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미디어 환경을 위한 필요한 선택, 플렉스(PLEX)

플렉스, PLEX

시놀로지 NAS는 설치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네트워크 저장 장치가 아니어서다. 겉으로는 네트워크에 붙이는 저장 장치인 척할 뿐, 응용 프로그램을 깔아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있는 확장성은 강점이다. 물론 사람마다 설치하는 응용 프로그램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저 데이터를 저장해 놓는 장치로 쓸 수도 있고, 웹 사이트를 개발하는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VPN 같은 특수한 목적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시놀로지 NAS에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어도 어차피 집이라는 공간에서 개인 미디어 서버로 돌리려는 목적이 크다보니 가장 눈여겨 봤던 것은 미디어 관리 기능이다. 시놀로지가 자체 운영체제 DSM 5.1에서 이 능력을 강화했다고 했을 때 상대적으로 기쁜 마음이었지만, 막상 동영상이나 음악, 사진을 관리하는 앱을 하나씩 실행했을 때 하직 허술하다는 느낌을 벗어나긴 힘들다. 무엇보다 컨텐츠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과 한글을 쓰는 우리나라 환경에 맞추지 못하는 점이 늘 불만이었다.

플렉스, PLEX
플렉스에서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정리한 시리즈물.

그런데 시놀로지 DSM 5.1의 미디어 관리 기능의 불만을 한방에 잠재운 것이 플렉스(PLEX)다. 플렉스를 써본 이들이라면 시놀로지 NAS용 플렉스 서버를 옵션 같은 프로그램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 이유를 이해할 것이다. 시놀로지 NAS에 플렉스 서버 환경을 구성한 뒤라면 어느 장치라도 플레이어의 고민 없이 이를 즐기는 그 모든 것이 편해지니 말이다. 종전에는 폴더로 기억하고 있던 컨텐츠가 멋진 서비스로 재구축되는 경험은 그리 흔하지 않다. 특히 이용자가 쌓아둔 컨텐츠나 온라인 서비스의 컨텐츠를 통합해 모바일과 PC, 스마트 TV 등 거의 모든 장치에서 열어볼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단번에 차곡차곡 정리해 놓는 재주를 경험한 뒤라면 다른 도구를 다루는 게 정말 지루해진다.

개인별 컨텐츠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은 사실 특정 서비스를 로그인한 뒤에나 할 수 있던 일이었지만, 플렉스는 개인별 미디어 서비스 환경으로 통합한다. 때문에 인터넷에서 구입한 영화나 TV 드라마를 단순히 스트리밍하지 않고 NAS에 저장해 두고 틈틈히 보는 이용자에게 플렉스 환경으로 바꾸면 든든할 수밖에 없다. 이용자가 영화나 TV 시리즈의 정보, 배경 화면, 음악, 관련된 모든 컨텐츠를 일일이 건들지 않아도 플렉스는 관련된 컨텐츠를 가진 여러 데이터베이스에서 꼭 맞는 정보를 긁어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컨텐츠의 보유량이나 시놀로지 NAS의 성능에 따라 작업 완료 시간이 달라질 수 있고 가끔 컨텐츠에 다른 정보가 섞일 때도 있지만, 이용자가 컨텐츠마다 정보를 다듬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확실하게 아껴준다.

플렉스, PLEX
플렉스 플레이어에서 한글 자막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알 수 없음(Unknown)' 으로 표시된다.

흥미로운 점은 시놀로지 NAS에 설치한 플렉스 서버에서 컨텐츠별 분석과 정리를 끝낸 뒤 화면이나 모바일과 TV용 응용 프로그램에서 이용자가 보는 화면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서버에서 컨텐츠의 전송 성능이나 관리에 필요한 좀더 세밀한 설정을 건드릴 수 있지만, 컨텐츠를 이용하는 환경의 차별성은 최소화한 것이 돋보인다. 더구나 모든 작업을 끝낸 플렉스 서버에 접속하면 마치 잘 꾸며진 컨텐츠 서비스에 접속한 것 같은 멋진 배경화면과 요약된 정보를 볼 수 있고, 자막이나 음성 설정 같은 여러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안드로이드나 iOS, 윈도 같은 운영체제가 들어 있는 거의 모든 장치와 더불어 아마존 파이어TV, 구글 안드로이드TV에서 볼 수 있다. 심지어 엑스박스 원과 플레이스테이션 4에서도 찾을 수 있다. TV에 연결하는 새로운 스마트 하드웨어나 모바일 장치가 출현할 때 플렉스 플레이어도 빠짐없이 포함되는 응용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된 이유는 2010년부터 미디어 관리용 도구를 만들어온 플렉스의 뛰어난 적응력 때문일 게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컨텐츠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플레이어의 성능이다. 모바일 장치나 TV에 설치해 놓은 플렉스 앱의 플레이어의 호환성이 좋아 형식에 벗어난 동영상을 재생하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 망 품질에 따라 화질이 달라질 수 있고 윈도 플렉스에서 자막 옵션을 켰을 때 속도가 느려지는 일이 발생하지만 재생 문제에 있어선 매우 자유롭다. 더불어 플렉스가 가정 내 무선 랜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플렉스 서비스 계정을 만들어 서버와 각종 장치의 플렉스 앱에 등록해 두면 어디에서나 플렉스 서버에 넣어둔 컨텐츠 환경을 열어볼 수 있다. 굳이 모바일 장치에 컨텐츠를 복사해 넣지 않아도 언제든 컨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플렉스, PLEX
플렉스 서버는 망 연결과 품질, 컨텐츠 정보를 가려올 DB 등을 설정할 수 있다. 메뉴의 한글화도 모두 완료된 상태로 다루기가 편하다.

플렉스는 개인 미디어 환경을 단순한 저장 개념에서 벗어나 서비스 환경으로 바꾸는 자동화 도구와 플레이어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환경이다. 자동화까지는 아니지만 PC의 데이터에 접근하기 쉬운 서버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모바일 플레이어와 격이 다르다. 하지만 플렉스 앱은 대부분 유료로 판매되고 있다. 플렉스 서버 프로그램은 무료 배포지만, 그 컨텐츠를 보기 위한 프로그램은 공짜가 아니다. 가끔씩 아마존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무료로 풀릴 때가 있는데, 그 기회가 흔하게 오진 않는다. 돈을 내고 써도 좋을 만큼의 가치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플렉스 환경에 적응하고 나면 굳이 다른 미디어 환경을 또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쯤은 분명히 말할 수 있을 듯하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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