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디지털 TV의 타임머신은 죽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 포스터는 너무나 유명한 영화 <백투더 퓨처>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마티와 괴짜 박사가 주인공이지만, 또 다른 주인공이 바로 드로리언이라는 자동차지요. 이 차의 주 기능은 도로를 달리는 것은 물론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지만, 가장 핵심은 바로 타임 머신 기능입니다.


백과 사전에서 타임머신에 대해 물어보니 이런 정의를 했더군요. ‘시간이라는 차원의 세계에서 과거나 미래로 여행하려는 공상적 ·과학적 착상에 의한 기계이며…(후략)’. 한마디로 시간을 거슬러가거나 미래로 가는 기계인 것입니다. 과학적 이론에 상상력을 덧붙였던 <백투더퓨처> 같은 영화를 통해서 타임머신에 대한 환상을 꿈꾸기도 했지만, 그것은 그저 심심했던 일상에서 즐거움을 주었던 작은 일탈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현실로 돌아가보면 우리가 시간을 멈추거나 빨리 흘려보내거나 뒤로 되돌리는 일은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2005년, 타임머신 TV라고 부르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타임머신 TV라… 마치 과거나 미래를 보여주는 TV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그런 것은 아니고요. ^^; 타임머신 TV는 지금 방송되고 있는 장면을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뒤로 되돌려볼 수 있는 기능을 가진 TV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시간을 멈추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보여주는 대로 봐야만 했던 방송을 시청자가 원하면 멈췄다가 이어서 볼 수도 있었고, 이전 장면으로 돌아가 반복해 볼 수 있도록 만든 데에서 타임머신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덕분에 드라마를 보다가도 여유있게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게 됐고, 급한 전화가 왔을 때에도 잠시 방송을 멈춰 놓고 마음 편히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임 머신 기능을 갖춘 첫 디지털 TV가 일반 디지털 TV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하드디스크를 내장했었다는 점입니다. PC에서 흔하게 쓰던 하드디스크였지만, TV에 넣었던 것은 정말 낯선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TV에 하드디스크를 넣은 사실만으로도 신기한 일이긴 했지만, 하드디스크가 들어감으로써 방송을 멈추거나 탐색해 보는 타임머신 외에도 예약 또는 실시간 녹화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드디스크를 하나 넣은 것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TV를 이용하는 편의성은 한층 높아진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본방사수’를 외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0년에 나온 최신형 인피니아 3DTV 역시 타임머신 기능이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하드디스크가 없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몇년 전 TV에도 있던 하드디스크가 없다니, 타임머신 기능이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타임머신 기능은 빼지 않았습니다. ^^ 그냥 하드디스크만 없을 뿐이에요. 사실 LG 3세대 디지털 TV부터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붙여야 타임머신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용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타임머신 기능을 쓸 수 있도록 선택 사항으로 바꾼 것이죠. 여기서 말하는 선택사항이란 이용자가 하드디스크만 붙이면 그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타임머신 기능을 잘 안 쓰는 이들에게 무조건 하드디스크를 넣어 비싸게 만든 제품을 사도록 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선택 옵션이 더 합리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어떻게 하드디스크를 쉽게 붙여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용자 편의를 위해서 하드디스크를 제외했지만, 어렵게 붙여서 써야 한다면 의미가 없거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반 USB 하드디스크


물론 하드디스크를 붙이는 것은 매우 간단합니다. 조립하거나 할 필요는 전혀 없고요. 위에 보이는 것 같은 시중에서 파는 외장형 USB 하드디스크를 하나 준비하면 됩니다.  이것을 인피니아 3DTV의 왼쪽에 있는 아래쪽 USB 단자(반드시 아래쪽 단자여야 합니다)에 꽂은 뒤, 매직 리모컨을 이용해 초기화를 해줍니다.


이제 매직 리모컨을 들고 확인 버튼을 눌러보면 화면 아래쪽에 재생과 일시 정지, 멈춤, 탐색, 녹화 버튼이 활성화됩니다. 이후부터 타임 머신 기능을 쓸 수 있는 것이지요. 방송을 보다가 일시 정지를 누르면 그 순간 방송이 중지되고 임시로 자동 녹화되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잠시 멈춘 부분부터 방송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보고 있는 장면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놓으려면 그냥 녹화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쩌면 이용자가 하드디스크를 직접 사서 꽂아야 한다는 게 어렵고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오히려 값싼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꽂아서 쓰는 것이라 상대적인 가격적인 부담은 적습니다.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쓰면서 좋아진 또하나의 이유가 있는데요. 예전에 하드디스크를 내장했을 때에는 저장 공간이 모자라면 이전에 녹화된 파일을 지워야 했는데, 외장형으로 바꾼 뒤에는 굳이 녹화된 파일을 지우지 않고 새로운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꽂기만 하면 된다는 점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자기가 좋아했던 드라마나 방송을 저장해 둔 하드디스크는 그대로 두고 다른 하드디스크를 써도 된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저는 하드디스크를 붙인 뒤에 타임 머신보다 예약녹화 기능을 더 많이 쓰고 있습니다. 요즘 드라마 <동이>와 <제빵왕 김탁구>에 빠져 있다보니, 이른바 본방을 보지 못할 때는 미리 예약 녹화를 해 놓고 나갑니다. 녹화된 파일을 나중에 재생해보면 지금 방송을 보는 것처럼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본방을 놓치고 인터넷으로 보려면 돈을 내야 하고 돈을 내고 보기 싫다면 재방을 봐야 하는데, 이는 편집을 한 탓에 이야기가 끊기는 부분이 있어 찝찝하더군요. 때문에 하드디스크에 녹화해 놓으면 나중에 따로 요금을 내지 않아도 방송을 볼 수 있기에 가끔 이를 이용합니다. 이처럼 간간히 녹화를 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의 모든 방영분을 녹화해 담아 놓은 뒤 나중에 꺼내보면 굳이 돈을 내고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약 녹화를 할 때 시간을 조금 넉넉하게 잡아준다

