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8월 24일, 윈도 95가 출시된 날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이 이야기를 한다는 걸 깜빡했네요. 바탕 화면에 ‘8월24일윈도95.txt’라는 파일 제목을 적어두고도 깜빡 잊어버렸습니다.


지난 8월 24일은 윈도 95(windows 95)가 나온지 15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1995년 8월 24일에 태어나 2001년 12월 31일을 묘비에 새긴 운영체제입니다. 윈도 4.0 또는 시카고라는 태명으로 개발되다 세상에 나오면서 윈도 95라는 정식 이름을 달게 되었습니다.


윈도 95는 여러모로 의미를 둘 수 있는 운영체제입니다. PC의 이용 환경을 바꾼 운영체제였기 때문이죠. 윈도 95가 출시되기 전까지 PC 운영체제는 대부분 도스(DOS, Disk Operating System)였고, 일부 이용자들 만이 도스 위에서 여러 응용 프로그램을 마우스로 실행하고 조작하는 윈도 3.1을 실행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윈도 3.1도 운영체제였지만, 도스에서 명령어를 실행하는 탓에 마치 도스의 응용 프로그램 같은 모양새를 띄고 있던 것이죠. 윈도 95는 따로 놀고 있던 이 두 운영체제를 합치면서 16비트 도스 운영체제를 32비트 그래픽 인터페이스 운영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됩니다. 물론 종전 도스 환경에서 실행했던 수많은 응용 프로그램들을 감안해 도스 호환성을 유지했지만, 윈도 95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인해 이후 윈도에서 도스 호환성을 배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PC 운영체제의 큰 변화를 가져온 윈도 95는 사실 지금 시점에서 그 때의 모습을 대해서 일일이 기억하기는 힘듭니다. 단지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 장의 스크린샷 만으로 당시의 기억을 되새길 뿐이죠. 윈도 95은 지금의 운영체제와 비교해보면 좋게 말하면 복고요, 한 좋게 보면 초라한 행색이었지요. 화려함는 고사하고 그래픽 인터페이스도 딱딱했습니다. 그래도 실행파일 이름을 직접 입력하지 않고, 마우스를 이용해 ‘시작’ 버튼을 눌러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던 당시 윈도는 그 이전의 사용자 경험을 완전히 바꾼 놀라운 운영체제였던 것은 분명했습니다.(그래도 전 윈도 95의 지뢰 찾기를 빼면 거의 대부분은 도스 모드로 강제 부팅하도록 만들었던 기억이 더 많이 남네요 ㅜ.ㅜ)


윈도 95는 몇 가지 흥미로운 기능들을 선보였는데, 그 중 하나가 플러그 앤 플레이(plug&play)였죠. 플러그 앤 플레이를 줄여서 PnP라고도 했는데, 컴퓨터 실행 중에도 확장 장치를 꽂으면 곧바로 작동하도록 만든 규격입니다. 이 기능은 운영체제 뿐만 아니라 바이오스와 이 규격을 담은 장치가 연결되어야만 쓸 수 있는 기능이었는데, 윈도 95를 발표할 당시에는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또한 쓸 수 있는 장치도 그 때는 거의 없었지요. 더구나 윈도 95 발표 당시 PnP 시연을 하다 블루스크린이 떴다는 후문도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외장 장치에서 쓰고 있는 대중화된 규격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또 하나는 255자의 파일 이름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죠. 운영체제의 파일 시스템이 바뀌면서 긴 이름의 파일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전 도스에서는 8자의 파일 이름과 3자의 확장자(8+3)를 가진 파일만을 만들 수 있던 것과 비교하면 긴 파일을 만들 수 있었는데, 도스 시절 파일을 짧게 만들던 버릇으로 인해 갑자기 긴 파일 이름을 만들 때는 좀 어색했더랬죠.


