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조사 기관인 IDC와 가트너가 지난 11일 2분기 PC 시장 출하량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미 여러 뉴스를 통해 관련 내용이 전해진 터라 길게 쓸 말은 별로 없다. 단지 기록 차원에서 짧게 관련 내용을 정리한다. 물론 조금은 다른 해석을 곁들였다. ^^
시장별로 뜯어보기
보통 두 조사 기관의 PC 선적 보고서는 PC 출하량과 성장률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이번에는 가트너와 IDC 모두 성장률에서는 거의 일치한 보고서를 냈다. 미세하나마 0.1% 역성장을 한 것이다. 다만 두 조사 기관의 출하량에는 차이가 있다. 가트너는 8천747만여 대, 8천673만여 대로 74만여대 정도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PC 성장이 정체된 것은 모든 시장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다. 출하량이 줄어든 시장이 있는 반면 출하량이 늘어난 시장도 있는데, 미국과 중남미 시장은 줄었고 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중동 지역에서는 증가해 균형을 맞췄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 시장의 출하량이 확실히 줄어들었는데, 전년 동기 대비 IDC는 4.4%, 가트너는 5.7%의 출하량 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PC에 대한 소비자의 흥미 반감,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제조사의 자발적 출하량 축소, 정부와 교육 기관 등 예산 부족, 출시를 앞두고 있는 윈도8 PC에 대한 수요 대기, 금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지출 비용 감소 등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미디어 태블릿의 보급에 따른 수요 감소로 치환할 수 없는 다른 요인들도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시장의 손실분을 만회한 것은 EMEA와 아시아로, 유럽은 1.9%,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2%(가트너 기준)가 성장했다. 하지만 이 둘을 합쳐도 백분율로 따지면 미국과 중남미의 손실분을 만회하긴 힘들어보이는 데 그럼에도 전체 시장의 감소분을 만회한 것은 두 시장의 출하량이 북미와 중남미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2분기 EMEA 시장에 출하된 PC는 2천510만 여대, 아시아/태평양지역은 3천180만 여대다. 미국 1천590만 여대와 중남미 920만 대를 합쳐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이들 시장에서의 출하량이 소폭이나마 늘어난 때문에 결과는 시장별 증가분과 다르게 나타났던 것이다.
업체별로 뜯어보기
2분기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레노버가 세계 PC 시장 1위 사업자라는 타이틀을 놓쳤다는 것이다. 이 말은 HP가 더 이상 0년 연속 PC 판매 1위라는 타이틀을 쓸 수 없는, 진짜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이기도 하다.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HP의 시장 점유율은 14.9%(1천3037만 여대), 레노버 14.7%(1천282만 여대)로 겨우 0.2%의 차이를 보였고, IDC는 HP 15.5%(1천342만 여대), 레노버가 14.9%(1천289만 여대)로 0.6%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레노버의 성장세가 높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처럼 빠르게 1% 이내까지 좁혀질 것이라고 예상하긴 힘들었다. 이는 2분기에서 레노버의 출하량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반대로 HP의 출하량 감소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HP는 지난 몇 달 동안 PC와 프린터를 합친 PPS(Printer&Personal System)라는 조직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러한 조직 변경에 따른 혼란으로 인해 PC 사업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그대로 출하량 감소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물론 5월 말 상해에서 진행했던 인플루언서 서밋 같은 대규모 신제품 공개 행사를 통해 이 혼란을 잠재우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아직은 HP의 메시지가 시장에 전달되기엔 여전히 불안한 요소가 많은 데다 싼 값을 앞세운 레노버의 공세가 이대로 계속 된다면 3분기 PC 시장의 출하량 집계에서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앞으로 석달 뒤에 나올 3분기 PC 시장의 출하량 소식은 꼭 챙겨 보시길. ^^
덧붙임 #
‘맥북은 승리, 울트라북은 실패. 괜찮은 숫자가 아니라고 분석가가 말하다’
MacBook win, ultrabook fail: Numbers not good, says analyst
얼마 전 미국 씨넷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국내 매체들은 이 뉴스를 이런 뉘앙스로 전달하고 있다. ‘맥북이 울트라북에 승리했다.’
그렇다면 씨넷은 두 제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려고 했던 것일까? 이 기사를 줄여서 보면 IDC의 시장 조사 결과 울트라북은 인텔의 바람보다 안 좋은 결과를 낸 반면, 맥북 에어의 성장과 맞물려 맥북 전체의 판매량은 늘었다는 정도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울트라북은 노트북 시장의 성장에 도움이 안 되었기에 실패한 것으로 본 것이고, 맥북 제품군은 2분기에도 성장을 유지하고 있어 성공으로 판단한 것이다. 두 제품군의 시장 비교가 아니라 시장에서의 역할을 논한 것이기 때문에 맥북이 울트라북을 이겼다고 말하는 건 명백히 잘못됐다. 만약 두 제품군을 비교한다면 울트라북과 맥북 에어, 노트북과 맥북 제품군 전체를 놓고 이야기 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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