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산업 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질 때입니다. 국내든 외국이든 어디나 할 것 없이 미디어들은 분야별 예측 뽑기에 분주한 한 때지요. 예측이기 때문에 맞는 것도 있을 수 있고 빗나가는 것도 있지만, 큰 흐름을 미리 점쳐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인 듯 합니다. 그런 의미를 가진 몇몇 글 중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CNET의 Roger Cheng이 업계 소식통과 최근 인터뷰, 시장 트렌드를 참고해 쓴 ‘Mobile devices: Five predictions for 2012’라는 글을 아틀라스 리서치 앤 컨설팅에서 번역해 정리했더군요. 이에 아틀라스에서 정리한 글에 국내 상황을 포함한 제 견해도 덧붙여 봅니다.
1. RIM의 시장퇴출
내년 5대 전망 중 가장 파장이 클 수 있는 것은 RIM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전망임. 물론, 최근 RIM이 고전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RIM의 BlackBerry 10 제품군이 내년 말 이후에나 출시될 것이라는 소식이 지난 12월 중순 발표되면서 RIM의 사업전망이 한층 더 어두워지고 있음.
이러한 장기지연으로 인해 개발자들은 BlackBerry 지원을 더욱 주저하고 그 대신 이미 시장에 널리 보급되어 있는 플랫폼에 자원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됨. RIM은 BlackBerry 10 제품군의 출시 전까지 PlayBook 태블릿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겠지만 이로 인한 유저층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들의 관심을 충분히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우려됨.
월가에서는 지난 한 해에만 시가총액 4분의 3 이상을 잃은 RIM의 경영진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최근의 사업부진 성과 또한 경영진 교체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빌미가 되고 있음. 문제는 Jim Balsillie와 Mike Lazaridis 두 공동 CEO가 RIM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임. 지난 12월 중순 두 공동 CEO는 투자자들을 회유하기 위한 의례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현금보상금을 1달러로 제한하기로 결정한 바 있음.
특히 최근 들어 RIM의 시가총액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보면 동 사가 결국 인수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여짐. 물론 기존의 BlackBerry 애호가들은 여전히 RIM의 회복을 기대하겠지만, 실제 대다수 주주의 입장에서는 인수합병이 현재의 RIM에게는 최선책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음.
칫솔의 한마디 | RIM의 회복을 바라는 한편으로 더 이상 추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현실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입니다. 일단 RIM의 매각은 진행이 된다해도 캐나다 정부의 승인 문제도 남아 있고, 아직 RIM 이사회의 의지가 강한 만큼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단 올해 풀터치 블랙베리를 비롯해 신규 제품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블랙베리 10 이전까지 버티려 하겠지요. 하지만 RIM은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게 문제입니다. 곧 새로 선출할 CEO가 자리에 앉은 뒤 얼마나 빠르게 이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따라 RIM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타는 플랫폼에서 뛰어 내려야 한다며 위기 의식을 표면화 한 노키아의 사정과 다르진 않지만, 대응 방법 만큼은 확연히 다른 현 상황에 대해선 예측이 쉽지 않군요.
2. LTE의 주류시장 진입
조만간 스마트폰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도 LTE폰을 찾을 가능성이 높음. 美Verizon 등의 대대적인 마케팅 덕분에 LTE폰의 이점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LTE폰과 기존 3G폰의 차이점에 대해 모르면서도 LTE를 구입할 소비자들이 늘어날 전망임. AT&T 또한 내년 중 LTE 시장 진출을 강화할 계획임. 동 사는 이미 LTE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데, 커버리지 확충사업이 완료되는 즉시 대규모의 LTE 캠페인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됨.
여전히 LTE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 중 하나는 배터리 소모량이 많아 장시간 외부에서 사용 시 일찍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점. 하지만 복수의 셀룰러 표준을 동시 지원하는 통합 3G/LTE 칩셋을 탑재한 보다 효과적인 제품설계로 배터리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LTE폰도 출시될 전망임.
