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08년을 분석하는 각종 보고서가 쏟아질 때가 됐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보고서가 쏟아질 것이고 PC시장에 대한 보고서도 예외없이 나올 것이다. 그 보고서를 읽는 일은 매우 흥미롭지만, 2008년 PC 시장을 돌아보면 두꺼운 보고서를 쓰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목록을 정리해보니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별로 없었던, 그저그런 뻔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한 해가 되리라는 데 이르렀지만, 그래도 올해 PC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몇 가지 주제는 뽑을 수 있기는 했다. 올해 PC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나올만한 네 가지 이야기와 자잘한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1. 올해의 키워드는 ‘넷북’
올해 PC 시장을 분석하는 여러 글이 올라오겠지만, 아마도 ‘넷북’을 빼놓은 글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지난 해 말 300달러 안팎에 선보였던 초저가 PC(ULCPC)의 개념을 인텔이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수행에 필요한 성능을 가진 넷북이라는 컨셉으로 정의하면서 PC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덩치가 크고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고루 수행하는 데 무리 없는 중고가 노트북 위주 시장에서 성능은 조금 떨어지나 들고다니기 좋고 한번 충전으로 오래쓰면서 값싼 저가 노트북 시장을 넷북이라는 컨셉으로 묶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컨셉에 맞춰 인텔은 전력 효율성을 높이면서 필요한 만큼만 성능을 발휘하는 프로세서를 내놓고 여러 부품의 공급 단가도 떨어진데다, 넷북 시장을 잡으려는 업체들의 경쟁도 높아져 디자인과 편의성 등 품질도 매우 좋아졌다. 단순히 싼 이미지에서 끝난 게 아니라 품질도 좋고 쓸만하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전한 것이 올해 넷북이 빠르게 정착했던 원인일 듯 싶다.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킨 덕분에 당분간 넷북 시장만큼은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아직 넷북이 전체 노트북 시장을 차지 하는 비중은 많지 않지만, 디스플레이뱅크는 내년도 시장 점유율이 17.2%(2,632만 대)가 될 것으로 전망해 당당히 노트북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쯤이면 길거리나 학교 또는 사무실에서 넷북이 책상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듯하다.
소니, 드디어 베일에 가려졌던 핸드백 크기 넷북 발표 – 2009년 1월 초에 이 제목의 뉴스, 나올 확률이 좀 높다.
애플, 말많던 넷북 시장 전격 진출! – 한다, 안한다 여전히 소문이 계속되는 애플의 넷북 진출. 톡톡 튀는 애플의 성격이면 못할 것도 없을 듯. ^^
2. 노트북이 데스크톱 판매 추월
바로 얼마 전에 나온 뉴스다. 지난 3분기, 전체 PC 시장을 분석한 결과 노트북이 데스크톱 PC보다 더 많이 팔려 나갔다는 아이서플라이의 보고가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노트북은 3,860만 대를 출하한 반면, PC는 3,850만 대로 10만 여대 노트북이 더 많이 출하된 것이다. 3분기의 실적만을 두고 평가한 것이므로 2008년 한 해 동안 노트북이 데스크톱보다 더 많이 팔렸다는 결론까지 이끌어 내기는 무리다.
하지만 PC 시장의 성장세 안에서도 노트북 시장의 기울기가 PC 시장보다 훨씬 훨씬 가파른 점에서 이 추월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지만, 올해 넷톱 같은 초저가 데스크톱이 넷북만큼의 안정성과 가격적 합리성을 시장에 인식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노트북이 이동성만 강조하지 않고 그 쓰임새에 따라 화면을 크게 만들거나(20인치 이상) 더 높은 성능을 내는(쿼드 코어) 등 다양화된 모델로 PC가 가진 종전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보고로 데스크톱의 보조(sub) 시스템, 즉 세컨 PC 개념에서 바라보던 노트북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할 필요는 생겼다. 이제는 노트북과 데스크톱 중 무엇이 보조이고 세컨 PC인지 그 개념이 모호해지는 시대로 가지 않을까?
데스크톱 PC, 노트북에 밀려 찬밥 신세 – 당장 이런 제목을 뽑기는 어렵겠지만, 데스크톱 PC가 노트북 PC보다 덜 팔리는 현상이 지속되면 충분히 써볼만하다.
