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장점 잃은 구글 넥서스 시리즈

구글 넥서스 스마트폰
구글 넥서스 시리즈가 다양하게 나올 것으로 나오는 만큼 레퍼런스 단말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높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레퍼런스 단말기는 구글이 직접 운영체제의 사후 관리를 맡으면서도 제품 판매가가 낮아 이용자가 좀더 쉽게 단말기를 사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최신 운영체제로 빠르게 업그레이드하는 신속성과 편의성이 반영되어 있었는데, 흥미롭게도 그런 특징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레퍼런스 단말기가 갖고 있는 장점만을 봐서는 곤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빼도 너무 뺐어


이통사를 통해서 출시되는 대부분의 단말기들은 UI나 사전 설치 앱 등이 풍족하게 들어가 있다. 하지만 편의성을 강화한 UI가 상대적으로 복잡해 보이기도 할뿐만 아니라 사전 설치된 앱이 안드로이드 시스템에 부담을 주어 전체적인 성능을 떨어뜨리는 일도 있었다. 최근 나오는 제품은 하드웨어의 성능이 좋아진 덕분에 매우 빨라졌지만, 이러한 조정은 여전히 단말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구글 넥서스 스마트폰
레퍼런스 단말기에는 제조사, 이통사의 크랩웨어가 모두 제거된다.
이처럼 시스템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크랩 웨어를 제거하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순수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내놓은 것이 넥서스 시리즈 같은 레퍼런스 단말기다. 이를 통해 구글 서비스를 경험하는 장치라는 의미의 GED(Google Experience Device)라고 부르기도 한다. 넥서스 시리즈들은 운영체제의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외부의 참견을 허용하지 않은 덕분에 단말기 본연의 성능과 안드로이드의 기본 기능을 제대로 쓰고 싶은 이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이러한 반응의 배경에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지나친 통제에 기인하는 국내 이통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안드로이드에서 꼭 필요한 것 이외의 불필요한 데이터를 얹지 않으므로 처음부터 매우 쾌적하게 단말기를 쓸 수 있는 장점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 넥서스원이나 넥서스S, 갤럭시 넥서스는 비슷한 제원의 단말기와 비교했을 때 움직임에 있어서 상당히 빨랐고 이것이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에 따른 반작용도 있다. 안드로이드 코어를 건드릴 수도 없고 사전에 설치할 수 있는 구글 앱을 제외하면 제조사, 이통사의 앱 중 그 어느 것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주는 불편함 말이다. 이런 앱을 미리 실어놓지 않음으로써 내부는 정말 가뿐해졌지만, 이통사 앱 가운데 국내 앱스토어에 들어갈 수 있는 앱은 물론 내비게이션 같은 몇몇 킬러앱도 빠진 채 나온다. 이전에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을 오랫 동안 썼던 이용자들이 레퍼런스 단말기를 쓸 때 오히려 앱이 없는 것에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불편은 이용자의 노력으로 해소할 수 있다. 제조사 앱은 설치할 수 없지만, 일부 이통사 앱을 직접 설치해 쓸 수 있어서다. 물론 이통사가 그 레퍼런스 단말기에서 쓸 수 있도록 앱을 풀었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단말을 위해서 앱스토어와 내비게이션 앱은 내놓긴 했다. 국내 이통사가 판매하는 레퍼런스가 아닌 외국에서 들여온 같은 모델의 단말기는 이러한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같은 레퍼런스 단말기지만, 국내와 외국에서 내놓은 제품의 모델명이 다르고 심지어 국내 이통사끼리 내놓은 넥서스 단말기의 모델명도 다르다. 때문에 이런 방식을 접하지 못했던 이들은 따로 앱을 설치하는 데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이용자가 그 불편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느린 OS 업그레이드


그렇다. 운영체제 업그레이드가 느리다. 아, 이 말은 표현을 조금 보완해야겠다. 정확하게 말하면 버그 수정을 위한 업그레이드는 빠르지만, 새로운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는 생각보다 느리다.


아니, 지금까지 업그레이드가 빠르다고 할 때는 언제고 느리다는 게 웬말이냐 하겠지만, 미안하게도 이것은 사실이다. 나는 지금까지 4개의 넥서스 스마트폰을 써 왔고 지금도 모든 레퍼런스를 갖고 있지만, 최근 나온 넥서스7을 제외하고 넥서스S, 갤럭시 넥서스의 업그레이드가 지역적 차별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솔직히 실망하고 있다.


구글 넥서스 스마트폰
넥서스원의 업그레이드는 빨랐지만, 국내 정발된 넥서스S는 업그레이드가 늦었다. 갤럭시 넥서스도 오리무중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차별을 경험한 것은 넥서스S 이후부터다. 넥서스 원은 안드로이드 2.1 에클레어를 얹어 2010년 1월에 출시되었는데 나는 3월 중 제품을 구매하고 4월 경 개인 전파 인증을 통해서 쓰기 시작했다. 당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단말기에 설치된 운영체제의 업그레이드는 쉽지 않은 시기였고 제조사들이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아우성치던 때였다. 그런데 구글은 2010년 5월 말 안드로이드 2.2 프로요를 발표하고 곧바로 6월에 새로운 레퍼런스 단말기인 넥서스S를 출시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넥서스원의 프로요 업그레이드가 7월에 진행되었고 갖고 있던 넥서스원도 업그레이드가 바로 진행되었다. 운영체제 발표와 아울러 곧바로 업그레이드가 되는 신속성은 분명 레퍼런스 단말기의 장점을 느끼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에 나타났다. 그 뒤 한국에서 레퍼런스 단말기들의 업그레이드가 매우 느렸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구매했던 넥서스원이 일찍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던 반면, 그 뒤에 국내에서 쓰던 레퍼런스 단말기의 업그레이드가 상당히 늦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에서 사온 넥서스S 역시 국내에서 업그레이드가 매우 늦었는데, 나 뿐만 아니라 당시 레퍼런스 단말을 구매한 이들은 언제쯤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그 이후 갤럭시 넥서스 역시 동일한 상황이다. 진저브레드로 나온 넥서스S는 올해 3월 말~4월 말에 업그레이드가 이뤄졌고, ICS를 얹어서 국내에 출시된 갤럭시 넥서스의 젤리빈 업그레이드는 언제 진행될 지 알 수 없다.