Verizon에 따르면 내년 동 사가 출시할 스마트폰 대부분이 LTE를 지원할 전망임. AT&T의 제품군 역시 LTE가 상당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며, Sprint 또한 내년 중 LTE망을 구축한 후 하반기에 15종의 LTE폰을 출시할 계획임. 아울러 의료장비, 차량, 화상감시시스템 등에서도 LTE가 활용될 수 있음. 美 이통사들은 이미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LTE망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음.
칫솔의 한마디 | 북미나 우리나라나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3사 모두 본격적인 LTE 경쟁 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에 올해 LTE가 주력 데이터 망으로 자리 잡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특히 3사 모두 상반기 안에 LTE 전국망 구축을 목표로 하는 데다, 단말기도 LTE 위주로만 공급할 것으로 보여 LTE 가입자는 빠르게 늘 것입니다. 하지만 비싼 요금제, 부족한 데이터 용량 등 이용자의 불만에 이통사들이 대응 방법이 도마에 오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 서비스에 대한 경쟁은 하지 않고 브랜드 경쟁만 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 이용자들이 좀더 냉정해져야 할 것 같군요.
3. 윈도폰의 도전
현재로서는 MS의 윈도폰 OS가 시장에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것이 사실. MS는 지난 한해 동안 이통시장에서 고전했지만 내년에는 이를 만회하기를 기대하고 있음. 특히 내년 초 개최될 예정인 CES2012 행사에서 메이저 단말 제조업체인 노키아를 선두로 다양한 윈도폰을 소개할 계획임.
美 T-Mobile의 Lumia 710 출시 결정 소식은 다소 실망을 가져오긴 했지만, AT&T는 이보다 한 단계 상위 기종인 Lumia 800 LTE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됨. MS는 향후 수개월 이내 이통사들의 윈도폰 지원이 강화될 뿐 아니라 지난 해 일회성 행사에 그쳤던 마케팅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음. MS는 또 차기 윈도폰 업데이트 버전인 Tango와 LTE 지원도 서둘러 진행할 필요가 있음.
대다수 단말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폰에 전념하고 있는 동안 노키아에서는 최초의 플래그십 윈도폰의 출시를 준비 중인데 이는 Lumia 800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상위 기종이 될 여러 단말의 형태가 될 예정임. 특히 이 중 최상위 기종이 기대 이상의 UX을 제시하며 결국 소비자들을 윈도폰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할 가능성이 있음.
칫솔의 한마디 | 우리나라도 노키아 루미아 710을 시작으로 윈도폰이 출시되었지만, 실제 얼마나 선전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내에서는 약한 노키아의 인지도는 걸림돌이라기보다 가격 정책이 우선시 되는 버스폰 시장에서 얼마나 많이 보급될지 아직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한 개의 단말과 한 곳의 이통사를 통해서만 출시되고 있어 초반 추진력이 약한 것도 사실이고요. 물론 삼성과 LG가 윈도폰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한데, 이렇게 이통사를 포함한 시장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언제쯤 윈도폰을 낼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기대 이상의 UX보다 특이한 국내 시장의 적응력부터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군요.
4. 특허전에서 구글의 반격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인수 작업을 완료하는 즉시 모토로라가 보유한 방대한 특허권을 동원해 애플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시작할 수 있음.
구글은 현재까지는 애플을 상대적으로 직접 공격에 나서는 대신 안드로이드 단말 협력업체들에게 간접적인 지지를 해왔음. 최근에는 HTC의 대(對) 애플 특허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자사가 소유하고 있는 특허를 라이센싱 해주며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임. 모바일 업계가 더욱 더 소송공방에 휘말림에 따라 구글도 보다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 구글은 향후 애플을 직접 제소할 수도 있지만 협력업체들에게 특허권 등의 형태로 자원해줄 가능성이 더 높음.
하지만 대부분의 메이저 업체가 각각의 법원판결에 대해 항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임. 지난 12월20일에는 국제무역위원회(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에서 애플이 HTC를 상대로 승소한 바 있지만 이 판결내용 또한 애플에게 제한적인 권리만 인정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분쟁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음. 이와 동시에 애플과 삼성전자가 서로 상대업체의 제품을 판매금지 요청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법정소송이 이어질 전망임. 특히 소송 중 합의를 통해 소송을 취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
칫솔의 한마디 |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랬지만, 이 바닥은 말리는 이는 없는 것 같군요. 그냥 연말까지 승패나 따져봅시다.
