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푼(TSPOON)에 바라는 것

티빙의 새로운 서비스, 티스푼
강남스타일을 들고 미국으로 날아간 가수 싸이(PSY)의 활약상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대단하다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영상이 가진 힘에 놀라고 때론 신기함을 느끼기도 한다. 한글로 된 노래를 따라 부르고 말춤을 함께 추는 수많은 미국인들은 물론 그곳의 연예인과 방송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낯설지만, 이곳에서 지켜 보는 그런 모습들은 시시콜콜한 분석을 떠나 한편으로는 신기하면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장면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비록 미국에서 촬영된 것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전 세계가 즐길 수 있는 그런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인기를 누리는 주제의 동영상들도 고민은 있다. 관련 동영상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즉, 보고 싶은 동영상이 아니어도 너무 많은 동영상이 검색되면 보려는 동영상을 찾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누구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고 검색에 띄울 수 있지만, 이제는 관심사에 따라서 나눠서 볼 때가 된 것이다. 태그와 같은 기계적인 분류보다 사람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로 영상을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티스푼’ (http://tspoon.tving.com )이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영상 중심의 관심 기반 서비스

티스푼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동영상 중심의 관심 기반 서비스다. 핀터레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관심 기반 소셜 미디어의 주목도도 높아졌고 비슷한 서비스도 늘어났는데, 티스푼은 사진 대신 관심 있는 동영상을 모을 수 있는 그런 서비스다. 사실 좀더 일찍이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Zeen과 개념은 비슷한 반면 느낌은 실지 핀터레스트와 좀더 닯아 있기는 하다.

티빙의 새로운 서비스, 티스푼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는 않다. 브라우저에 티스푼에서 제공하는 스크립트 북마크를 저장한 다음 유투브나 다음 TV팟, 티빙 같은 영상 서비스에서 보던 동영상 중에 담고 싶은 게 있다면 이 버튼만 누르면 된다. 물론 동영상 자체를 따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의 링크와 대표 이미지만 저장할 뿐이고, 동영상을 주제별 모음이라고 할 수 있는 컬렉션으로 따로 저장할 수도 있다.

일단 티스푼이 좋은 이유는 단순히 링크를 모아 놓은 데 그치지 않고 티스푼 안에서 재생하는 점이다. 여러 동영상 서비스에서 링크를 가져와 컬렉션을 만들었을 때 각 동영상을 보기 위해 새 창을 열어 해당 서비스로 빠져나가지 않으므로 귀찮을 법한 문제 하나가 제거된 상태다. 하지만 컬렉션 전체를 연속 재생하는 기능, 처음 저장된 순서부터 재생하는 기능, 또한 재생 순서를 바꾸는 편집 기능은 많이 약한데, 기능 관련 문제는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티빙의 새로운 서비스, 티스푼
티스푼의 컬렉션이 무엇인지 궁금하면 필자가 만든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티스푼 서비스를 써보기 위해서 이병욱 프로의 골프 레슨 컬렉션싸이의 미국 활약상에 관한 두 개의 컬렉션을 만들었다.

양질의 2차 저작물 시장의 새판을 짰으면…

티스푼 같은 관심 기반 서비스는 어쩌면 기능에 집착해서는 오랫동안 서비스를 못할 수도 있다. 기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할 경우 비슷한 기능을 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드는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티스푼은 시작부터 서비스 경쟁력부터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단 티스푼 베타를 쓰다가 “내가 이곳에 꾸준하게 컬렉션을 만들 이유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봤다. 일단 주제별로 동영상을 관리해 나중에 다시 보는 용도로는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 이외에 딱히 떠오르는 이유는 찾기 어렵다. “구독자로서 이곳을 계속 이용할까?”라는 질문을 바꿔보면 좀더 그럴싸한 조건은 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괜찮은(그 범위는 매우 넓겠지만) 컬렉션이 있다면 아마 그 컬렉션은 구독해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처럼 단순히 수많은 동영상 링크를 메인 페이지에 띄워 놓는 것만 갖고는 티스푼에 계속 머무를 것 같지는 않다.

티빙의 새로운 서비스, 티스푼
이 말은 구독자에게 흔하디 흔한 동영상을 추천하는 게 아니라 컬렉션을 통해 동영상의 가치를 재포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동영상에서 양질의 동영상만 선별했거나 동영상을 모아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컬렉션이라면 구독자에겐 다른 가치로 이해될 수 있는데, 지금 베타 서비스에는 그런 것이 없다. 왜냐하면 컬렉션을 만드는 이용자인 ‘스푸너’에게 그런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는 장치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 이용자는 자기 컬렉션을 모으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실지 수많은 동영상을 모아서 새로운 가치 창출을 해낼 이용자만 있어도 이 서비스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분명 생긴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이용자에게 똑같은 기회를 줄 수는 없을 테지만, 동영상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것이야 말로 티스푼의 경쟁력이 될 수 있고, 이들을 위해 판을 만드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지금 티스푼 베타에서 경험한 컬렉션은 사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지 딱히 정해진 것은 없는 듯 보인다. 컬렉션의 주제는 만드는 사람이 알아서 정하고 그 안에 무엇이 들어가든 신경쓰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사실 서비스 개발 측면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쓰는 것은 이용자의 자유니까. 하지만 이용자가 컬렉션 생산에 적극성을 띄도록 정책을 세우는 것은 이 서비스를 만드는 이들의 몫이다. 그런 밑그림을 그려놓고 시작한 서비스가 아니라면 새로운 형식의 북마크 서비스를 뛰어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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