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새로운 맥북을 발표하기 한참 전인 지난 해 컴퓨텍스에서 에이수스는 그에 못지 않은 제품을 먼저 공개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태블릿과 노트북의 두 가지 기능을 담은 투인원(2-in-1) 컨셉을 강력하게 밀고 있던 인텔은 에이수스에게 코어M의 첫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고 에이수스는 비록 시제품이었으나 그 컨셉을 한방에 말해주는 트랜스포머북 T300 치(Chi)를 공개했다. 비록 인텔의 브로드웰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어 예상된 때에 제품을 내놓지 못한 탓에 우리나라의 데뷔 시기가 기약없이 미뤄지긴 했어도 공개 당시의 투인원의 기준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할 정도였다.
그렇게 잊혀지고 있던 트랜스포머 T300 치의 국내 출시를 확인한 것은 곧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컴퓨텍스2015를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에이수스 코리아가 공개한 2015년 상반기 신제품 목록에서다. 에이수스 코리아는 4월 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2015년 상반기에 주력으로 내세울 투인원 제품인 트랜스포머북 치 시리즈 3가지와 노트북 1가지 등 모두 4가지 모바일 제품의 면면을 공개하면서 T300 치도 포함된 것이다. 단지 지난 해 첫 공개 때와 달라진 한가지를 꼽자면 더 이상 유일한 관심사가 아니라는 점일 뿐이다.
에이수스의 세 가지 투인원 제품은 모두 화면부와 키보드가 분리되는 트랜스포머북 치(Chi, ‘치’는 기의 영어 발음) 시리즈다. 화면부만 떼어 태블릿으로 쓸 수 있고, 키보드를 붙이면 노트북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이다. 투인원의 숙제는 태블릿의 기능성과 노트북의 생산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양쪽의 사용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까닭에 일반 노트북보다 더 조건이 까다롭다. 에이수스는 트랜스포머북 치 시리즈에서 두 사용성을 모두 잡기 위해 태블릿 모드와 노트북 모드에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장점을 살리는 데 집중한 인상이다.
태블릿 모드에서 선택한 것은 본체를 얇고 가볍게, 노트북 모드는 키보드의 편의성을 좀더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12.5인치 화면의 트랜스포머북 T300 치의 최대 두께는 7.6mm, 무게는 720g이다. 10.1인치 화면의 T100 치는 7.2mm에 520g, 8.9인치의 T90 치는 7.5mm 400g에 불과하다. 다만 키보드를 붙이면 이보다 무거워 지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T90 치는 키보드를 포함해도 750g에 불과하고 T100 치는 1.07kg, T300 치는 1.45kg이다. 여기에 트랜스포머북 치를 쉽게 붙이고 뗄 수 있도록 자석식으로 만든 분리형 키보드의 키감도 제법이다. 8.9인치 화면 크기의 작은 트랜스포머북 T90 치의 키보드는 여느 노트북 키보드보다 작고 좁지만, 되도록 키팁을 키워 자판을 두드리는 느낌이 의외로 좋다. 과거 에이수스의 넷북 키보드에서 불쾌한 경험을 쌓았던 이들이 이 키보드를 본다면 조금은 반가울 지도 모를 일이다.
화면 크기가 다른 만큼 본체의 크기와 무게도 제각각 다를 뿐만 아니라 각 제품이 지향하는 대상도 다르다. T300 치는 좀더 고성능 투인원 제품을 원하는 이용자를 겨냥하고 있다. 12.5인치 풀HD 화면과 코어M 5Y71 또는 5Y10에 8GB 램과 128GB SSD를 담고 64비트 윈도 8.1을 얹었다. 10.1인치 풀HD 화면과 8.9인치 WXGA(1280×800)을 쓴 T100 치와 T90 치는 아톰 Z3775와 2GB램, 64GB emmc 등 기본 제원도 비슷하고 윈도 8.1 빙 버전을 올린 것도 같지만, T90 치만 USB 3.0 단자를 넣지 않았다. 가격은 T300 치 99만9천원, T100 치가 59만 9천원, T90 치는 49만9천원이다.
트랜스포머북 치 시리즈가 에이수스의 투인원 전략을 완성시킬 신무기라면 젠북 UX305는 새로운 맥북처럼 코어M을 쓰는 노트북을 모두 잡을 비밀 무기로 내세운 전략 제품이다. 1.2kg의 무게는 비슷한 제품군과 경쟁에서 다소 처지는 부분이나 12.3mm의 두께와 다이아몬드 커팅 기법으로 다듬은 테두리의 완성도는 밀리지 않는다. 머릿결 문양을 새겨 넣은 덮개의 밋밋함도 없는 데다 합금 재질이라 강한 긁힘에도 흔적을 쉽게 남기지 않는다.
젠북 UX305의 화면 크기는 13.3인치지만, 풀HD(1920,1080)와 QHD+(3200×1800) 두 가지 해상도 중 일단 풀HD 모델부터 먼저 출시한다. 또한 모델에 따라 프로세서는 코어M 5Y71과 5Y10, 램은 4GB 또는 8GB, SSD 역시 128GB와 256GB로 나뉜다. 노트북을 얇게 만들면서 단자를 줄이려는 것과 반대로 젠북 UX305는 USB 3.0 A타입 단자를 3개로 늘렸다. 운영체제는 윈도 8.1 64비트 버전을 실었고 배터리는 한번 충전으로 10시간 동안 쓸 수 있다.
에이수스는 UX305의 가격을 89만 9천원(램 4GB, 128GB SSD)으로 정했다. 저장 공간이나 램이 다소 적은 게 좀 걸리긴 해도 작심하고 내놓은 가격으로 읽힌다. 비싼 코어M 노트북들을 내놓은 제조사들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게 된 것. 이것이 코어M 기반 노트북 시장의 전쟁을 부추기는 제품이 될지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괜찮은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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