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지하철을 번갈아 타며 출퇴근을 반복했던 직장을 올초에 그만뒀을 때 가장 궁했던 것이 캠코더였다. 지난해 여름 쯤 회사를 닥달해 60GB 용량의 하드디스크형 SD 캠코더를 장만하고선 나홀로 쓰다시피 했지만, 슬슬 회사를 정리하기로 마음 먹은 뒤부터 쓸만한 캠코더를 찾느라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던 차에 회사를 그만두고 보니 갑자기 캠코더가 궁해진 것이다. 그래도 대안은 있더랬다. 휴대폰이나 PSP 캠 등으로 동영상을 찍는 장치들이 있었으니까. 허나 어디까지나 임시일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들의 본업은 전화 통화와 게임이 아니던가.
회사를 나오기로 마음먹으면서 고민하던 캠코더를 찾는 데 반년 정도를 보내다, 지난 5월 중순 쯤 캠코더를 질렀다. 이유가 있었다. 독일 출장에 나가기에 앞서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캠코더가 필요했다. 3주 정도 시간이 남았을 때라 마음이 좀 급했던 때다. 그 때 놀랄만한 할인과 사은품을 곁들인 달콤한 미끼의 소니 캠코더 이벤트가 눈 앞에 나타났다. 그걸 덥썩 물었다. 그래서 지른 것이 소니 HDR-TG1이다.
HDR-TG1은 손으로 움켜쥐는 막대 형태의 HD 캠코더다. 산요 작티처럼 세로 손잡이형이다. 사실 세로 손잡이형을 고를 생각은 별로 없었다. 산요 작티(Xacti)도 써봤고, 소니 NSC-GC1도 써봤지만, 나름대로 큰 부족함이 있었다. 산요 작티는 내 손에 맞지 않았고 소니 GC1은 기능이 형편 없었다. 그나마 고르기로 했다면 작티였겠지만, 어쨌든 소니를 선택했다.
(역시나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런데 TG1은 의외의 캠코더다 싶다. 고루하다 싶은 생김새에 반기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가도 손에 쥐고 보니 그 마음이 돌아온다. 흠집이 잘 안나는 퓨어 티타늄으로 깔끔하게 덮은 케이스 재질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균형감이 정말 좋다. 세로 손잡이형 캠코더를 다룰 때마다 바디 무게와 손잡이 느낌을 먼저 살피곤 했는데, TG1은 이 부분에서는 확실한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바디 전체에 무게가 고루 나눠져 있고, 손으로 잡았을 때도 무척 안정적이다. 위쪽 렌즈부에 무게가 쏠리고 손잡이 부분이 두터웠던 작티나 너무 가벼웠던 GC1에 비하면 딱 들기 좋은 크기와 무게다.
전원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화면을 올리면 바로 켜진다. 화면부를 열고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초 정도. 아주 빠른 편도, 느린 편도 아니다. 단지 좀더 빨리 촬영하기를 바라는 욕심이 조금은 갖게 만드는 시간이다. 버튼 구성은 단순하다. 그것도 가산점을 더할 만하다. 동영상 촬영과 사진 촬영 버튼을 따로 두었고, 줌인/아웃과 모드 선택은 셔틀 버튼으로 만들었다. 뒤에서 볼 수 있는 버튼은 이게 전부다. 덮개를 열면 이지 핸디캠 모드와 배터리 상태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버튼이 있어도 이걸 쓸 일은 별로 없다. 그냥 촬영 버튼을 누르면 바로 찍는다. 그 점이 편하다. 별 생각 없이 찍을 수 있으니까. 세부 설정은 모두 터치스크린에서 한다. 첫 설정만 잘 맞춰 놓으면 손댈 게 없다. 다만 메뉴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있을 수 있어 보인다. 때문에 좀더 편하게 쓰도록 설정을 줄인 이지 핸디캠 모드를 둔 것은 잘한 일이다.
TG1은 풀HD급 캠코더다. 1,920×1,080i 크기로 찍는다. 1080i로 찍는 것을 두고 풀 HD냐 아니냐 논란이 많다. 여기서는 풀HD급이라는 표현으로 절충한다. 풀HD급 영상 화질은 핸디캠으로 찍은 것 치고는 깨끗하다. 마음에 든다. 빛이 너무 적은 상황만 아니라면 정말 깔끔하게 촬영한다. 하지만 장시간 기록 모드(5M)와 비교해보면 그 품질은 눈에 드러날 정도로 차이 난다. x.v.YCC 모드로 풍부한 컬러를 담아 x.v.YCC 모드가 있는 풀HDTV에서 보면 그럴싸하다. 사람 얼굴에 맞춰 초점을 잘 잡고 노출 조절도 만족스럽다. 노출의 범위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TG1 만의 재주는 재주다. 저조도 촬영에서 감도를 높여 촬영할 때 노이즈가 생기지만, 컬러 슬로우 셔터 모드를 켜면 노이즈가 줄어든다. 단지 셔터 속도가 느려지므로 피사체가 계속 움직이거나 손떨림이 심하면 흔들린 영상을 잡기 십상이다.