구글 넥서스 스마트폰
우리나라에서 장점이 사라진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어떤 다른 문제가 있든 운영체제 업그레이드와 관련해 이러한 지역적 차별이 존재하는 한 넥서스 제품이 레퍼런스로서 무조건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지금도 수많은 국내 이용자들이 갤럭시 넥서스가 하루 빨리 젤리빈으로 업그레이드 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기약없이 기다려야하는 답답한 상황에 놓여있다. 구글이 직접 하니까 무조건 업그레이드와 사후 관리가 빠를 것이라는 것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상식으로 말하긴 어려울 듯하다.


덧붙임 #


1. 그래도 이통사, 제조사 앱이 없어서 단말기의 성능이 극대화되는 점은 뚜렷한 장점이다.


2. 하지만 제조사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얻는 편의가 없는 것도 상대적인 단점이다.

3. KT판 갤넥의 젤리빈 업그레이드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기저 대역 정보는 순정롬을 엎어도 동일하게 뜨므로 의미가 없는 반면 빌드 번호를 보면 해당 단말용인 것은 맞는 듯 보인다.
http://clien.career.co.kr/cs2/bbs/board.php?bo_table=lecture&wr_id=126692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2 Comments

  1. 2012년 10월 8일
    Reply

    레퍼런스폰이 기본 앱이 부족해도 나름 구글 앱들에 대해 최적화 되고 가벼워서 쓰는 것인데… 업그레이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많은 분들이 실망하시겠네요..

    • 칫솔
      2012년 10월 8일
      Reply

      왜 업그레이드가 안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종종 보이더군요. 구글이 일정이라고 공개하지 않으니 더 답답한 상황입니다.

  2. 염구나
    2012년 10월 8일
    Reply

    레퍼런스폰의 업그레이드가 느린 건 구글이 아니라 우리나라 통신사 탓입니다. 스마트폰은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통신사를 거쳐야 하는데(주파수, 전파 인증 등의 문제로) 통신사에서 처리를 안하고 있는 겁니다. 본인들에겐 실질적으로 돈이 안되는 폰이니까요.

    • 칫솔
      2012년 10월 8일
      Reply

      구글, 이통사, 제조사 모두 공범입니다.

  3. 2012년 10월 8일
    Reply

    안녕하세요 (주)KIRD 입니다.(태블릿pc 제조업체)
    이번에 영화 자칼이 온다 시사회권 이벤트
    및 5행시 이벤트를 하려고 합니다. http://cafe.naver.com/kird88 여기서 진행을 하려고 하는데요
    혹시 초이님 블로그에 저희가 만든 자칼이온다 홍보이벤트 상세페이지를 올릴수 잇는 방법이 있을까요?

    가능한 부분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_^
    kird88@naver.com

    • 칫솔
      2012년 10월 8일
      Reply

      며칠만 KIRD님의 댓글을 남겨두도록 하지요. ^^

  4. 익명
    2012년 10월 8일
    Reply

    동의합니다.
    넥서스원을 보고 아이폰을 쓰다 넘어갔는데 진저브레드 업데이트가 느린 것을 보고 엄청난 실망을 했죠.

    넥서스7은 그나마 통신사의 입김이 닿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데 불안합니다.ㅎㅎ
    이번에도 실망하면 안드로이드와는 결별할 겁니다.

    • 칫솔
      2012년 10월 17일
      Reply

      저도 통신사 입김이 닿지 않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기대하는 중입니다.

  5. 터미네이터
    2012년 11월 5일
    Reply

    넥서스s는 해외보단 느리긴 했지만 갤s2에 이어 두번째로 아샌 업데이트 되었고,
    갤럭시넥서스, 넥서스s 는 갤럭시s3와 거의 함께 젤리빈 업데이트를 해줬으니
    해외보단 느려도 국내제조사보단 빠른게 확실하죠. 장점은 있는것 같습니다

    • 칫솔
      2012년 11월 7일
      Reply

      예전 같으면 확실히 빠르다고 하겠지만, 지금은 제조사가 단말마다 전략적으로 업그레이드 시기를 앞당기고 있는 만큼 넥서스만의 장점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구형까지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점은 인정해야겠군요.

  6. 갤넥
    2012년 11월 6일
    Reply

    순정지향 사용자라면 국내 레퍼런스사용은 비추천입니다. 본문에 언급하신대로 정말 신경도 안쓸뿐더러 업데이트도 상당히 늦죠. 몇몇 킬러앱은 사용할수조차 없구요

    반면 자신이 커스터마이징을 잘하고 부지런한 사용자라면, 국내폰은 넘볼 수 없는 해외롬의 빠른 업데이트, 또한 롬 커널 테마 등을 통해 무궁무진하게 유저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점이 구글 레퍼런스폰의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 칫솔
      2012년 11월 7일
      Reply

      뒤에 말씀한 외국에서의 빠른 업데이트를 국내에서도 더 빨리 실행했으면 싶습니다. 더불어 299달러에 내놓는 넥서스4의 국내 출시도 적극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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