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좀 흔하게 보이는 터치스크린 PC가 일반 시장에 제품화되어 나온 때는 언제일까요? 5년 전? 10년 전?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잘 보이지 않던 터치 기술이 요즘 갑자기 보이니까 요 근래라고 생각하겠지만, 터치스크린 PC는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IBM PC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1983년에 터치스크린 PC가 이미 나왔다는 것이지요.
그 때 나왔던 여러 터치스크린 PC 가운데 하나가 HP-150입니다. 이 모델은 최초 제품은 아닌 초기 터치스크린 PC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독일에서 열린 HP의 여러 세부 행사 가운데 신형 터치스마트 PC를 소개하는 자리에 그 실물을 전시해 놓은 터라 절로 관심이 가더군요. 지금은 작동하진 않지만 HP 터치스마트 PC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PC였다는 점에서 꽤 흥미를 끌어냈습니다.
유투브를 뒤져보니 위와 같은 동영상이 있더군요. 어느 방송인지는 모르지만, HP가 사명을 바꾸기 이전 이름인 휴렛팩커드 시절의 PC 사업부에서 만든 HP-150을 소개하고 PC 기술이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키보드 없이 PC를 다루는 터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25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키보드를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것을 보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수많은 이들의 경험과 사용성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그 기술이 꾸준히 소비자의 사용성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기에 소비자가 원하는 접점을 찾고 더 좋은 UI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겠죠.
다시 25년 전으로 돌아가 당시 나왔던 HP-150을 살펴보죠. HP 150은 작은 화면을 담은 일체형 PC였습니다. 스타일만 보면 당시 나왔던 매킨토시와 비슷합니다. 22.9cm(9인치) 소니 CRT 화면 주변에 적외선 신호기과 검출기를 넣어 화면 위에 닿은 불투명한 물체의 위치를 찾아내는 독특한 시스템이었지요. 화면 자체를 누르는 게 아니다보니 터치스크린이라고 명백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화면을 통한 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터치스크린이라도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네요.
HP-150은 8MHz 클럭으로 작동하는 인텔 8088 16비트 CPU와 256KB의 디램(최대 640KB까지 확장)을 썼는데, 당시 4.77MHz를 쓰던 대부분의 IBM PC보다는 더 빠른 제품이었습니다. 허나 8087 코프로세서 (co-process)는 쓰지 못했다더군요. 운영체제는 이 PC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 MS 도스(2.01, 2.11, 3.20)였습니다. 270KB 플로피 디스켓 드라이브 2개를 달고 있었고, 프린터를 내장하고 있었습니다. 하드디스크 옵션을 가진 ‘터치스크린 맥스’라는 모델도 있었고요. 출시 당시의 값은 2천795달러였습니다.
이듬해에는 HP-150II가 150의 자리를 대체했는데, 터치스크린을 기본 기능에서 제외하고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화면은 12인치로 커졌고 내장 프린터는 없앴지요. HP 150에서는 쓰지 못했던 코-프로세서도 꽂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쩌면 HP-150II를 좀더 대중적인 모델로 내놓았던 게 아닐까 합니다.
25년 전 HP-150은 최고의 기술을 가진 PC였을 테지만, 지금 나온 터치스크린 PC와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HP의 터치스마트 PC는 화면은 커졌고, 두께는 얇아졌고, 속도는 빨라졌고, 틀은 세련미를 갖췄고, UI는 화려해졌습니다. 운영체제도 변했고요. 사무실에서 집으로, 업무용에서 엔터테인먼트용으로 바뀐 장소와 이용 목적이 바뀌었고 여기에 맞춰 기능이나 성능, 디자인 등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허나 키보드와 마우스에 맞춘 UI는 25년 동안 쉽게 변하지 않았고 터치스크린 PC는 그 벽을 깨는 데 시간을 쏟아야 했습니다. HP의 0세대 터치스크린 PC에서 1세대와 2세대 터치스마트 PC가 나올 때까지 25년 동안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아성을 깨기 위해 했던 돌팔매질 덕분에 이제야 그 아성에 금이 좀 간 듯한 느낌이랄까요? 덕분에 터치스크린 PC도 이제야 한 번쯤 돌아볼만한 상품이 되어 가는 듯 싶습니다. 25년 전 HP 시도는 ‘삽질’, 아니 헛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신기한데요? ㅎㅎ 역시 HP는 그 역사부터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군요~
세상이 망할 때 맨 끝까지 살아남는 3대 기업 중 하나가 HP라니까요. 그만큼 많은 기술을 쌓아 역사를 만드는 기업은 쉽게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25년 전에도 PC의 OS는 MS였다는 것도 참 놀라운 일이지요.;;
네.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PC는 바뀌어도 한 회사의 운영체제를 써오고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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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왔던것도 꽤 이뻤는데..더 좋은게 나왔군요.
오우~ 작년 게 어떻게 생긴… ㅎㅎ 벌써 잊었습니다. 이번 제품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 싶네요.
25년전에 이런 게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군요^^
사실 25년 전이라면… 터치스크린이 나왔을 거라고는 상상이 안되죠. ^^
터치스크린도 압력감지을 제공하나요?
(이런..;;)
어떤 기술을 쓰느냐의 차이지요. 이 제품은 압력 감지를 느끼지는 않아요. ^^
현재도 터치스크린에 적외선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많으니 터치스크린이 아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저도 동의합니다. ^^
안녕하세요. 신개념 디스플레이를 연재하는 디스플레이 연구소 기획그룹에 김대영 차장입니다. 지난번 ‘돌돌 말아서 들고 다니는 전자종이를 아시나요?’ 편에 이어 오늘은 터치 디스플레이(Touch Display, Touch Screen, Touch Panel)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터치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상상해보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이 허공에 띄운 3차원 영상을 손으로 움직이는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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