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젝트 버터(Project Butter)
‘훗~’
‘프로젝트 버터’라는 이름을 듣고 살짝 콧바람이 섞인 웃음이 났다. 왜냐하면 하필 이렇게 느끼한 이름을 프로젝트 이름으로 썼을까가 아니라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버터는 이번에 발표한 젤리빈에서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빠른 반응성을 해결하기 위한 숙제의 이름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잘 느끼지 못할지라도 지금까지 써본 안드로이드 태블릿, 특히 허니콤 이후의 태블릿들은 홈 화면과 앱 상자에서 이동성과 터치 반응성이 그닥 좋지 않았다. 프로세서의 성능이 좋아진 지금은 그나마 나아지기는 했지만, 고해상도를 가진 큰 화면일수록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바로 프로젝트 버터이고 VSYNC와 트리플 버퍼링 등으로 버터가 녹는 것처럼 미끄러지는 움직임과 빠른 터치 반응성을 가지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니 이 이름을 얼마나 잘 지었단 말인가.
2. 젤리빈(Jellybean)
대부분은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 운영체제라고 여기지만, 구글은 태블릿 같은 모바일 장치를 아우를 뿐만 아니라 가정용으로도 많이 쓰이기를 희망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비롯된 모바일 혁명이라며 바람을 잡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구글은 허니콤 이후 안드로이드의 UX를 통합하는 작업을 했고,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부터 어떤 하드웨어라도 동일한 UX를 적용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그러고 어제 작년 10월에 공개된 ICS 이후 8개월 만에 내놓은 젤리빈을 내놓았다.
젤리빈은 화면과 터치 반응성, 더 늘어난 언어 지원, 알림바 개선, 홈과면과 위젯 사용성 향상, 안드로이드 빔으로 데이터 전송 등 ICS의 사용성에서 문제가 됐던 것을 개선했다. 구글 나우, 오프라인 지도와 DOCS, 음성 입력 같은 기능도 추가했고, 카메라의 기능도 보강했다. 이 기능들은 이용자의 이용 패턴을 분석하고,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아도 젤리빈 단말에서 급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이용성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ICS 만큼 스마트폰 업계에 메시지를 던지는 새로운 기능은 부족해 보이지만, 결국 이 기능이 들어간 새 안드로이드 OS를 레퍼런스 단말(넥서스S, 갤럭시 넥서스, 줌) 이용자들은 다음 달에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이용자들은 업데이트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고, 다른 ICS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젤리빈이 반영된 새 스마트폰이 나오기에 앞서 쓰기는 힘들 것이다. ICS 이후 젤리빈이 너무 빨리 나온 탓이다.
3. 넥서스7(Nexus7)
나는 구글에서 넥서스7을 공개하기 이전에 엔비디어와 에이수스가 만든 합작품이라는 소문 만으로 이 제품이 꽤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임을 직감했다. 이 제품은 CES 이전에 이미 하드웨어 골격이 완성된 상황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테니까. CES 당시 엔비디아 프레스 컨퍼런스의 마지막 세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제리 쉔 에이수스 CEO가 나란히 쿼드코어 테그라3를 넣은 7인치 패드를 들고 나타났는데, 당시에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올려 놓았고 뒤에도 카메라가 있었다. 구글 넥서스7은 당시의 디자인에서 일부가 변경되었는데, 어쨌거나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 제품을 249달러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그 이후 6개월 동안 출시되지 않았다. 넥서스7을 에이수스에서 제조하고 구글이 199달러에 7월 중순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한 아마도 CES 때 공개했던 그 제품은 계속 출시하지 않을 것 같다. 만약 출시한 다면 뒤에 카메라를 붙여 더 비싸게 내놓을 테고…
어쨌거나 넥서스7은 얼핏 보면 평범한 7인치 태블릿지만, 태블릿 환경에 더 나아진 젤리빈과 싼 값이라는 무기를 결합하면서 분위기는 좀 좋아진 모양새다. 특히 구글은 이번 넥서스7 발표에서 태블릿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구글 플레이의 영화, 음악, 도서, 그리고 잡지 기능을 강화해 발표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상당부분 쓸모 없는 이야기 뿐이지만, 어쨌거나 구글이 지지부진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환경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했을 것이다. 비싼 가격, 부족한 컨텐츠의 문제에서 이제 해방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만족하는 수준에 그쳤지만서도.
4. 플랫폼 개발 키트(Platform Development Kit)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간 발표 중에 플랫폼 개발 도구(PDK)가 있다. 젤리빈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oftware Development Kit) 이후에 언급된 것인데, 비중있게 다루지는 않는 듯하다. 아마도 플랫폼 개발 도구가 제조사를 위한 것이다 보니 관심도가 떨어진 것일 수 있다. 플랫폼 개발 도구는 안드로이드 하드웨어를 만드는 제조사를 위해서 내놓은 개발 도구지만, 사실은 차기 안드로이드를 공식 발표하기 몇 개월 전부터 미리 그 진행 정도를 공유하는 정책적 의미가 더 크다. 지금은 안드로이드를 발표한 뒤, 또는 레퍼런스 개발사들만 차기 안드로이드를 미리 접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PDK를 통해 안드로이드 개발 진행 상황을 미리 파악해 안드로이드 하드웨어와 업그레이드를 준비할 수 있게끔 조치한 것이다.
구글이 PDK를 내놓은 배경에는 모토롤라를 인수에 대한 제조사들의 반감을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새 안드로이드 발표 이후 너무 늦게 관련 하드웨어가 출시되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 물론 PDK를 제조사에 공개하는 것은 구글로도 위험 부담이 있는데, 무엇보다 차기 운영체제에 대한 정보가 제조사를 통해 외부로 새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를 무릅쓰고 공개하는 것은 제조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때문에 구글은 PDK를 소수 메이저 안드로이드 제조사에만 공개할 계획이다.
결국 구글로부터 안드로이드 개발 정보를 미리 얻게 될 하드웨어 제조사들에게 쏠릴 책임이 더 커진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빠르게 준비한다는 것은 아는 이용자들은 그만큼 더 빠른 출시와 업그레이드를 요구할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PDK는 제조사들의 머리를 더 아프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덧붙임 #
구글 I/O 첫날 키노트는 아래 링크에서. 2시간 동안 이를 지켜본 참석자들의 인내가 정말 대단하다.
http://www.youtube.com/watch?v=VuC0i4xTyrI&feature=youtu.be
미국 현지 시각으로 6월 27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Google I/O가 열렸다. 키노트에서는 Apple iOS와 함께 세계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Android의 새로운 버전 Jelly Bean이 발표되었다. Android 4.1 Jelly Bean은 Google의 첫 레퍼런스 타블렛 Nexus 7과 자칭 Social Streaming Media Player라고 부르는 Nexus Q가 함께 발표되었다. 더불어 지난번 프로토타입으..
넥서스 7 은.. 뭐.. 음…… 솔직히 좀 애매하다 싶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이패드와의 경쟁은 힘들것 같고요.. 컨텐츠가 뒷받침 된다는 전제하에… 킨들 파이어와 맞붙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일단 지켜봐야죠. 싼 가격을 무기로 어떤 시장을 만들어내는지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