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OS의 장점 중 하나는 이용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알아서 운영체제를 관리한다는 데 있다. 운영체제가 꾸준한 성능을 유지하고 새로운 기능을 더하며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보안 기술들을 이용자가 매일 확인할 필요 없이 때에 맞춰 알아서 업데이트된다. 이것은 구글이 크롬OS를 내놓으면서 다른 운영체제와 다른 웹 OS의 장점으로 내세운 것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러한 크롬OS의 관리를 4년 동안만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모든 상황에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구글은 그제 크롬 OS의 수명 종료 정책(Chrome OS End Of Life Policy)을 공개하고 앞으로크롬OS의 업데이트를 최소 4년만 보장한다고 밝혔다. 크롬OS를 탑재한 제품이 출시되면 그 뒤로 4년까지는 크롬OS 업데이트를 자동으로 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이러한 업데이트가 계속 제공될지 여부는 보증하지 않는 것이다. 수명 종료 이후 기업용과 교육용 제품들은 관리자 제어판에서 새로운 기능을 확인하지 못한다.
구글은 크롬OS의 수명 종료에 대한 이유로 최신 기술을 적용하기 힘든 하드웨어 문제를 들었다. 4년이 지난 하드웨어에서 크롬OS가 제공할 최신 기술을 모두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이러한 수명 종료 정책을 세운 이유로 알려졌다. 구글은 크롬OS 제품별로 수명 종료에 대한 안내를 할 예정인데, 에이서가 맨처음 내놨던 AC700 크롬북은 2015년 7월부로 수명 종료되며 그 밖의 제품들에 대한 수명 종료 일정을 크롬 페이지에 공개해 놓았다.
‘수명 종료’라는 말이 좀 헷갈리는 용어일 수 있으나 이를 단순하게 말하면 더 이상 구글의 관리를 받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운영체제는 그 자체로 완전한 것은 아니고 빠르게 발전하는 다양한 기술을 이용자가 쓸 수 있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과 아울러 최근에는 외부의 갖가지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보안 능력도 중요하다. 수명 종료는 이러한 기능을 더 이상 받지 못하는 만큼 이용자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거나 업데이트 없이 써야 한다.
이 정책이 공개된 이후의 반응은 역시 갈린다. 4년이면 충분히 지원한 것으로 본다는 쪽과 4년도 채 못쓰는 정책이 반가울 리 없다는 것이다. 4년이면 충분하다는 옹호론은 크롬OS를 쓴 제품의 상황을 감안하고 있다. 구글이 금전적으로 남지 않는 운영체제를 공급하면서 공짜로 배포되는 크롬OS를 탑재한 30만원 안팎의 제품을 4년쯤 썼다면 충분히 제 가치를 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 정책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하지만 크롬OS를 통해서 써야 하는 서비스를 팔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남지 않는 장사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옹호론에 맞서는 반론도 결코 만만치 않다. 구글이 크롬OS의 수명 종료를 최소 4년으로 잡았기 때문에 딱 잘라 4년만 지원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말 4년만 지원하는 제품을 쓴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4년이라는 기간은 제품이 출시된 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조금 늦게 사면 지원 기간은 그만큼 짧아지고 제품을 쓰는 기간 자체가 짧아지는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조금더 오랫동안 제품을 쓰고 싶으나 운영체제가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하지 않는 이상 그 상태로 쓰다가 버리는 수밖에 없는데, 소프트웨어적인 유지보수 방법이 없는 만큼 수명은 단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PC 사용성을 보면 구글에서 말하는 하드웨어의 기술적 문제를 운영체제의 지원 종료의 이유로 삼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가질 만하다. 크롬OS가 노트북 형태의 크롬북과 미니 데스크톱 형태의 크롬박스, 그리고 일체형 제품인 크롬베이스 등 다양한 형태의 장치에 쓰이고 있지만, 이들 장치의 특성상 하루 종일 쉼없이 켜놓고 쓰는 것도 아닌데다 현재의 처리 성능을 보면 대단한 작업은 아니어도 일반적인 작업을 하는 데 있어 큰 무리는 없기 때문이다. 4년 뒤에 일부 처리 성능이 뒤쳐지거나 그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이용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기능과 성능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면 시스템을 더 오래 쓸 수 있는 보호 기능을 제외할 까닭이 있는지 의문인 것이다.
