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나 iOS 장치를 통해 크롬캐스트로 할 수 있는 일은 공식적으로 유투브와 넷플릭스, 구글 무비의 컨텐츠를 볼 수 있는 게 전부다. 크롬캐스트 앱에 표시되지 않은 것 중 구글 뮤직도 앱에서는 스트리밍을 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서 이용할 수 없는 만큼 실제 이용 가능한 서비스는 유투브, 구글 무비, 구글 뮤직 정도인 셈이다. 아직 국내 서비스 중 크롬캐스트를 정식 지원하는 국내 모바일 서비스는 없다.
어찌됐든 유투브는 크롬캐스트의 가장 핵심이 되는 킬러 서비스다. 그렇다면 크롬캐스트는 유투브의 모든 영상을 볼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예’가 아니라 ‘아니오’라니 의외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크롬캐스트는 유투브의 모든 동영상을 다 재생하지 않는다. 크롬캐스트 역시 유투브의 저작권 정책에 따라 컨텐츠를 재생하기 때문이다.
크롬캐스트에서 재생할 수 없는 컨텐츠 중 하나가 실시간 생중계다. 최근 들어 유투브를 통해 메이저리그 같은 일부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고 많은 이들이 이 중계롤 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영상들은 크롬캐스트를 거쳐 TV를 통해서 볼 수 없도록 차단되어 있다. 이같은 소식이 스포츠 팬들을 섭섭하게 만들지도 모르지만, 해당 컨텐츠가 기본적으로 모바일이나 PC를 통해서만 시청하도록 중계 계약이 되어 있다면 TV 재생을 목적으로 하는 크롬캐스트 같은 장치를 통해서 볼 수 없는 것이다. PC에서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서 크롬캐스트에서 재생하려고 시도해도 역시 볼 수 없다. PC 크롬브라우저를 이용한 미러링도 유투브 만큼은 적용되지 않는다. 유투브의 컨텐츠 정책은 생각보다 더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구글을 비롯해 컨텐츠 업계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용자가 모바일의 시청 경험을 크롬캐스트와 같은 장치를 이용해 고스란히 TV로 이어가고자 하는 것을 방해받으면 결국 일관되지 못한 나쁜 경험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컨텐츠를 접하는 경험이 더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크롬캐스트가 TV를 위해서 만들어진 장치기는 해도 그 바탕이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과연 그것이 TV의 컨텐츠 정책을 따라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은 PC, 모바일, TV 같은 장치 개념으로 구분하는 터라 이러한 요구가 무리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크롬캐스트처럼 PC와 모바일, TV를 넘나드는 장치가 나오고,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렇게 낡은 구분법으로 컨텐츠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게 옳은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솔직히 크롬캐스트가 아니어도 미라캐스트나 와이다이 같은 미러링 기술을 통해 우리는 어렵지 않게 모바일이나 PC의 영상을 TV에서 볼 수 있는 통제가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과연 이러한 구분이 의미가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구글 뿐만 아니라 컨텐츠 공급자의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꼬여 있는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로 보이지만, 모바일의 시청 경험을 TV에서 이어가고자 하는 이용자의 욕구와 크게 충돌하는 부분이다. 더구나 크롬캐스트가 단순하고 쉬운 장치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복잡하게 만드는 탓에 이용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은 되고 무엇은 되지 않는 것을 가려가면서 써야 한다면 그것은 결코 쉬운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크롬캐스트 하나만 있으면 유투브의 모든 영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이들에게 이처럼 예외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 달갑지 않겠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크롬캐스트는 쉬운 제품으로 분류할 수 없다. 크롬캐스트와 유투브는 구글에게 새로운 숙제가 된 셈이다.
덧붙임 #
1. 다음 이야기는 크롬캐스트와 PC의 관계를 다룰 예정이다.
2. 크롬캐스트가 어떤 장치인지 궁금하면 아래 리뷰를 참고하기 바란다.
크롬캐스트, 잡다해도 괜찮다. 이 값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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