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일. 이때부터 티빙(tving)을 이용하기 시작했으니까 몇달만 지나면 만 5년째 이 서비스를 쓰게 될 듯하다. 흥미로운 점은 시작할 때는 DMB를 대체할 수 있는 모바일 TV의 기능을 찾다가 시작한 티빙이 지금은 집이라는 고정된 공간 뿐만 아니라 온갖 스마트한 장치의 컨텐츠 시청 환경을 바꿀 만큼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케이블이나 위성을 봐야 할 이유가 적은 환경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어느새 티빙이 그 영역까지 대체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인정한다. 결국 이러한 변화들을 모아보면 티빙이 지금 몇 안되는 우리나라 OTT 서비스의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 이유를 알게 된다.
하지만 이 글은 티빙의 좋은 점에 한참 거리를 두고 있다. 이 글은 모바일과 책상, 거실에 이르기까지 티빙을 쓰고 있는 오래된 유료 이용자가 최근에 겪고 있는 불편한 이용자 경험에 대한 것이다. 물론 티빙 이용자마다 그 불편의 정도가 다를 것이고 모바일처럼 특정한 환경에서만 이용하고 있다면 전혀 불편을 느끼진 못할 수 있다. 단지 나처럼 티빙의 N스크린 전략이 주효했던 이용자 중 한사람이 볼 때 티빙의 일관성 없는 이용자 경험은 지적할 필요는 있다.
티빙은 컨텐츠를 중심에 둔 N스크린 전략을 펴왔다. 3G나 LTE, 무선 랜 같은 네트워크 환경만 있다면 이용자가 쓰고 있는 장치에서 같은 컨텐츠를 볼 수 있는 경험을 주는 방향을 잡은 것이다. 적어도 티빙은 이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전략만큼은 옳았다고 본다. 물론 이것은 영향력 있는 컨텐츠의 힘이 작용한 점도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단 하나의 ID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원하는 컨텐츠를 볼 수 있는 이점이 크게 느낄 법하다. 물론 지상파의 지배력이 강한 컨텐츠를 모바일이나 PC 브라우저가 아닌 다른 환경에서 볼 수 없는 점에서 이것도 일관되지 못한 이용자 경험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컨텐츠의 경험은 어느 정도 일관성 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각 컨텐츠를 시청하는 방법은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것은 단순히 서로 다른 플랫폼, 장치의 특성에 맞춰 티빙을 재구성했기 때문이 아니라 각 장치의 환경에 따라 티빙의 GUI와 기능의 유무가 달라져 전혀 같은 서비스로 볼 수 없다. 티빙은 모바일에서 앱과 모바일 웹을 모두 지원한다. PC와 노트북은 웹브라우저 환경만, TV는 크롬캐스트와 티빙 박스로 나뉘어 있다. 장치들이나 운영체제는 모두 다르지만 어디에서나 티빙은 볼 수 있으나 구성도 조금씩 다르고 조작방법도 모두 다르다. 하나씩 떼어서 쓰면 별 문제는 없지만, 여러 환경을 넘나들며 쓸 땐 문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무엇이 티빙을 불편하게 할까? 먼저 마이 채널부터 보자. 마이채널은 이용자 편의대로 즐겨보는 채널을 따로 모아 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마이채널은 모바일이나 PC에서 어렵지 않게 등록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괜찮은 기능으로 소개할 수 있다. 하지만 순서의 편집은 PC의 웹브라우저에서만 할 수 있는데, 마이채널을 정돈하는 이용자 인터페이스가 정말 허섭스레기다. 큰 브라우저를 놔둔 채 억지로 작은 브라우저를 띄우고 위아래 스크롤을 해가며 버튼을 이것저것 누르도록 만들었다. 프레임마저 고정한 탓에 창을 키운다고 작업 공간이 늘어나지 않는다. 아마 이 부분을 담당한 누군가는 많은 이용자가 이 서비스를 쓰면서 그들에게 더 많은 요구를 피드백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나 보다.
마이채널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려운 편집을 마치고 마이채널을 쓸 수 있는 환경은 모바일 앱과 모바일 웹, PC 웹과 모바일 앱을 통한 크롬캐스트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최근에 출시한 티빙 스틱에서 마이채널이 찾을 수 없다. 눈을 수백번 씻고 봐도 없다. 티빙 스틱은 지상파 방송을 제외한 거의 모든 채널은 모바일과 웹으로 보는 것과 똑같기 때문에 티빙 스틱을 쓰는 경험이 모바일이나 PC의 이용 경험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닌 데도 마이채널을 넣지 않았다.
최근에 출시한 티빙 스틱도 이러한 일관된 경험을 해친다. (스마트TV의 알맹이 없는 티빙 앱은 이 이야기에서 생략하고) TV에서 티빙을 보는 방법은 크롬캐스트와 티빙 스틱 두 가지다. 크롬캐스트는 모바일 티빙 앱을 이용하므로 시청 경험이 모바일과 TV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특성을 지닌다. 모바일 티빙에서 컨텐츠를 선택하면 크롬캐스트가 해당 컨텐츠를 가져와 TV에 보여준다. 하지만 티빙 스틱은 모바일의 경험과 단절되어 있다. 티빙 스틱은 티빙 모바일 앱과 다른 구성의 리모컨 앱을 설치한다. 이 리모컨 앱은 영화나 주문형 컨텐츠, TV와 같은 항목을 고를 수 있고, 어느 메뉴에서나 4방향 버튼과 채널, 음량 조절 버튼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리모컨 앱 속 버튼의 위치와 TV에 표시된 메뉴의 동작을 번갈아가면서 고르다보면 절로 티빙 앱에서 고르기만 하면 TV에서 재생해주는 크롬캐스트가 절로 생각난다. 리모컨 앱을 없애라는 말이 아니라 어째서 더 직관적이고 편한 인터페이스를 적용하지 않은 채, 모바일과 TV의 경계를 그렇게 강하게 두려 했는지 의문이다. 티빙 스틱을 산 이용자가 모바일 티빙을 볼 수 없는 것도 아닌 데 말이다.
윈도 8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11에서 티빙에 접속해 TV 모드를 전체 화면에서 늘린 상태로 멀티 모드를 띄울 때 티빙의 채널 페이지 이동과 IE의 웹페이지 이동 버튼이 겹쳐서 어느 버튼도 누르기 힘든 것이나 마우스 커서를 없애지 못하는 문제 같은 불편은 앞서 지적한 것에 비하면 사소한 것일 게다(그래도 불편한 것은 맞지만). 이러한 자잘한 문제를 떠나 티빙 컨텐츠를 어디에서나 소비할 수 있는 시청 경험을 주겠다는 N스크린 전략의 핵심에 컨텐츠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티빙이 지금까지 구현한 기능들이 각기 다른 환경에 두루 쓰여 같은 시청 경험을 유지시키겠다는 강력한 관점이 작용했다면 이처럼 오락가락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아마도 나처럼 모든 티빙 환경을 구축한 이가 티빙 내부에 있긴 하겠지만, 그 관점을 인정하는 이들이 별로 없으면 앞으로도 따로 국밥 같은 티빙으로 남지 않을까? 하나의 티빙이 아니라 여러 개의 티빙은 참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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