PC 제조 업체들, 고성능 게이밍 PC 시장에 올인 – PC 시장의 돌파구는 여전히 게임이다. 별다른 킬러 앱이 안보이는 상황이기에 새로운 컨셉이 없는 한 PC 게임을 중심으로한 고가 시스템 시장 공략은 필수겠지만, 역시 내년 경제는 변수다.
“PC가 사라졌어요” 초소형 임베디드 넷톱 PC 불티 – 사실 넷톱은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 안되겠지만, 넷톱에 대한 PC 업체들의 대응에 따라 나올 수 있는 이야기다. 내년도 PC 시장이 소폭 수준의 성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다수 PC 업체들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생산 라인을 멈추는 것보다 이러한 초저가 PC 생산을 통해 생산 라인과 매출 유지라도 할 기업이 나온다면 조금은 분위기를 탈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3. 인텔은 요란하고 AMD는 조용하고.
AMD는 올 한해 무엇을 했을까? 생산 시설 분리와 매각 같은 몇몇 주요 이슈는 있었지만, PC 업계를 흔들만한 획기적인 기술은 내놓지 못한 듯하다. 울트라 모바일 플랫폼 ‘유콘’이 포함된 내년도 로드맵에는 조금 기대를 걸만해도 올해는 프로세서의 코어 부문에서 인텔을 자극할만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반면 인텔은 노트북 플랫폼 브랜드 ‘센트리노’를 5년 만에 ‘센트리노2’로, 데스크톱 프로세서 브랜드도 ‘코어 i7’로 바꾸면서 그 어떤 한 해보다 바쁘게 보냈다. 새로운 코어 아키텍처를 넣어 전력 효율성이 더 좋아지고 이용자가 바라는 성능을 충분히 보여주는 CPU와 플랫폼을 내놓아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정말 대조적이다.
AMD, 초저가 PC 시장에서 인텔에 맞불 – 넷북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AMD도 미니 노트북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전에 비아가 먼저 인텔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인텔, 새로운 모바일 컨셉 발표 – 인텔이 넷북과 노트북 사이에 위치하는 모바일 PC 컨셉을 내놓을 수도 있다. 넷북과 일반 노트북의 성능과 인식의 차이가 너무 벌어진 터라 중간을 메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4. 16대 9 비율 노트북 증가
사실 올해 노트북 형태에서 작은 변화가 있다면 16대 9비율 노트북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화면 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노트북은 16대 10으로 만들어졌지만, 와이드 영상에 친화적인 16대 9비율 화면을 넣은 노트북이 좀더 늘었다. 에이서와 소니가 16대 9비율 노트북을 출시했는데, 이 중 소니는 최근에 내놓은 중고가 모델을 모두 16대 9 화면의 노트북을 쓸 정도로 매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면 비율이 늘어나면 위와 아래의 거리가 짧아져 노트북의 틀이 좀더 길죽한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는데 그 폭이 좁아지는 만큼 공간을 덜 차지하고 휴대성도 좀더 나아진다. 다만 가로에 표시할 수 있는 점의 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세로에 표시할 수 있는 점의 수가 이전보다 적어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의 양이 조금 불리할 수도 있다.
내년도에도 다른 업체들이 이러한 비율 노트북을 많이 쓸지는 모른다. 이 문제는 전적으로 LCD 생산 업체의 역량에 달렸기 때문이다.
없음 –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5. MID를 위한 초소형 PC 폼팩터의 등장
흔히 MID라 부르는 휴대 인터넷 장치들도 올해 PC 시장을 흥미롭게 하는 데 일조했다. MID가 흥미로운 것은 PC의 개념을 유지한 채 휴대폰처럼 언제나 들고다닐 수 있는 형태로 나왔기 때문이다. 소니 바이오 UX 시리즈처럼 이전에도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는 PC가 없었던 게 아니지만, 올해에는 그 범위가 훨씬 넓어졌고 좀더 다양화되었다는 점이다. MID 시장의 대부분은 대만 업체가 이끌어 왔으나 최근 삼보와 유경 같은 우리나라 업체들도 제품을 발표한 바 있다.
