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가 출시된 국가마다 많은 이들이 거리로, 들로 뛰쳐 나갔다. 그들은 모두 10대 가 아니다. 몬스터를 잡고자 뛰쳐나온 이들 속에는 20대도 있고, 30대도 보였으며, 40대도 섞여 있었다. 포켓몬을 잡고 싶은 열망을 가진 이렇게 다양한 세대의 등장이 너무나도 놀랍다.
이처럼 포켓몬 고가 연일 뉴스의 상단을 차지하자 온갖 분석이 쏟아진다. 포켓몬 고를 만들어낸 기술, 지적 재산의 중요성, 시장의 파급 효과 등을 따진다. 그런데 나는 이런 저런 원인을 분석하고 오만가지 이유를 대는 대부분의 글에서 잘 언급하지 않는 하나가 있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포켓몬 고의 성공이 포켓몬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은 동의하지만, 그것을 짚은 대부분 글에서 최초 포켓몬 게임의 설정에서 오는 욕망에 대한 해석이 없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물론 포켓몬은 배경은 가상의 세계다. 몬스터를 잡아 작은 공에 담는 일들이 결코 현실적이라 말할 수는 없다. 단지 이 게임의 기본 줄기를 이해한다면 지금 포켓몬 고에 많은 게이머가 감정을 이입하는지 이해된다.
포켓몬스터 게임은 단순히 몬스터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몬스터를 잡아 능력을 길러 상대를 물리친다. 그런데 몬스터로 물리칠 상대에 선악의 개념이 투영되어 있지 않다. 단지 상대를 물리치고 명예를 가져야 할 단순한 당위성만 있다. 이른바 지역을 돌아다니며 좀더 강한 다른 포켓몬 트레이너와 싸워 이기는 도장깨기를 통해 능력치를 기른 뒤 포켓몬 마스터의 영예를 차지하는 롤플레잉 게임이었다. 포켓몬 마스터가 되어야 하는 역할(Role)을 부여받은 이들은 이 게임에서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 할 일은 그리 복잡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포켓몬 트레이너에서 포켓몬 마스터로 성장하는 게임의 기본 골격은 이 이후의 시리즈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몇 가지 규칙들(Rules), 이를 테면 상대 몬스터의 속성에 따른 강함과 약함에 대한 상성의 규칙이 늘어나면서 게이머들은 그 규칙을 받아들이고 이에 능숙하게 다루기 위한 수많은 훈련을 거듭한다. 불꽃, 물, 전기, 풀, 얼음, 격투, 독, 땅, 비행, 초능력, 벌레, 바위, 고스트, 드래곤, 약, 강철 등 여러 속성의 몬스터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때 몬스터의 상성과 게임 규칙은 단순히 몬스터를 강화하는 게 목적이라기보다 게이머가 얼마나 전략적으로 몬스터를 다루도록 만드는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나의 강한 몬스터가 아니라 다양한 속성의 몬스터를 적절하게 다루는 것이 포켓몬 마스터의 중요한 자질인 것이다.
규칙과 전략. 이 두 요소가 함께 전개되는 영역은 바로 스포츠다. 거의 모든 스포츠는 규칙에 따라 경기를 진행하지만, 스포츠에서 맞대결하는 상대는 수많은 전략과 전술을 통해 상대를 공략한다. 포켓몬스터 속 단순한 게임 방식도 사실은 스포츠와 비슷하다. 게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일정한 규칙 아래 이기기 위한 다양한 전략아래 전술을 수행하는 스포츠와 다름 아니다. 포켓몬스터는 롤플레잉 게임이지만 우리는 이미 다른 형태의 스포츠 게임 규칙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포켓몬 마스터라는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기 위해 수많은 게이머는 아마추어로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훈련을 하고 있던 것이다.
이처럼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의 규칙 속에서 포켓몬 마스터가 됐다. 단지 포켓몬 고 이전까지 포켓몬 마스터는 게임 속의 성과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그것이 되기 위한 욕망 또한 컸다. 그 성과의 열매를 따기 위해서 수많은 이들이 장장 20년의 시간을 투자해 새로운 포켓몬을 즐겼다. 그 시간 동안 성장한 것은 포켓몬스터라는 지적 자산이 아니라 포켓몬스터의 규칙을 피부에 아로 새긴 게이머들의 포켓몬 마스터를 향한 욕망이다.
그러한 포켓몬스터의 규칙을 20년 동안 익히면서 성장한 게이머들에게 포켓몬 고는 마침내 방아쇠를 당긴 셈이 됐다.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이들에게 이제 포켓몬 마스터는 더 이상 게임 안에서 얻는 성과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갖게 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한 것이다. 포켓몬 게임에서 게이머를 대신하던 캐릭터의 자리를 포켓몬 고에서 게이머가 직접 선 셈이다. 그리고 그 게이머들은 이제 포켓몬스터에서 익혔던 그 규칙들을 기반으로 포켓몬 고에서 그 스포츠를 즐길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포켓몬 마스터에 대한 욕망을 드디어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켓몬 마스터를 동경하는 게이머. 포켓몬의 지적 자산을 관리하는 포켓몬 컴퍼니와 포켓몬 고를 만든 나이앤틱은 그 욕망을 아주 적절히 건드렸다. 게이머들은 즉각 반응했고, 지금 수많은 이들이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어 뛰어다니고 있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욕망은 포켓몬스터를 잡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의 욕망은 단순히 포켓몬의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처럼 이들이 소유한 포켓몬을 통해 진정한 포켓몬 마스터가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서다. 그 욕망은 이제 포켓몬스터를 디지털 게임이 아닌 새로운 지적 자산 기반의 스포츠로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은 분명하다.
포켓몬 고는 분명 성공했다. 하지만 게이머들이 열광하는 것은 포켓몬 고가 아니다. 포켓몬스터 게임이 갖고 있던 최초의 게임 디자인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스포츠와 같은 포켓몬스터의 게임 규칙과 포켓몬 마스터라는 자리를 갖고자 하는 욕망이 포켓몬 고를 통해 분출된 것이니까. 포켓몬스터가 아니라도 좋은 지적 자산은 많지만, 포켓몬 고와 같은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러한 욕망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어린 자녀들이 20년 뒤에 뽀로로에 대한 무슨 열망을 갖겠는가? 좋은 지적 재산의 힘이 아닌 욕망을 가진 지적 재산의 힘. 포켓몬 고의 성공의 비밀은 사람의 마음 속에 자라고 있던 그 욕망이다…
덧붙임 #
- 포켓몬 고에 의한 경제성 분석은 포켓몬 리그 같은 프로 스포츠로 발전한 이후까지를 가정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앱이 벌어들이는 인앱 수익이나 O2O 영역에 부분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프로화된 포켓몬에 비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미미하기 때문이다.
-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16년 7월 22일에 공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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