(참고로 예약 녹화를 걸어놓고 전원을 끄면 TV를 켜지 않은 상태에서 녹화를 하고, 정해진 요일마다 알아서 녹화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녹화된 방송을 볼 때 보고 싶은 장면을 바로 찾아갈 수 있도록 각 일정한 간격으로 장면을 썸네일을 보여주는 점이 편하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냉정하게 보면 2006년의 타임머신이나 2010년 인피니아 3DTV의 타임머신의 기능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처음이나 지금이나 방송의 흐름을 시청자가 제어하는 기본 개념은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다만 하드디스크의 구성이 내장형에서 외장형으로 바뀌면서 필수 기능에서 선택 옵션으로 바뀌었고 방송 녹화에 대한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3세대 이후 디지털 TV에서 값싼 외장형 USB 하드디스크를 쓰는 덕분에 시청자가 원하는 방송을 백업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확장할 수 있는 개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죠. 아마 TV 마니아들은 이같은 백업 기능을 가장 바란 이들이 아닐까 싶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USB 하드디스크 하나 정도는 꽂아 놓는 것을 권합니다. 타임머신이 선택 사항이라지만 방송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타임 머신 기능은 필요하니까요. 죽어 있는 2010년 타임머신 TV, USB 하드디스크 하나로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덧붙임 #


인피니아 3DTV에서 초기화한 USB 하드디스크는 PC에서 읽지 못합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4 Comments

  1. 2010년 8월 4일
    Reply

    이게 나중에는 방송국에서 서버에 디지털 데이타를 가지고 있고
    TV는 단지 네트워크로 연결이 되어서 하드 없이도 볼 수 있게 변하는 거죠? (말이 좀 이상하네요. ㅎㅎ)
    클라우드로 가기에는 사용자가 너무 많을까요?
    진화된 방식이 어떻게 흐를지 기대되네요. ^^

    • 칫솔
      2010년 8월 4일
      Reply

      IPTV나 스마트 TV가 그러한 형태인데, 그러기에는 오늘날 채널에 대한 고정 관념부터 바꿔야 할 것 같아요. TV는 너무나 보수적인 장치니까요~ ^^

  2. 2010년 8월 4일
    Reply

    인피니아 3DTV에서 초기화한 USB 하드디스크는 PC에서 읽지못한다니… 그건 좀 그렇군요.

    • 칫솔
      2010년 8월 4일
      Reply

      아무래도 불법 복제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겠죠~ ^^

  3. 2010년 8월 4일
    Reply

    초기화를 한다는 것은 하드디스크 내용을 싹 지운다는 예기가된다는 건가요-ㅂ-;;;;;
    그런 식이면 다른 인피니아TV에서 다른 타임머신에서 찍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내용도 못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내요;;;

    • 칫솔
      2010년 8월 4일
      Reply

      다른 인피니아 TV와 호환이 되는지 확인해보고 내용 추가해 놓겠습니다. ^^

  4. 2010년 8월 5일
    Reply

    크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문명을 쫓기가 버겁습니다.~~

    • 칫솔
      2010년 8월 6일
      Reply

      그러게 말입니다. 근데 사진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ㅜ.ㅜ

  5. 2010년 8월 5일
    Reply

    요즘 TV는 정말 신기한 기능이 많네요!! 집에 TV가 고장나서 거의 인터넷으로 방송을 보는데 이젠 진짜 TV로 인터넷을 하는 시대가 오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외장하드는 누가 생각했는지 몰라도 정말 똑똑하네요~>ㅁ< 그 분께 상이라도 드려야겠습니다~

    • 칫솔
      2010년 8월 6일
      Reply

      스마트 TV 시대가 열리면 TV와 인터넷을 즐기는 방법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

  6. dylanseo1995
    2010년 8월 5일
    Reply

    그럼 외장하드를 꽂으면 타임머신,녹화 다되는거죠?

    • 칫솔
      2010년 8월 6일
      Reply

      그럼요~ ^^

  7. 2010년 8월 5일
    Reply

    음.. 역시 인피니아에서 초기화 한건 컴퓨터에서 못한다는건
    EXT3일 가능성이 있겠네요. 대부분의 셋탑박스가 리눅스 기반이니 FAT가 아닌 리눅스를 채택을 할테니 말이죠. 그리고 일단 저런식으로 외장으로 돌리는 이유는 내장 메모리나 플래시를 늘리는데 가격저항을 무시 못하기 때문이죠. 물론 TV와 결합된 제품에서는 미미하겠지만 가격대비 효용이라던가 메모리의 소비 예측이 쉽지 않으니 안전하게 막아두는게 편하기도 하구요.

    • 칫솔
      2010년 8월 6일
      Reply

      음.. 일단 파티션 형식의 정체부터 먼저 파악해봐야겠네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