한다고 들었던 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내년 1월 뉴욕에 가서 세계 대회에 참가한답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
ㅎㅎ 이런 대회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작년엔가 우리나라 학생(?)이 우승했다고 하기도 하구요..
그렇게 빨리 타이핑할 일도 없지만, 간혹 휴대전화 타이핑이 조금 쉬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안드로이드는 말로 SMS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 말로 문자 보내기 하면 마래바님은 와인 리그에 참가 못하잖아요. 이거 우승하면 1백만 원 준다는 데 말이죠~ 내년에 꼭 도전하세요. 흐흐~ ^^
음.. 가보셨군요..
저는 뭐 갈 수도 없었기에.. -.-;;
어라? 왜 갈 수 없었을까요? 내년에는 꼭 가보시길.. 생각보다 재밌더군요~
확실히 고등학생들 이런 애들에게 이길수가 없죠 ㅋㅋㅋ
요즘애들은 어릴때 부터 핸드폰과 동기화 되서 태어나는거 같아요 ㅎ
대회를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더군요. 휴대폰과 동기화 세대.. ㅋㅋㅋ
언제였던가 한 두주전 즈음에 뜬금없는 전화가 왔습니다. 모바일 월드컵에 참가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 제가 한거라고는 안드로이드펍에 올라온 게시물에 lg에서 만든 타자게임을 다운 받아 즐긴것 밖에 없었습니다. 과거 mits 6200과 x1 지금의 옵티머스큐까지 쿼티 예찬론자였기 때문에 남들보다는 조금 빨리친다고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포스팅도
아.. 여기 오셨군요. 역시 본선은 10대.. 30대인 저는 본선근처 까지만. ㅋㅋ
오.. 본선 근처까지 가신 것도 대단한데요~ 저는 어림도 없을 듯.. ^^
8/29일 용산 아이파크몰의 e게임 스타디움에서 이색적인 경기가 열렸었는데요~다름아닌 LG전자 모바일 월드컵 국내 결승 대회였었는데요~조금은 이색적인 경기여서 저도 현장에 가 보았는데요~LG전자 모바일 월드컵은 주어진 문제에 따라서 최신 휴대폰(초컬릿폰, 옵티머스Q)을 가지고 누가 더 빨리 글자 입력을 하는지 휴대폰 엄지족 대장을 뽑는 경기였는데요~쿼티 자판은 나름 빠르게 친다고 자부하는 저인데~ 막상 경기를 하는 모습들을 보니~정말 진지하고 손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