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IO에서 안드로이드 TV 플랫폼을 내기에 앞서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쓰는 수많은 TV 박스들이 나왔다. 그것이 셋톱이든 손가락 크기만한 동글형 어댑터든 간에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박스들은 새로운 런처대신 안드로이드앱을 TV에서 실행하기 위한 기본 런처를 띄운 것이 전부다. 처음부터 TV에 최적화된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입력 장치를 고민한 것은 드물었다.
그런 제품에 비하면 삼성의 홈싱크는 구글TV 플랫폼이 아닌 안드로이드 TV 박스 중에서 그래픽 인터페이스만큼은 TV 친화적으로 다듬었다. 비록 삼성에서 만든 모바일 장치를 위한 가정용 허브 장치라는 제한된 존재의 이유를 지니고 있지만, TV 컴패니언 장치의 특성까지 버린 것은 아니다. 홈싱크는 앱을 실행하는 항목과 별개로 장치 안의 컨텐츠를 모아서 보여주는 항목과 자체 컨텐츠 서비스를 표시하는 항목을 각각 나눠 크게 3개의 큰 페이지를 구성했다. 물론 이것이 완벽하게 TV에 친숙한 구조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단순히 스마트폰처럼 앱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컨텐츠와 서비스, 앱으로 이용 환경을 각각 나눠 좀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뺀 기본 골격이 구글 IO의 안드로이드 TV와 조금 비슷한 형태인 셈이다.
홈싱크가 안드로이드 TV보다 좀더 일찍 TV 환경을 먼저 고민했지만, 결과를 놓고 볼 때 뿌리를 내리는 데 실패했다. 비싼 하드웨어에 넉넉하지 못한 안드로이드 앱, 유연하지 못한 컨텐츠 환경,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킬 만한 이용 경험의 부족 등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을 쓰기 위한 조작 도구의 이용 방법이 너무 복잡해 좋은 평을 남길 수 없는 것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이유에서 뺄 수 없다.
홈싱크는 리모컨 같은 별도의 조작 장치가 없다. 이 장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장치에 홈싱크 앱을 설치해 리모컨으로 쓴다. 이용자에 따라 앱을 다루는 난이도를 다르게 느끼지만, 어쨌든 앱을 설치한 이후 스마트폰은 가상 마우스 커서를 이용해 조작하거나 홈싱크 화면을 스마트 장치에 띄우는 미러링 모드로 조작할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긴 하다. 단지 무선 랜으로 홈싱크와 스마트 장치를 연결한 뒤 이용자가 조작한 이후 화면의 반응이 나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불편했고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한 이용자에겐 매우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의외로 스마트폰 대신 블루투스나 USB로 연결할 수 있는 조작 장치를 붙이면 쉽게 해결된다. 마우스나 키보드가 스마트폰을 쓰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다. 하지만 마우스나 키보드는 제한된 환경에서만 효과적이다. 좀더 다양한 경험, 특히 홈싱크가 거실에서 더 자주 쓰이도록 하려면 게임 같은 즐길 거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마우스나 키보드보다 게임패드가 훨씬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게임패드는 게임을 위해 필요한 장치지만, 게임 전용 장치가 아니라는 것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찍이 메뉴 구조를 갖춘 모든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BOX 같은 콘솔 장치들이 게임패드로 메뉴를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들 장치의 메인 컨트롤러가 게임패드일 수밖에 없어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최적화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게임패드 만으로 시스템을 다루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상황이다. 구글IO에서 게임 패드를 들고 안드로이드 TV를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 구글의 의도도 이와 다른 게 아니다.
실제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스마트 장치가 아닌 블루투스가 되는 게임 패드를 연결한 이후 홈싱크는 다루기 쉬운 장치로 바뀐다. 물론 게임패드에 대응력이 떨어지는 일부 앱이나 설정 에서 약간의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패드의 조작에 따른 화면의 반응 속도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데다 안드로이드 게임까지 게임패드로 즐길 수 있오 이용 빈드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홈싱크가 애초에 게임패드에 대응해 좀더 유연한 메뉴 구조 또는 조작 환경을 고려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안드로이드의 특성상 마우스 커서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좀더 정확한 컨트롤을 위해선 커서가 필요하다. 문제는 게임패드에 어떻게 마우스 기능을 담느냐는 것인데, 이것은 엔비디아 쉴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엔비디아 쉴드는 왼쪽 손가락 스틱으로 방향을 다루고 오른쪽 손가락 스틱으로 커서의 기능을 하도록 만들었다. 즉, 하나의 장치에서 두 개의 컨트롤러가 동시에 작동하도록 했는데, 두 컨트롤러가 서로 보완해야 하는 안드로이드 환경에선 바람직한 절충인 셈이다.
이런 컨트롤러 문제는 비단 홈싱크 만의 문제는 아니다. TV 셋톱처럼 멀리 떨어진 채로 조작해야 하는 장치에는 모두 해당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쉽게 다루게 할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 없이 내놓아선 안된다. 홈싱크는 다른 대안으로 스마트 장치에 의한 제어를 선택했지만 결정적으로 게임패드가 갖고 있는 빠른 반응력과 장치의 활용성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했고 이것은 잘못된 이용 경험의 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차기작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만약 비슷한 제품을 기획하고 있는 이들은 그 경험을 완전히 대체 불가능하다면 게임패드를 빼는 실수는 하지 말길 바란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국내 게임패드 개발 제조사인 샥스입니다. 저희 무선게임패드 S2가 위에서 지적하신 버추얼마우스등을 엔비디아 쉴드 만큼은 지원합니다. 좋은 글 써주셨네요. 일전에 클라우드 게임에 관한 Article로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자주 칼럼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업 번창하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