비용적인 문제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크롬OS를 쓰는 제품을 채택하는 이유로 유지관리가 쉽고 그만큼 비용절감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4년마다 새로운 제품으로 바꿔 써야 한다면 그러한 장점이 발휘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수명 종료 기간이 지나더라도 제품을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품의 수명과 상관 없는 운영체제의 수명 종료는 사실상 제품에 대한 정해지지 않은 사형 선고를 내린 상황에서 이용자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문제는 미래의 크롬OS 하드웨어가 지금처럼 낮은 가격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의 영향도 받을 테고 시장의 변화에 따라 제품 가격은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크롬OS 장치를 교체하는 예산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크롬OS 제품을 구매하는 이용자에 대한 불안을 야기하는 점도 있다. 구글이 크롬OS의 수명 종료를 최소 4년으로 잡은 것은 적어도 4년은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4년을 넘겨서 보장한다는 의미도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 스스로 크롬OS 제품을 구매할 때 이점을 감안해야만 한다. 더불어 이용자가 구매한 제품에 대한 이용 기간을 이용자가 아닌 타의에 의해 조정되는 것도 이용자 입장에서 그리 편한 마음일 수는 없을 듯하다.
분명 모든 제품을 영원히 쓸 수는 없다. 대부분은 어떤 이유로든 쓸 수 있는 환경이 있고 또한 아닐 수도 있다. 구글이 크롬OS의 수명 종료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곤란한 부분도 있다. 적어도 대규모 업데이트가 요구되는 기능적인 문제와 그것과 별개로 유지 보수를 위한 업데이트를 구분해 수명 종료 기간을 정했다면 이용자로서 그 결정을 이해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번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자충수를 둔게 아닐까요?
자충수까지는 아니겠지만, 크롬OS 기반의 환경을 도입하려는 환경에서 좀더 고민할 부분이 생긴 것 같긴 합니다.
그렇군요.. 종료가 되는군요… 흠…
처음 나왔을때는 뭔가 될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더라구요^^
크롬OS에 기반한 시장도 부쩍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 이같은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구글이 잘했든 못했든 문제는 이러한 행태를 제지할 방법이 없죠. 다른 경쟁사의 제품을 써야할텐데 그래봐야 윈도우고 윈도우도 공식적으로는 5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맥의 현재 OSX 도 오래된 자사맥에는 설치가 안되구요. 저는 구글이 현실적으로 지원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거죠. 어찌되었든 기준이 필요하니까요. 사용자 입장에선 기분이 않좋겠지만요.
윈도우 지원 정책에 대해선 일부러 언급하진 않았습니다만, 일반 지원과 연장 지원의 개념이 있고 지역마다 지원 기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다음 링크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http://support.microsoft.com/lifecycle/?c2=14019
미리 언급을 하고 제한을 두는 것과 특별히 강조하지 않다가 일몰 시점이 다가오면서 강조하는 것의 차이라는 느낌입니다. 사전에 저리 공지를 하게되면 4년이 되는 시점에 굳이 연장에 대한 니즈가 많이 안나올 가능성이 있고, 잘 모르던 상태에서 일몰 공지를 받으면 연장에 대한 강한 니즈가 생기는(예: 윈도XP)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현실적이나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나? 의 느낌이네요. 때되서 “미안하다! 더이상 업데이트가 안된다, 당신의 기계는!” 안내가 나와도 큰 불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일몰 시점이 올때마다 논란은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그에 대한 대비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크롬OS는 너무 짧은 느낌이 듭니다. 사실 MS도 이러한 지원종료 정책은 윈도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내놓고 있긴 하지요. 윈도7의 일반지원도 내년부터 종료되고 연장 지원으로 넘어가는 데 이 사실을 아는 이들도 별로 없는 이유는 좀더 들여다봐야 할 문제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이 댓글이 휴지통에 있어 복원했습니다. 텍스트큐브의 강화된 스팸 플러그인이 정상적인 댓글도 가끔 휴지통에 넣어서 저도 좀 곤혹스럽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4년이면 크롬 OS의 업데이트 제공 기간이 짧긴 하네요. 그리고 업데이트도 보면 MS나 많은 OS 제공사들이 보안 패치를 기대 수준에 수렴하는 형태(100% 완벽하게 보안 수준 제공)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서비스를 계속 만들어 패치하는 등 보안 취약점은 계속 늘어나는 경우가 일반적이죠. 그것도 문제입니다.
한다미로 옮기면 다름아닌 ‘땜빵 처치’가 문제지요. 그런데 급할 때는 땜빵이라도 필요한 데 그것마저도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