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에이수스는 컴퓨텍스에서 독특함을 넘어서는 제품을 공개해왔다. 태블릿과 노트북 같은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을 넘어서 두 개의 운영체제를 동시에 쓸 수 있는 제품을 공개한 데 이어, 화면과 분리되는 키보드 본체에 각각 다른 운영체제를 넣은 제품까지 하나의 제품으로 여러 활용을 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이번 컴퓨텍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에이수스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한 번에 다섯 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북 V를 공개했다. 컴퓨텍스 개막에 앞서 가진 기자 간담회를 통해 공개한 트랜스포머북 V는 노트북과 태블릿, 스마트폰을 모두 합쳐 다섯 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올인원 제품이다.
트랜스포머북 V의 폼팩터는 익히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태블릿과 키보드를 분리할 수 있는 투인원(2-in-1)이 기본 골격이다. 화면부를 키보드에서 떼면 윈도 태블릿으로 쓸 수 있고 키보드에 붙이면 윈도 노트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다. 태블릿에 에이수스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꽂을 수 있는 도크가 있다. 즉, 이 제품은 스마트폰까지 합쳐 쓸 수 있는 ‘패드폰’ 제품이라는 뜻이다. 이 스마트폰을 태블릿 뒤에 꽂으면 데이터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쓸 수 있다. 그리고 이 태블릿을 키보드 도크에 꽂으면 안드로이드 노트북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윈도 노트북과 태블릿,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노트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까지 모두 다섯 가지로 활용 가능한 셈이다.
그런데 에이수스 트랜스포머북V가 흥미로운 점은 사실 다른 데 있다. 에이수스는 이에 앞서 윈도와 안드로이드를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 제품을 인텔과 함께 선보인 적이 있으나 출시하지 못했다. MS와 구글 모두 두 운영체제를 선택적으로 쓰는 제품의 출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때문이다. 이는 에이수스 뿐만 아니라 유사 기능을 갖고 있던 삼성도 포기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트랜스포머북 V는 그런 부정적인 문제와 거리를 두고 있다. 트랜스포머북 V의 태블릿 부분에는 윈도를,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를 넣어 각각 따로 작동하는 제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에이수스는 태블릿 도크에 스마트폰을 꽂은 상황에서만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반발을 피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는데, 구글과 MS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나 이번만큼은 딴지를 걸기 힘들어 보인다.
단지 큰 걸림들을 피하긴 했으나 트랜스포머북 V가 우리나라에 출시될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태블릿과 키보드 도크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까지 더해 놓은 제품 구성이 걸림돌이라서다. 세 제품을 모두 포함한 가격도 문제지만 굳이 낯선 스마트폰까지 구매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모르는 일. 정말 다섯 가지의 활용성이 필요한 상황이 얼마나 많을 지는 모른다. 어딘가에 그런 요구가 있기 때문에 이들도 만들었을 터. 기술적으로도 재미있는 제품인 것은 맞다. 그저 이 제품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라는 게 함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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