MID의 장점은 5인치 안팎의 화면을 가진 소형 크기에 무엇보다 집에서 쓰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변환 없이 쓸 수 있는 데다 HD 영상까지 재생하는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MID의 핵심은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망의 개방 없과 MID에 맞는 인터넷 서비스 없이는 당분간 MID는 초소형 PC의 컨셉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MID 역시 PC 생태계를 좌우하는 인텔의 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모바일 트렌드의 예측해 이에 맞는 프로세서를 내놓고 MID에 동조하는 여러 PC 업체와 함께 강하게 밀어부친 결과가 성과를 보인 것이다. MID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MID, 인터넷 안되는 인터넷 장치? – MID가 많이 보급될수록 그 문제의 핵심을 파고드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가격 싸진 MID 때문에 PMP 시장 고전 – MID 가격이 얼마나 내려갈지는 예상할 수 없으나 40만 원대에 나올 경우 컨셉이 비슷한 PMP 시장이 맨 먼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 MID? 휴대 인터넷의 왕좌는 무엇? – 스마트폰 같은 종전 모바일 단말기 시장과 불가피한 충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삼성,LG도 MID 시장에 뛰어든다 – 이르면 내년 CES에서 이 소식이 튀어 나올 것이다.
6. 이기고도 진 블루레이 : 영상 시장에서 HD DVD에 이겼으나 PC 백업 시장에서 그 존재감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7. 갈 때까지 간 프린터 비즈니스 : 기술적으로도, 소비자 경험으로도 프린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사진의 생산은 늘어나는 반면 포토 프린터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점을 보면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8. 할 이야기가 별로 없던 PC 부품 시장 : 하드디스크, 그래픽카드, 램 등 PC 부품에 대해 할 이야기가 부쩍 줄었다. 그나마 많았던 이야기가 SSD 정도가 아니었을까?
내년에도 넷북이 인기를 끌 듯 보이기는 합니다.
그럴거에요. 문제는 값도 더 싸야 한다는 거겠지만요~
내년에는 경기침체가 얼마나 더 심해 질지의 여부가 가장큰 변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혹시 Intel 역대 최고 규모의 워크아웃 단행 이런게 뜨지는 않을까 우려 되네요
워크 아웃은 아니고 감원과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답니다. 무조건 재정 문제부터 해결하는 기업들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해요.
넷북이 정말 화제의 중심에 있긴 했죠…
내년에는 하나 더 있을 거라는… ^^
앞으로는 데스크탑을 노트북이 대체할 것 같아요..
그 노트북 자리는 넷북이 차지하고요..^^
저도 올해는 넷북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습니다. 대단히 만족했구요..
올 한해 고생 많으셨어요..
내년에도 잘 부탁….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래바님이 넷북으로 재미를 보셨다니… 뭘 하셨는지 궁금한걸요? 흐흐 내년에도 건강하고 재미있는 블로깅을 마래바님과 함께 계속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답니다. 고맙습니다. ^^
소니는 넷북이 아니라 미니 노트북을 공개하겠죠.소니 브랜드가 얼마나 비싼지 아시잖아요. 어쨌든 잘봤습니다.
위에서는 넷북이라고 했지만, 사실 MID 프로세서를 쓰는 놈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넷북과 MID의 절충형이 아닐까 싶어요. 비싸기는 비싸겠죠. 발표일보다 약간 앞서서 보게 될 수도 있답니다. ^^
아 늑돌이네 라지온에서 미니노트북 p 씨리즈를 소니에서 비공식 발표 했다네요 ㅋㅋ
비공식 발표라는 것은 없답니다. 아마 공식 자료들은 발표 당일이 아닌 며칠 전에 나타날 거에요. ^^
AMD는 관련 Mobile 부문을 내년에 팔아 치울 생각입니다. Intel과 CPU 전쟁으로 이미 총알 및 체력을 모두 소진해 버렸기에 개발 등 투자 여력이 없다고 판단된 모양입니다.
꺼꾸로 Qualcomm의 SnapDragon 이라는 통합칩이 넷북용으로 준비 중이고 내년 하반기 정도 나오죠.
Intel 도 마찬가지로 무선 통신 기술 대응하는 통합 칩을 준비 중이고…
Intel 하고 Qualcomm 하고 한바탕 붙을 거라 예상 되네요…^^
AMD의 문제는 사실 심각하죠. 일찌감치 여력이 되는 곳으로 넘어갔어야 했는데, 그 시기를 놓친 듯 싶고요. 인텔과 MID 시장을 두고 다툴 퀄컴 스냅드래곤은 소프트웨어 환경이 얼마나 잘 받쳐주느냐가 관건일 듯 싶네요.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
애플 넷북.. 비싸겠자
나오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