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PC와 프린터 사업부를 통합한 PPS 사업부로 재편한 이후 어느 정도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가라 앉는 듯한 모습이다. 세계 PC 출하량 면에서 레노버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지난 1년 역성장을 거듭하며 부정적인 전망의 중심에 선 것과 다르게 지난 동기 대비 1.5% 상승(가트너 인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개인용 PC 시장에 비해 3~6개월 정도 느리게 반응하는 기업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 들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HP 내부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PPS 사업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10월 23일 서울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진행했던 HP의 기업용 PC 및 프린터 신제품을 동시에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회복되고 있는 시장 상황에 대한 기대를 품은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기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 HP는 BYOD처럼 최근 기업 PC 시장에서 요구하는 흐름을 반영한 제품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해왔다. 기본적인 보안과 내구성이라는 기본 위에 이용자가 사무실을 벗어나 이동하며 쓰는 환경에서도 쓸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고민을 해왔고 이날 그에 맞는 제품들을 선보인 것이다.
이날 한국 HP가 공개한 기업용 제품은 HP 엘리트북 800 시리즈 3가지와 프로북 600 시리즈 2가지, 그리고 프로북 400 시리즈 3가지 등 모두 8가지의 기업용 PC와 HP 레이저젯 엔터프라이즈 800 시리즈 프린터 및 복합기 4가지다. 노트북과 복합기들은 이동성을 보강하고 다양한 장치의 연결을 쉽게 할 수 기능을 보강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방성 내구성 표준인증인 MIL-STD810G의 9개 시험 항목을 통과 엘리트북 800 시리즈를 포함해 HP가 선보인 새로운 기업용 PC 제품군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만듦새다. 이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종전 모델의 부피는 40~60%, 무게는 28% 이상 대폭 줄였으면서도 성능은 유지했다. 또한 강화 마그네슘 또는 유리 섬유로 만들어진 덮개의 질감을 살리는 강화처리 페인트를 포함한 4겹의 도장처리로 견고하게 만들었다. 모두 인텔 4세대 프로세서로 성능을 강화했고, 프로북 600 시리즈는 이동성 뿐만 아니라 시리얼 단자 같은 레거시 포트도 지원해 특수 환경에서도 쓸 수 있는 조건을 채웠다.
여기에 HP 슈어스타트 기술을 적용해 바이오스가 악성 코드와 보안 공격을 받게 되면 이를 감지해 복원한다. 바이오스의 비정상적인 변경 사항을 즉각 감지한 뒤 30초 안에 손상된 바이오스 부트 블록을 복구하는 HP 슈어스타트 크라이시스 리커버리도 담아 시스템의 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민감한 정보와 자료를 안전하게 전달하고 열어봐야 할 때 이용할 수 있는 HP 트러스트 서클 서비스와 외부에서도 빠른 네트워크를 통해 작업할 수 있도록 모든 기업용 HP 노트북은 4G LTE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기업용 복합기는 문서의 흐름을 따라 스캔과 인쇄를 하는 플로우 개념에 맞게 기능을 더했는데, 이러한 플로우 복합기는 이동 장치에 더 최적화했다. 이제는 기업 이용자가 프린터 또는 복합기에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무선 프린팅을 하거나 연결을 쉽게 할 수 있는 기능을 더했다. 이미 아이폰의 에어프린팅 지원에 이어 NFC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폰을 복합기에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인쇄 설정을 끝낸다. 다만 안드로이드는 운영체제 상에서 NFC 프린팅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4.4부터 지원될 예정이다. 이러한 프린팅이 없는 레이저 프린터나 복합기를 위한 젯다이렉트 어댑터도 선보였다. 새로운 복합기들은 양면을 한번에 스캔하는 기능도 포함했다.
한국 HP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이동성에 쏠려 있는 것을 무척 걱정하면서도 이날 발표한 기업용 제품들이 HP의 이익을 회복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HP의 송재원 상무는 “올 4분기 전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에는 단순히 싼 가격만 보는 게 아니라 내구성과 보안성을 꼼꼼히 따져 구매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을 볼 때 이익 측면에서 더 낫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한 500인 이상 대기업에서 20~2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에서 HP의 기업용 PC와 프린터 제품군을 많이 구매하면서 향후 윈도 8.1으로 이동할 채비를 하는 것도 앞으로 이익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용 PC 시장이 다른 부문보다 움직임이 더딘 시장이어서 쉽게 낙관할 수 없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날 발표한 신제품들이 기업 고객이 원하는 기능과 성능, 만듦새까지 갖춘 것으로 판단, 기업들의 고민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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