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의 가속 페달을 밟는 HD DVD

워너 브라더스를 품에 안고 행복감에 젖어 있는 블루레이 디스크와 달리 2008년을 우울하게 시작한 HD DVD의 사망 선고일은 점점 더 앞당겨지고 있다. 워너 브라더스의 합류 이후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와 타이틀의 판매량의 급속한 증가를 보이면서 최대 점유율 격차가 90 대 10까지 벌어지자, 도시바는 슈퍼볼 광고를 통해 HD DVD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타이틀 번들화를 시도해 가까스로 그 격차를 70 대 30까지 줄여 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도시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HD DVD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더욱 냉랭해지고 있다. 미국의 초대형 물류 업체와 타이틀 대여 업체가 HD DVD에 대한 판매와 대여업을 접을 계획을 속속 밝히면서 HD DVD에 대한 시장 퇴출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베스트 바이(Best Buy)
베스트 바이는 차세대 영상 매체에서 중립적인 자세로 상품을 진열해 왔지만, 블루레이 디스크를 미래의 HD 방식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할 예정이다. 베스트 바이는 오는 3월부터 매장 뿐만 아니라 웹사이트에서도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와 타이틀을 전면에 배치하고, 사실상 HD DVD 판매를 중단한다.

월마트(Wal-mart)
월마트는 오는 6월가지 HD DVD 플레이어와 영화를 더 이상 확보할 계획이 없음을 공식 발표했다. 6월 이후에 월마트에서는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와 타이틀만 진열할 예정이다.

넷플릭스(Netflix)
미국 3대 비디오 대여 업체 중 하나인 넷플릭스가 베스트 바이와 같은 날 블루레이 디스크 타이틀에 대한 재고만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넷플릭스는 올해 말까지 갖고 있는 HD DVD 타이틀에 대해 부분적으로 대여는 계속할 예정이다.

마이클 베이(Michael Bay) 감독
지난 해 파라마운트의 HD DVD 독점 계약을 강하게 비난했던 <트랜스포머>의 마이클 베이 감독이 최근 홈미디어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블루레이 디스크가 더 낫기 때문에 HD DVD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사실상 블루레이 디스크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가 밝힌 이유는 차세대 디스크로 마스터링 하기 위한 툴이 가진 강점에서 블루레이 디스크가 HD DVD보다 낫기 때문이라고.

베스트바이와 월마트, 넷플릭스의 HD DVD 포기 발표는 지난 한 주 동안에 나온 것이다. 이들이 서둘러 HD DVD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발표할 수밖에 없던 배경이 몹시 궁금하지만, 어쨌든 HD DVD 상품을 판매할 매장과 유통망, 여기에 제작자 등이 이탈로 말미암아 HD DVD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던 다른 업체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장 중립적인 자세로 광망하며 듀얼 플레이어를 설계하고 제조하던 LG와 삼성, 그 밖의 대만의 가전 회사도 앞으로 듀얼 플레이어 제조를 멈춘다면 HD DVD에 대한 지원군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지난 수년 동안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불러왔던 차세대 영상 매체의 규격 싸움에서 전세를 역전시킬 원자폭탄을 도시바가 터뜨리지 않는 한 이제 남은 건 도시바의 종전 선언 뿐인 듯 싶다.

덧붙임 #
아키하바라 뉴스에 따르면 오늘(2월16일) 오후 4시 경 도시바가 곧 HD DVD의 사업 포기를 선언할 것이라고 일본 NHK가 보도했다고 한다. 진짜 끝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