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비트 비스타에서 32비트 XP가 돌아갑니다


늦었지만, 모두 복 받는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


지난 번에 비스타 64비트 버전을 깔았습니다라는 글로 64비트 비스타 입문을 신고했습니다. 윈도 XP를 쓰던 시스템에 64비트 비스타를 깔고 윈도 XP와 섞어서 쓸 생각이었는데, 날이 지날수록 비스타를 쓰는 시간이 점점 늘더군요. 필요할 때마다 윈도 XP로 재부팅해서 써왔지만, 비스타에서 작업 중에 간단한 작업을 하러 윈도 XP를 띄운다는 게 이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비스타에서 안되는 게 있으니 어쩌겠습니까. 지금 32비트든 64비트든 비스타는 윈도 XP에 대한 호환성은 별로입니다. 때문에 아직 비스타를 쓰는 건 시기 상조라는 말도 있고, 이참에 MS 독점을 무너뜨리자는 과격한 주장들도 들립니다. 비스타를 쓰고 있기에 그런 주장을 반박하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가면서 묵묵히 비스타를 쓰는 이용자들에게는 좀더 실효성 있는 정보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노파심이 지나친 것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지나치게 이용자를 보호하는 – 사실 이용자가 아닌 비스타 자체를 보호하려는 느낌도 강합니다만 – 비스타는 윈도 XP만큼 아무렇게나(?) 쓸 수는 없습니다. 액티브 X가 됐든 다른 무엇이 됐든 이전처럼 쓰려면 윈도 XP를 써야만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답입니다. 저처럼 두 가지를 모두 깔면 문제는 해결된 듯 보이지만, 재부팅 과정을 거치는 게 귀찮아진 지금은 이것도 불편하고 불평을 늘어 놓고 있습니다. 더구나 64비트 비스타를 쓰는 이들은 더더욱 32비트 윈도 XP가 간절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딱 한 가지 방법은 가상 머신 소프트웨어를 쓰는 것 뿐인데, VM웨어와 버추얼 PC 2004는 모든 버전의 비스타에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제품 홈페이지에 가봤지만 언제쯤 새 버전 내놓는다는 이야기도 없더군요. 그래서 당분간 불편을 무릅쓰고 재부팅을 감수하려다가 왠지 모를 오기가 발동해 구글을 뒤적거리던 중에 비스타에서 돌아가는 가상 머신인 ‘버추얼 PC 2007 베타 RC1’을 찾았습니다.



버추얼 PC 2007 베타 RC1은 마이크로소프트 커넥트 홈(http://connect.microsoft.com/)에서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이 페이지 역시 액티브 X 컨트롤을 이용한 다운로드 창이 뜨기 때문에 비스타에서 다운로드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저도 XP에서 받아 비스타에 깔았습니다. 참고로 제가 링크를 걸면 불법이므로 필요하신 분들은 직접 받으시기 바랍니다. 날짜 제한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나중에 확인해보겠습니다.


여기서 64비트 버추얼 PC 2007 베타를 다운로드해 깔았습니다. 에러 없이 깔끔하게 깔리더군요. 이제까지 64비트 비스타에 깔았던 프로그램 중에 가장 군소리 없이 깔린 듯 합니다. ^^



프로그램을 다 깔고 필요한 세팅을 했습니다. 램이 2GB였기에 가상 머신으로 512MB를 할당하고 하드디스크도 30GB쯤 나눴습니다. 너무 많다 싶긴 한데 혹시 몰라서 여유 있게 잡아줬고요.  이렇게 세팅된 가상 머신을 실행하고 바이오스에서 부팅 우선 순위에 CD 드라이브를 두었습니다. 윈도 XP CD를 넣고 부팅을 해야 했으니까요.


윈도 XP CD로 부팅이 되면서 윈도 설치에 필요한 과정들이 흘러갔습니다. 윈도XP는 에러 없이 깔렸고 정상적으로 부팅했습니다. 단지 네트워크가 안잡혔다는 거. 이는 버추얼 PC 2007 설정에서 네트워크 항목을 열어 비스타가 잡은 하드웨어 랜 장치를 잡지마시고 NAT로 잡아주면 해결됩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열어서 국민은행에 들어가 액티브 X 컨트롤 깔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해봤습니다. 윈도 XP니까 군말없이 잘되네요. ^^ 파일 다운로드도 이상 없이 잘 됐습니다. 아래 이미지의 오른쪽 아래에 국민은행 보안 프로그램이 떠 있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버추얼 PC 2007로 비스타 안에서 윈도 XP 띄우는 데 40여초 정도 걸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상 머신의 부팅 속도 치고는 괜찮다고 여깁니다. 또한 윈도 XP가 떠 있는 버추얼 PC 창을 닫으면 그 상태로 세이브되니까 부팅하는 시간이 거의 안 들어서 좋기도 하고요. 그 상태를 저장하면서 닫으면 버추얼 PC에 할당한 램을 잡아 먹지 않기 때문에 부담도 거의 없습니다. 원래 상태로 복구할 때는 이전에 할당해 준 램을 다시 가져가긴 합니다만 이건 감수해야 할 문제겠죠.


USB 장치 연결 같은 것을 가상 머신 속 윈도 XP에서 하기 어렵거나 못하는 것 외에는 간간히 쓸만할 것 같습니다. 또한 추가 설치 옵션을 눌러 몇몇 파일을 깔면 비스타 폴더를 네트워크 형태로 공유해서 읽거나 저장할 수 있습니다. 가상 머신의 XP에서 다운로드한 파일을 바로 비스타에서도 볼 수 있더군요. 비스타 작업을 한창 하다가 윈도 XP로 가기 위한 재부팅은 당분간 안해도 되는 것만으로 만족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걸 두고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전 좀더 편한 임시 방편을 찾다가 여기까지 온겁니다만, 앞으로 비스타 자체가 이같은 가상 머신을 쓰지 않고 쓸 수 있는 날이 와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깁니다. 더구나 베타 버전이라 불안정한 부분도 있으므로 완전히 믿지는 마세요. 비스타를 쓰다가 혹 윈도 XP 때문에 편두통약을 먹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차원의 참고 자료 정도로만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렇게까지 해가며 64비트를 고집해야 하는지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지만, 그저 몸(64비트 시스템)에 맞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32비트라는 액세서리(프로그램)도 그런 대로 어울리지만, 언젠가는 찰떡궁합처럼 어울리는 64비트 액세서리도 나와 줄거라 믿으면서요. 그 때까지는 이런 방법으로 즐겨보렵니다. ^^


그런데 이 글을 쓰다가 찜통에 찌고 있던 호빵을 태웠네요. 냉장고에 먹을 게 있을까나… -.ㅡa


추가 글 :  아.. 글을 쓴 시점이 설 전이어서 몰랐는데, 어제부로 버추얼 PC 2007 정식 버전이 나왔습니다. http://www.microsoft.com/downloads/details.aspx?FamilyID=04d26402-3199-48a3-afa2-2dc0b40a73b6&DisplayLang=en 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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