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에 스마트폰을 출시한 외산 제조사의 수는 다섯 손가락마다 그 이름을 하나씩 쓰고도 남을 만큼 적은 상황이다. 더구나 모든 제조사가 제품을 활발히 내놓는 것도 아니다 보니 그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이도 드물다. 어쨌거나 모든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도 외산 스마트폰의 이름을 기록한 다섯 손가락 중 한 개는 화웨이의 차지다.
화웨이가 한국에서 쓴 스마트폰 역사는 정말 짧다. 2002년 한국에 진출해 2003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13년 차 화웨이 코리아의 스마트폰 역사가 고작 2년이라는 게 믿기 힘든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지난 해 아너 X3로 우리나라에 데뷔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짧은 역사를 썼을 것이다. 그나마 짧은 역사를 기억해줄 만큼 인상적인 각인을 남긴 것도 아니다. LG유플러스 망을 활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첫 발을 디뎠지만, 그 누구도 성적표를 공개하길 꺼려하는 상황이다.
다행이 화웨이와 관련한 최근 소식들 가운데 종전의 인식을 바꾸기 좋은 이야기 재료들이 꽤 늘어났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를 누른 제조사,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로 올라선 제조사 등 스마트폰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는 듯한 뉴스의 중심에 섰고, 구글과 함께 넥서스 6P를 한국에 출시하면서 화웨이에 대한 조금 다른 해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처럼 화웨이의 인식을 바꿀 중요한 시기에 화웨이 코리아가 좀처럼 열지 않던 기자 간담회를 8일 오전 소공동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진행했다. 원래 이 행사는 중국과 유럽에서 출시한 제품을 선보이는 쇼케이스의 일환이다. 국내에 출시하지 않은 화웨이 워치를 비롯해 메이트 시리즈와 아너 등 스마트폰, 미디어 패드 태블릿을 직접 보고 화웨이의 제품력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발표한 메이트 8은 없었지만, 메이트 S나 P8, P7, 아너 시리즈와 국내에 출시한 넥서스 6P, 미디어 패드 시리즈, 화웨이 워치와 토크 밴드 B2, 포켓 파이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놨다.
화웨이 코리아가 모처럼 준비한 공식 행사의 의미를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항상 화웨이에 묻는 것은 ‘이 제품들이 한국에 나오는가?’다. 화웨이가 한국 시장에 내놓은 스마트폰은 앞서 소개한 아너 X3와 최근 구글과 함께 작업한 넥서스 6P 두가지 뿐. 외신이나 바르셀로나와 상해, 베를린에서 열리는 외국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알게 된 신제품을 접합 때마다 화웨이 코리아에 묻는 질문은 ‘한국에 출시하는가?’다.
화웨이 코리아는 이 질문의 답을 또 피한다. 화웨이 코리아 김학수 부사장은 “컨슈머 시장은 프리미엄 고객 서비스에 집중하고, 종전 외산 스마트폰의 판매 모델과 다른 방법으로 한국 고객에 다가가고 투자하는 방향을 지향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실천할 것인지 기대했는데, 그동안 유지해 온 화웨이 코리아의 원론적인 입장을 되 뇌인 것이다. 물론 그 사이 부분적인 서비스의 개선은 진행됐다. AS 망을 확충했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제품을 통한 경험이 공유되지 않다보니 이러한 준비에 대한 이야기도 꺼낼 일이 적다. “화웨이의 매출에 영향을 줄만큼 한국 시장의 기여도는 높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우리가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무엇을 시도하는지 궁금해하고 질문을 던지는데, 화웨이의 대답은 아직까지 그대로다.
이날 공개한 제품도 대부분 한국 출시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 올해 1억대 판매를 눈앞에 둔 화웨이 제품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 출시와 관련한 다른 메시지는 내놓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또 질문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어떤 제품을 출시할 것이냐고.
덧붙임 #
이 글은 techG와 동시 발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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