당시 인터넷 익스플로러도 첫 선을 보였는데, 그 땐 모뎀을 쓰던 때라 워낙 통신비가 비쌌던 시절이어서 그다지 많이 써본 것 같진 않네요. 지금 떠올려보니 기억에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사실 이게 뭔지도 잘 모를 때였던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PC 통신을 하던 때가 아닌가 싶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래저래 사용자 경험의 변화를 가져온 윈도 95는 32비트 운영체제답게 그에 맞는 하드웨어를 요구합니다. 32비트 프로세서였지요. 인텔은 일찍이 32비트 프로세서인 80386과 80486을 출시한 상황이었는데, 윈도 95가 출시되면서 이러한 프로세서의 수요를 끌어올리게 됩니다. 아마도 윈텔(windows + intel)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때라고 봐야겠지요. 절묘한 때를 만난 32비트 PC 운영체제를 쓸 수 있는 32비트 PC 프로세서의 성공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지금까지도 PC시장에서 강력한 연합 진영을 구축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하지만 윈텔은 PC 이외의 영역에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진 못했고, 실제 ‘윈도 XP+펜티엄 4’ 이후 시대에는 상징적인 의미로만 남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윈도 95에 대한 추억이 많지는 않습니다. 발표 당시 군대에서 열심히 골뱅이 기호 입력하면서 서식을 만들던 하나 워드를 치고 있을 때였거든요. -.ㅡㅋ 그런데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이듬해 도스로 다루던 286 PC를 반납하고 486 PC가 지급된 터여서 비교적 일찍 윈도 95를 무리 없이 써볼 수 있었거든요. PC 잡지 설명을 따라하면서 설치한 뒤 도스와 다른 경험으로 신기했던 느낌만은 여전히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글 윈도 95를 그리 오래 쓰진 않았습니다. 완성형 한글을 쓴 탓에 표시할 수 있는 한글 자수가 2335자로 제한되었고, 무엇보다 한글화한 꼬라지가 영… 어쨌든 그 때는 윈도 95와 같은 형태로 계속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 때 경험이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진 덕분에 윈도는 별 어려움 없이 쓰게 됐나 봅니다.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윈도는 더 쉽고 재미있게 발전해야 할 운영체제인 점은 변함이 없는 것 같네요.


뜬금없지만 윈도 95의 15주년을 축하합니다.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36 Comments

  1. SHiNE
    2010년 8월 25일
    Reply

    전 아직도 창고 어딘가에 Win 3.1 설치 디스크가 있을텐데 말이죠 ㅋ;

    • 칫솔
      2010년 8월 26일
      Reply

      저도 뒤져보니 윈도 3.1과 OS2, MS 도스 디스크까지 나오더군요. ^^

  2. 2010년 8월 25일
    Reply

    크… 역사적인 날이네요.
    윈도95에서 웹브라우저 설치도 하지 않고 인터넷이 안된다고 투덜 될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 오래 됐네요. ㅋㅋㅋ

    • 칫솔
      2010년 8월 26일
      Reply

      역시 MastmanBAN님은 소프트웨어의 얼리어답터세요~ ^^

  3. 2010년 8월 25일
    Reply

    지난 8월 24일은 윈도 95(windows 95)가 나온지 15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1995년 8월 24일에 태어나 2001년 12월 31일을 묘비에 새긴 운영체제입니다. 윈도 4.0 또는 시카고라는 태명으로 개발되다 윈도 95라는 정식 이름을 달게 되었습니다.

  4. 2010년 8월 25일
    Reply

    윈도우 95… 이 당시 프리웨어로 주었던 ‘둠’이라는 게임이 생각나네요~
    PC관련 월간잡지 구입하고받은 CD 한장이 얼마나 값졌는지 모를 정도였죠!
    (당시 CD가 아니라 부록으로 보통 디스켓을 많이 주었으니까요 ㅋ)

    옛날 생각함 하고 갑니당^^

    • 칫솔
      2010년 8월 26일
      Reply

      CD 부록이 들어가면서 잡지 생태계가 폭삭 망했지만, 어쨌든 독자들에게는 그것보다 좋은 선물이 없었지~ ^^

  5. 어제… 그러니깐 2010년 8월 24일이 윈도우95 가 탄생된지 15주년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1995년 8월 24일, 윈도 95가 출시된 날입니다 참 오래 되었네요. 간만에 윈도우95 로고를 칫솔님 블로그에서 보니 새롭기도 하고 예전 윈도우95 쓰면서 참 신기해 하던 생각도 많이 나고, 참 어이없는 일도 경험하고 해서 윈도우95 탄생일이 새롭네요. ㅋ 제가 컴퓨터를 처음 장만했던게 96년도 말이였습니다. 당연히 운영체제는 윈도우95 였죠. 대..

