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상엔 잘 만든 스마트폰은 얼마든지 차고 넘친다. 그래서 고민이다. 이제 어떤 시장에 어떤 스마트폰을 내놔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이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주어진 상황이다. 신이 모두에게 그 질문에 답하라는 공평한 시간을 주었을 지 모르지만, 누가 먼저 답을 찾느냐는 시간 싸움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IFA 2016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써냈다. 그것이 화웨이 노바(NOVA)다. 새로운 시리즈다. 메이트와 P 시리즈 같은 플래그십에 중저가 라인업인 아너까지 갖춘 데 이어 새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스마트폰은 무엇인가? 플래그십인가? 중급 스마트폰인가?
자, 일단 노바의 가격을 먼저 보자. 노바는 399유로, 노바 플러스는 429 유로다. 가격은 중급기라 부르기엔 약간 비싸고, 고급기라고 하기엔 싸다. 어쨌든 중급기에 가까운 값이다. 그런데 이 제품이 갖고 있는 능력은 전형적인 고급기다. 최고급은 아니지만, 성격은 중급 그 이상이다. 가격과 기능 모두 중급과 고급의 중간 지대를 겨냥한다. 이 영역에 대한 마땅한 용어는 아직 없다. 이 글에선 미드 플래그십(mid-Flagship)이라 부르기로 한다.
미드 플래그십. 고급기는 아니지만 그에 가까워야만 하는 만큼 노련미를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매해진다. 그런데 화웨이 노바, 노바 플러스가 바로 그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만듦새와 고급기에서 볼 수 있는 기능을 꽉 채워 중급기의 느낌을 없애는 한편 플래그십보다 조금 낮은 제원으로 적정한 생산가를 유지한다. 그래도 스냅드래곤 625에 3GB램, 64GB 저장 공간이면 성능적으로 부족하다고 딱 꼬집기도 어렵다.
화웨이 노바와 노바 플러스는 화면 크기와 배터리만 다를 뿐, 다른 구성은 거의 비슷하다. 각각 5인치, 5.5인치 화면에 3020mAh와 3340mAh의 배터리의 차이는 크기와 무게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둘다 가볍고 부드럽다. 눈으로 볼 때도 부드럽고 손에 쥘 때도 부드럽다. 화면을 덮고 있는 보호 유리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은 점이나 알루미늄 재질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뒷면은 마치 아이폰의 느낌마저 든다. 물론 아이폰과 비슷한 느낌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노바가 아니어도 많지만, 앞서 나왔던 화웨이 스마트폰의 감성은 분명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중급 그 이상의 기능이다. 지문의 깊이까지 인지하는 4세대 지문 센서는 시작일 뿐이다. 손떨림 방지 기능을 넣은 1,600만 화소 카메라로 0.3초 만에 초점을 잡고 저조도 상황에서 밝은 사진 촬영을 찍는다. 셀카 사진에서 더욱 화사하게 만드는 뷰티 2.0을 담고 HDR로 더 또렷한 사진을 기록하며 4K 녹화까지 해낸다. USB 타입 C 채택, 잡음 감쇄 기능, 전세계 거의 모든 통신 밴드를 쓸 수 있는 광범위한 연결성에 듀얼 심카드 슬롯을 노바와 노바 플러스에 넣었다. 손가락 마디를 구부려 화면을 터치하면 기능을 실행하는 너클 센스, 블루라이트를 감소시켜 눈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아이프로텍션 모드, 사진으로 찍은 비뚤어진 문서를 바로 정렬하는 문서 정렬 기능 등 생각보다 더 많은 능력을 담았다. 비록 방수와 방진까진 갖추지 않았으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 배터리 시간에 대한 화웨이의 설명은 매우 인상적이다. 포켓몬 고를 다섯 시간동안 충전 없이 할 수 있는 제품. 그걸로 배터리 성능의 설명은 충분하다.
화웨이가 삼성과 애플에 이어 3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완전히 뿌리를 내린 것은 그냥 마케팅만 잘 한 때문은 아니다. 시장을 세분화하고 그 시장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그런 화웨이가 먼저 대규모 프레스 컨퍼런스의 주인공으로 ‘노바’를 앞세워 미드 플래그십 시장에 선전포고를 던졌고 이를 보는 반응도 나쁘지 않다. 이 가격에 나올 제품이 아니라는 제법 후한 평가도 이어진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바라는 제품은 아닐지 모르지만, 노바를 내세운 화웨이의 미드 플래그십에 대한 선전포고는 어느 정도 먹히는 모양새다.
다만 화웨이 노바가 유일한 미드 플래그십 제품은 아니다. 이곳 IFA에는 그 버금가는 미드 플래그십 제품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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