10배 광학 줌도 소형 핸디캠으로는 모자람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광학 줌이 아쉽다면 20배, 120배의 디지털 줌으로 바싹 당겨 찍을 수 있다. 물론 선명도는 떨어지지만 제법 쓸만하다. 20배 디지털 줌까지는 봐줄 만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접사다. 피사체 바로 앞에서 찍어도 초점을 맞춘다. 굳이 접사 모드를 쓸 필요가 없을 정도다. HD 영상은 16:9 비율로만 찍을 수 있고, SD 모드에서는 4:3 비율도 찍을 수 있다.
동영상 품질에 비해 사진 품질은 정말 ‘엿’ 같다. 400만 화소의 사진을 찍는데 너무 뭉개진다. 확대해보면 세밀함이 없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찍은 사진은 거의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컬러 노이즈로 범벅이 된다. ‘(엑스모어+클리어비드)x비온즈 프로세서’라는 걸출한 조합이 이것밖에 되지 않은 것은 의외다.
TG1의 저장 장치는 메모리 스틱이다. 기본 4GB 메모리 스틱이 들어 있고, HD LP(5Mbps)모드로 녹화할 때 배터리 소모 시간과 거의 맞아 떨어진다. 4GB에 90여 분을 녹화하고 배터리는 95분까지 버틴다. SD 모드로 찍으면 메모리 카드 녹화 시간이 모두 늘어난다. 장시간 촬영 때는 SD 모드로 바꾸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다만 30분 정도 연속 촬영하면 손바닥이 뜨끈해 진다. 30분 이상 촬영해야 한다면 삼각대를 두고 촬영할 것을 권한다. 아, TG1은 정품 메모리스틱을 써야 한다. 정품의 절반 값에도 못미치는 4GB짜리 ‘B’짜 메모리스틱을 넣었더니 “제대로 기록이 안될 수 있다”는 메시지와 경고음을 연신 반복한다. 이런 표현까지 쓰고 싶지 않지만, 정말 ‘x랄’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4GB 메모리스틱 정품 하나 더 샀다.
문제는 HD로 찍은 영상의 후처리다. TG1이 대중화가 덜 된 AVCHD 코덱을 쓰다보니 여느 편집 프로그램과 호환되지도 않고 재생 프로그램도 바로 읽지 못한다. 픽처 모션 브라우저(PMB)를 이용해 영상을 가져와 WMV나 MPG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MPG로 변환하더라도 인터넷이나 PMP, PSP 같은 휴대 장치에 맞는 크기로 변환하려면 피나클 스튜디오 같은 묵직한 프로그램에서 한 차례 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일반 이용자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PMB에서 HD영상을 주로 쓰는 곳에 맞게 바로 변환해 줄 수 있는 기능이 더해졌다면 이런 불평을 안할 것이다. 이 문제는 소니코리아, 아니 소니가 진지하게 검토해줬으면 싶다.
사은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당시 소니 코리아가 HDR-TG1으로 준 사은품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6만9천 원짜리 TG1 전용 케이스, 6만7천 원짜리 FH-50 배터리, 여기에 정품으로 10만 원이 넘는 피나클 스튜디오 11까지 받았다. 번들 값만 20만 원이 넘는다. 소니에게는 몰라도 내게는 그래도 남는 장사였다. 어차피 TG1을 쓰다보면 다 사야했을 번들이었으니까.
TG1은 장점이 너무 많은 데 단점 하나가 너무 뚜렷해서 탈인 캠코더다. 동영상을 찍기 편하고 재미도 쏠쏠하지만 마무리가 번거롭다고 말해야 할까. 마무리 문제만 해결된다면 얼른 추천 도장을 찍어 주고 싶은 핸디형 캠코더인 건 분명하다.
우연찮은 기회에 사용해 보게된 Sony의 초소형 핸디캠 HDR-TG1. HDR-TG1은 Sony가 주로 선보인 HDD 내장형과 차별화된 디자인의 모델로 흡사 Sanyo의 Xacti가 연상되는 모델이다. 400만 화소에 1920x1080i의 F..
결국 구입하셨군요.