  6. 2010년 8월 25일
    Reply

    도스 시절 때 열심히 메모리 관리하던게 갑자기 떠오르네요 ^^
    게임 한번 하겠다고… ㅋㅋㅋ
    윈95도 지금 보니 너무 촌스러워 보이네요

    • 칫솔
      2010년 8월 26일
      Reply

      그 때는 정말 메모리 관리와 싸움이었죠. 메모리 때문에 윙코맨더 조종사의 손을 보지 못하기도 했었죠. ㅜ.ㅜ

  7. 2010년 8월 25일
    Reply

    카이로, 시카고 문득 떠오르네요 ㅋ
    저도 한참 DOS를 고수하다가 Win95 OSR2 나오고 나서야 윈도우로 갈아탔더랬죠 ^^;

    • 칫솔
      2010년 8월 26일
      Reply

      당장 윈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도 없었으니 처음에는 도스를 고수할 수밖에요. ^^

  8. 2010년 8월 25일
    Reply

    저도 기억나네요.

    알록달록한 색깔의 아이콘들을 보면서 신기해했던 기억(MS-DOS 아이콘이 많았습니다만 ^_^;), 도스 시절 손에 익었던 M을 윈도우로 포팅한 버전을 쓰던 기억, 무엇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작] 버튼을 누르던 추억이 생생합니다.

    오랜만에 좋은 추억 떠올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_^;

    • 칫솔
      2010년 8월 26일
      Reply

      고어핀드님도 꽤 오래 전에 윈도 95를 만졌군요. 오랜만에 들러주셔서 고마울 따름이죠. ^^

  9. dylanseo1995
    2010년 8월 25일
    Reply

    인텔도 저 운영체제부터 성장했다죠. 저게 아니었다면 지금의 인텔이 아니었을텐데

    • 칫솔
      2010년 8월 26일
      Reply

      아마 다른 식으로든 성장은 지속했겠지요. ^^

  10. 2010년 8월 25일
    Reply

    그 소중했던 윈도95를 오랜만에 보네요~ㅎㅎ
    역시 칫솔님~ㅎㅎ

    • 칫솔
      2010년 8월 26일
      Reply

      그냥 지나가던 길에 쓴 글인데 의외로 옛 기억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 좋네요. 티런님~ ^^

  11. 2010년 8월 26일
    Reply

    저도 집안 어딘가를 뒤져보면 MS-DOS 3.0 디스켓이 나올 듯 한데요.. 5.25인치짜리로 ^^;
    윈도95.. 정말로 MS의 데스크탑 정복 프로젝트의 본격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죠..

    • 칫솔
      2010년 8월 26일
      Reply

      헉.. 3.0은 진짜 오래된 건데.. 저는 6.22가 있더라구요. ^^

  12. 2010년 8월 26일
    Reply

    윈도우 95 처음 나왔을때 모뎀으로 인터넷 하면서 미국 모델들 수영복 사진 다운받는다고 밤새던 생각이 나네요. 당시에 천리안 썼는데 요금이 무척 많이 나와서 어머니께 혼났던 기억도 있네요. 윈도95에서 인터넷 하려면 Winsock같은걸 썼던것 같은데 맞나 모르겠군요. 암튼 벌써 15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앞으로 15년후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됩니다. ^^

    • 칫솔
      2010년 8월 26일
      Reply

      정말 수영복 사진이었어요? 정말? 정말? ㅋㅋㅋ ^^;

    • 2010년 8월 26일
      Reply

      수영복이랑 미니스커트 사진들이었죠. 흠~~ 왜그러세요. 짖굿게… –;

    • 칫솔
      2010년 8월 27일
      Reply

      하긴 그때는 그런 사진도 신기하고 중요한 가치를 가질 때였죠. ㅋㅋㅋ 다 이해합니다. 그 시대를 함께 경험한 사람으로서. ^^

  13. 2010년 8월 26일
    Reply

    제가 애독하는 칫솔님의 블로그에서 “1995년 8월 24일, 윈도 95가 출시된 날입니다” 글을 보았습니다. 오호~ 윈도95가 나온지 벌써 15년이 지났군요. 칫솔님의 글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윈도95 CD를 찾아 보았습니다. CD를 찾게 되면 사진으로 담아 저의 추억(?)과 함께 글을 올리려 했던 것이죠. 그러나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던 윈도95 CD는 없고, 윈도98se 설치 CD만 두 장 나오네요. 더 찾기에는 일이 커질 것 같아서 98 CD..