5. 태블릿 시장에서 iPad의 독주에 제동
올해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곤 안드로이드 태블릿 출시에 나선 대다수 업체들의 시도가 실패에 그친 점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음. 태블릿 전용 안드로이드 OS로 설계된 Honeycomb을 탑재한 첫 단말로 Verizon이 출시한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Xoom은 시장에서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결국 모토로라 모빌리티와 Verizon은 차기 태블릿 제품을 Xyboard라고 명명하기로 결정했을 정도임.
물론 안드로이드 진영이 태블릿 시장에서 부진했던 것만은 아님. 아마존이 약 200달러에 출시한 Kindle Fire는 애플을 제외한 다른 업체에서 출시한 모든 태블릿 중 처음으로 애플에 못지 않은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음. 이러한 성장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며 다른 업체들도 아마존의 사례를 참고해 가격 인하 등을 내세워 iPad는 따라잡기 어려울지라도 2위 자리를 목표로 신모델을 개발할 것으로 전망됨.
특히 태블릿과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OS를 단일화한 ICS(Ice Cream Sandwich) 버전을 탑재한 태블릿이 출시되면 마침내 이 중에서 iPad의 진정한 대항마가 나올 가능성이 높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태블릿 브랜드들 중에서 HP의 태블릿 TouchPad가 판매부진으로 인해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재고처분을 해야 했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도 있음.
칫솔의 한마디 | 사실 킨들 파이어가 안드로이드 OS를 썼어도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분류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걸 잘 알 겁니다. 그건 그냥 아마존 태블릿이지요. 다만 킨들 파이어는 싼 값과 컨텐츠라는 두 가지 힌트를 안드로이드 패드 진영에 알려줬습니다. ICS를 올리는 것으로는 그 무엇의 대항마는 쉽게 나오지는 않겠지만, 값이라도 잡으면 조금은 희망이 있겠지요. 컨텐츠까지 접목하면 더욱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하드웨어와 플랫폼만 갖고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쉽게 해결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더구나 올해 아이패드3가 나온다면 대항마라 부르는 제품들에 대한 눈높이는 더욱 높아져 고전이 예상될 수밖에 없겠죠. 맨 마지막에 언급된 것처럼 터치패드와 같은 재고떨이와 같은 전철을 밟을 패드들도 쏟아져 나올 텐데, 그것이 오히려 안드로이드 패드 시장을 확대하는 데 기여를 할지도 모르겠네요.
폰이 너무 LTE폰 위주로 나오는게 상당히 불만스럽군요.
소비자들이 제 값 주고 스마트폰을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죠. ㅜ.ㅜ
개인적으로 LTE자체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큰 LTE의 문제는 가격이겠죠~
만약, 3G와 같은 가격에 같은 조건이라면…
망이 안정화되지 않아도 불평없이 안정화될때까지 사용해줄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런 조건은 주주들이 싫어하니까. ^^
윈도우폰… 상당히 기대가 되지만 그만큼 걱정도 큽니다..
아무리 마소의 최척화가 대단하다고는 해도
일정 이상으로 하드웨어의 한계들 뛰어넘기는 어렵죠..
인터넷속도나 퍼포먼스 등은 왠만한 폰들에게도 밀리지 않는데
그리고 서드파티앱의 부재 등의 문제도 있고요
써드파티 앱은 금세 따라 올겁니다. 단지 시장의 움직임이 문제죠. 특히 국내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 없이 시장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저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부모님께 아잉패드2를 사드렸는데
확실히 잘 만들은 물건이라는 느낌이 퐉퐉 들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아이패드2 대항마 이러는건 좀 우습게도 느껴지고 그렇더군요.
아무튼… KT LTE의 막장 스토리라던가 여러가지를 보고 있노라면.. 2012년 한해도 희망이 없어 보이기도 하구요 ㅠ.ㅠ
애교 섞인 선물이군요. 아잉패드2~ ^^ 대항마는 아니지만, 아무튼 시장을 따로 만들 물건들은 계속 나올 겁니다. 잘 만든 제품들, 값싼 제품들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