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종신 직원에서 자선 재단으로 종신 직원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말한 대로 올해 MS 회장직에서 물러나 자선재단으로 자리를 옮겨 일하게 된 빌게이츠의 마지막 CES 키노트가 미국 시각으로 6일 저녁에 있었다. 지난 14년 동안 무려 열번의 기조연설을 했던 빌게이츠의 마지막 열다섯번째 CES 나들이이자 열한번째 기조연설을 놓치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행사가 있던 다음날에야 부랴부랴 키노트를 찾아 시청했다.
(참고로 CES 기조연설을 보실 분들은 Webcast: 2008 International CES에서 보는 게 나을 것이다. 이곳에서 보는 게 가장 화질이 좋다.)
빌게이츠의 은퇴 현장에 있던 이들이나 인터넷 방송으로 시청하던 나도 부담스러웠지만, 빌게이츠는 이런 청중의 마음까지도 헤아린 모양이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듯한 군대 말년 병장처럼 취급 당하는 빌게이츠의 영상은 사실 CES라는 공식 무대의 스크린에 올리기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그 영상 덕분에 많은 이들이 어려워했을 그의 은퇴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 것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마지막 영상의 끝무렵에 빌게이츠가 ‘런닝메이트 필요한 분’이라는 e-메일을 보내놓고는 힐러리 클린턴과 오바마, 앨 고어 등에 전화를 거는 장면이 있는데, 진짜 이들에게 빌이 손을 내민다면 똑같이 모른척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공화당쪽 후보는 동영상에 없던데, 간접 선거운동일까? -.ㅡㅋ)
뒤늦게(?) 이 동영상이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빌게이츠는 10여년 전의 이야기를 반복했다. 1996년 ‘첫 디지털 10년(first digital decade)으로 진입’을 말한 것처럼 앞으로 10년 동안 디지털로 그려질 미래를 다시 말한 것이다(the next decade). 그가 ‘처음 디지털 10년’에 대해 말을 꺼낸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백만대였던 PC는 10억 대가 넘게 보급되었고, 세계 인구의 1%만이 쓰던 휴대폰은 무려 41%가 쓰는 통신 수단이 되었으며, 필름 사진의 급감과 반대로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디지털 사진의 급격한 증가 그리고 음악 산업 역시 CD가 감소하고 다운로드가 늘어나는 디지털 시대로 진입했다. 지난 10년 동안 이용자가 어디에 있든 인터넷을 통해 풍부한 정보를 얻고 무선을 이용한 비즈니스 활동이 증가했으며, PC는 점점 더 나은 경험을 하도록 만들었고, 이용자는 자기가 원하는 것만 추려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 이루어졌음을 설명했다.
일상에서 변화된 디지털 환경을 정리하던 빌게이츠는 첫 디지털 10년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린 한편으로 이제 시작일 뿐이라면서, 이후의 디지털 10년 동안 모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는 소프트웨어가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년처럼 새로운 윈도나 비디오 게임기, 음악 플레이어 같은 신제품은 없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디지털을 통해 일상과 장치, UI의 변화에 대비해 준비해 온 것들을 쏟아냈다.
이것을 설명하는 자리에는 빌게이츠 대신 로비 바흐 엔터테인먼트&디바이스 부문장이 거의 모든 시간을 채웠다. 그가 했던 설명의 공통점은 대부분이 상품의 의미보다는 서비스의 의미가 더 강하다는 데 있다. 서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맨 처음 윈도 라이브를 통한 일상의 공유를 보여준 것은 그냥 가벼운 얘깃거리에 불과하다. NBC가 중계할 올림픽 방송을 실버라이트로 인터넷에 띄운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1천700만대가 풀린 XBOX 360을 통해 유명 스튜디오의 고화질 영화를 온라인에서 대여하고, 미디어 센터 익스텐더로 윈도 PC와 컨텐츠를 거실로 넓혀서 즐기고, 미디어룸(MediaRoom)을 통해 IPTV의 경험을 확장하는 이야기들은 새삼 다르다. MS가 출시한 음악 플레이어인 준을 통해 모인 수많은 이들이 그들만의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해 음악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하면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구매로 이어지도록 만든 준 소셜(zune social)이나, 자동차 안에서 준의 음악, 또는 모바일 장치를 리모컨이나 음성으로 컨트롤하는 싱크(SYNC) 등도 MS의 직접 서비스로 보기는 어렵다. 휴대폰에 내장된 GPS를 통해 이용자가 있는 위치를 파악하고 음성으로 그 지역의 정보를 찾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텔미(TELLME)도 마찬가지고, 화상 폰을 통해 사물을 인식해 상품 정보나 위치 같은 관련 정보를 보여주려는 것도 서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인 것이다.
CES의 MS 기조연설을 두고 혁신이 안보인다는 말이 많지만, 사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직접 상품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디지털을 즐기는 생활 환경이 이용자 스스로가 관리하는 것에서 나아가 서비스가 융합된 생활로 나아갈 것을 예측한다면 MS의 이번 발표가 터무니 없는 것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집이나 모바일, 자동차 등 기존 영역만을 깊게 파고 들지 않고 커뮤니티와 서비스, 광고처럼 좀더 많은 이들이 모이고 보고 즐기는 서비스를 대상으로 개발된 이 기술들이 실용화되면 MS를 의식하지 않는 곳에서 간접적 MS의 제품을 쓰는 고객은 늘어난다. 고전적인 PC와 인터넷은 물론 휴대폰, TV, 방송, 컨텐츠, 자동차 등에서 MS의 기술을 만나고 활용하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알게 모르게 많은 MS의 간접 상품을 쓰고 있을 테지만, 앞으로는 그 종류가 더 늘어나고 영역도 넓어지는 것이다. 결국 MS는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자신들의 자리를 미리 그려두고 또다른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윈도나 오피스, 키보드와 마우스, 콘솔 같은 소비자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야 할테지만 MS가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비즈니스의 한계가 언제 올지는 모른다. 그런 위기에 대처하려는 MS만의 대안과 방향을 떠나는 빌게이츠와 바통을 이어받은 로비바흐를 기조 연설을 통해 보여준 것이라 본다. 때문에 떠나는 빌게이츠가 윈도나 XBOX 360 같은 소비자용 제품의 미래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그다지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서비스를 키우는 자양분이 되는 소프트웨어 기술로서 살아남는 미래가 있는 MS의 다음 디지털 10년을 재미있고 보여주고 떠났으니까.
브라보! 향후 10년이 기대됩니다.
me too 랍니다~ ^^
이동영상은 나중에챙겨봐야겠군요..
되도록 빨리 챙겨보기를~ ^^;
내기는 슬래시가 도와준 빌게이츠가 이겨 20달러를…
빌형 왠지 안습인데요 ㅋㅋ;
*마이크로소프트의 준은 June이 아니라 Zune이 맞습니다.
*텔미 서비스로 원더걸스 찾고싶…
마지막인데 봐주자고요~ ^^
*앗.. 나의 실수~ 얼른 고쳐야겠군요~
CES 문턱까지 갔다가 관광하고 주사위나 굴리다 왔습니다.
크긴 크데요…. ㅎㅎㅎ
‘크긴 크데요…’의 의미는 도박장이 크다는 이야기지? ^^
도박장보다는 컨벤션 몇개가 붙어 있는데거기에 호텔 컨벤션 까지합세를 하니..
어쨋든 Wynn호텔이 가장 좋다능…
그러고보니 라스베가스쪽으로는 가본적이 없구나. 나중에 기회봐서 함 가봐야할 듯~ ^^ 빨랑 Wii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