  14. Jae Chung Lim
    2010년 8월 27일
    Reply

    당시 H로 시작되는 PC 활용지에 Windows 95 베타판 분석(?) 기사까지만 마감해놓고 군대 끌려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농담삼아 얘기하듯 윈도우를 95번 가량 깔았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인내심과 사투를 벌이던 시절이었죠… ^^* 뭐… 그래도 그 당시에 그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MS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칫솔님은 그나마 286이라도 쓰셨군요… 전 군대가서 처음에는 전자식도 아닌 기계식 타자기로 업무를 죄다…ㅡㅡ; 오타나면 스카치 테이프와 볼펜으로 갱지 뜯어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ㅋㅋ

    • 칫솔
      2010년 8월 27일
      Reply

      본부의 급이 달랐잖아~ ㅋㅋ 그래도 예하부대에서 타자기로 친 문서 볼 땐 좀 불쌍하긴 하더라. ^^;

  15. 2010년 8월 27일
    Reply

    추억이네요.. 그 시절, 그 윈도우, 그 PC들…

    • 칫솔
      2010년 8월 28일
      Reply

      저는 추억하고 싶지 않아요. 군대에 있었으니까. ㅋㅋㅋ
      (그나저나 왜 안올려주세요?)

    • 2010년 8월 30일
      Reply

      아 넵 ㅎㅎ 글 올려 드릴게요.
      9월부턴 개강이라 힘들 것 같습니다.
      최근 글 3개의 저자표시가 지워졌더라구요.. 확인 부탁드려요.

  16.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창간 25주년을 축하합니다 MicroSoftware(November 2008)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IT 잡지인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이하 마소)는 지난 25년 동안 개발자들의 길잡이로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잡지입니다. 마소의 창간 25주년 기념호에 기고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마소에 기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설레더군요. IT History cover story 3 제 글이 IT 히스토리 속으로! 사반세기를 이끈 기..

  17. 2010년 8월 27일
    Reply

    15살된, 말이야 그렇지만 사실상 할아버지가 되어버리신 그 분. 가상머신이나 예전 컴에서 볼 수 있는 전설의 운영체제. 나를 컴퓨터 세계로 이끈 운영체제. 아이폰에서 돌아가는 윈도우 버전 중 하나. Web시대를 열고 컴퓨터 대중화시대를 이끌며 스마트폰/태블릿PC의 기초를 마련한 OS. 지구의 역사를 바꾸고 경쟁자 애플을 이긴 버전. 바로 윈도우 95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Windows 95, 8월 24일로 15주년을 맞았습니다. 1995년 8월 24..

  18. 2010년 9월 4일
    Reply

    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윈도 95네요.
    지금 저런 인터페이스를 구경할려면
    극소수의 구형 586컴터나(가끔 대학병원같은 데 보면
    아직도 현역에서 쌩쌩하게 돌아가더라요 ‘ㅇ’)
    아니면 PMP에서 CE라는 이름으로 엇비슷하게 인터페이스를 갖고 탑재되있죠 ㅎㅎㅎ

    딱히,, 다시 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리운 OS네요,,,ㅎ

    • 칫솔
      2010년 9월 8일
      Reply

      그 OS가 그리운 게 아니라 그 OS가 있던 시절이 그리운게 아니신가요? ^^

  19. 2016년 8월 17일
    Reply

    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윈도 10네요.
    지금 저런 인터페이스 구경할려면
    극소수의 구형 586컴터나(가끔 대학병원같은 데 보면
    아직도 현역에서 쌩쌩하게 돌아가더라요 ㅇ )
    아니면 PMP에서 CE라는 이름으로 엇비슷하게 인터페이스를 갖고 탑재되있죠 ㅎㅎㅎ

    딱히,, 다시 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리운 OS네요,,,ㅎ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