그놈의 후보정만 빼면…^^;; 대신 HD 모드를 고집하지 않으신다면 SD로 촬영하시면 별도의 컨버팅이 필요없으니 그쪽을 활용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네. 확실히 HD를 버리면 후작업을 안해도 되는데… 이놈은 HD 캠코더잖아요… ㅜ.ㅜ
헉 돈도 많으셔라.. 귀찮은게 컴퓨터에서 다시 파일을 컨버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정말 좋은 기회여서 안지를 수 없었어요. 파일 컨버팅 전용 소프트웨어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장 가벼운 풀HD 해상도인 1080i를 구현하는 캠코더 HDR-TG1를 잠시 사용할 기회를 접했다. 캠코더라는 부분이 예전에 비해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보급형으로도 많이 나..
탐나는 제품이지요. 저도 갖고 싶은것중 하나인데,,HD 급이라 정말 땡기는데, 산요 HD 보다는 좋은 듯 하네요.
손에 쥐는 느낌은 산요보다 좋더라고요. 기회되면 보여드리지요. ^^
피나클..ㄷㄷㄷ 돈도많다
소니가 돈 많은 게 아니고…요?
후덜덜덜..정말 사은품이 끝내주네요…
사은품 신청 절차가 좀 복잡해서 그렇지 받고 나니 흡족하네요. ^^
좋은 놈을 지르셨군요… 저도 호시탐탐 엿보곤 있지만, 총알의 압박으로 인해 군침만 흘리고 있습니다. 9월쯤에는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_-;;
헛… 9월이면 TG1 동호회 만들 수 있겠군요. ㅋㅋㅋ
소니는 여전히 x랄을 하는군요;;
예전부터 걔들 물건 쓰면 주변 부품에 돈이 더 많이 들어서 마눌님 눈치 많이 봐야했습니다 ㅡㅜ
이럴 때는 솔로가 좋은 거군요. ㅋㄷㅋㄷ
그래도, 전 아내와 아들이 있어 더 좋습니다.
까짓 가젯들… 흐흐…………………….ㅡㅜ
네.. 저는 SuJae님이 부러워요. ㅋㅎㅎ
xacti는 그런면에서는 강점이 있는 듯 합니다. 우선 어떻게 되던간에.. mp4로 저장되어 그냥 웹에 올릴 수도 있고, 프로그램(Adobe Premier)에서도 그냥 읽히니 까요.. ^^
좋은 동영상 기대하겠습니다.
작티가 H.264 MP4 파일로 저장하는 건 좋더라고요. 다만 사용성 개선만 된다면 추천 대상입니다. ^^
음 디지털 캠코더에 늘 관심이 있지만, 요즘 광고 보고 이 제품에 흥미를 느끼던 중입니다.
리뷰 고맙습니다. ^^
Inuit님의 관심 품목이 왠지 저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
정말 그래요.
HP 미니 노트북도 칫솔님 덕에 알게되어, 딱 찜해 놓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
그렇잖아도 2133을 사면서 inuit님이 바라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터리 시간만 빼고요. ^^;
얼마전 아기가 생긴 대학동창이 고민 고민끝에 작티를 구입했다더군요…그 친구는 과연 TG1의 사음품 3종세트의 유혹을 이겨낸걸까요??? 전 기어이 이겨내지 못하고 이제 겨우 3년된 mini DV를 뒤로한채 덜컥 정말 덜컥 구입해버렸답니다..피나클을 포함한 3종에 배터리 추가의유혹은 정말..ㅜㅡ…딸아이 열심히 찍어보자는 작은 핑계와 함께….
혹시 사은품 정보를 몰랐던게 아닐까요? 흠.. 아니면 작티가 더 쌌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하기야 소니가 비싸긴 하죠. 이벤트 기간도 좀 짧고요. 본체 가격 좀 내려주면 번들에 열광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
안녕하세요 이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ㅜㅜ 소니 hdr tg1 을 컴퓨터에 연결하려면 무슨 케이블을 사야하는지 아시나요.. 중고로 제품을 구매해ㅛ는데 충전기와 본품만 있어서 컴퓨터에 연결하는 케이블을 사야하는데 뭘 써야할지..난감하네요
혹시 케이블 판매하실 생각도 있으시면 답글 주세요.. 넘 급해서요ㅠㅜ
아.. 확인해 보니 도킹 스테이션이 있어야만 PC에 연결 가능합니다.
도킹 스테이션이 있다면 끝이 USB A 2.0 미니 타입 케이블만 구하면 됩니다.
제가 가진 TG1의 도킹이나 케이블만 따로 판매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