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치 스마트패드 제조사는 어떤 선택이 남았을까?

지금까지 7인치 스마트 패드의 무용론이 쏟아졌지만, 흥미롭게도 끊임없이 이 크기의 스마트 패드(태블릿)는 계속 쏟아졌다. 맨 처음 나왔던 갤럭시탭 뿐만 아니라 HTC 플라이어, 블랙베리 플레이북, 킨들 파이어 등도 모두 7인치 제품이었고, 갤럭시탭2와 갤럭시탭 7.7, 그밖의 미디어 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여러 7인치 대 제품들이 시중에 돌고 있다. 이쯤되면 쓸모 없을 거라는 수많은 7인치 스마트패드의 무용론이 좀 머쓱해질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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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무용론이 나온 배경에는 첫 단추를 꿴 갤럭시탭이 자리 잡고 있다. 7인치라는 크기의 접근보다 구글이 패드를 위해 만든 운영체제를 쓰지 않은, 단지 커진 스마트폰일 뿐 패드로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사실 당시 출시 상황을 감안하면 그 비판이 아주 틀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애초에 큰 화면에 맞춰 설계된 운영체제가 아니다보니 UI나 여러 구성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더구나 구글도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을 위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나선 상황이라 7인치 안드로이드 패드는 논란이 가열된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7인치 패드의 크기와 운영체제만으로 경쟁력이 있고 없음을 따지기란 무리라는 것을 지금 시점에서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7인치 대 패드는 휴대성이 좋으면서 스마트폰보다는 보기 편한 장점이 있으나 이것을 유일한 장점으로 밀어부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7인치가 됐든 그 이상의 크기가 되었든 간에 화면의 크기에 맞는 경쟁력이란 게 하드웨어와 운영체제의 조건만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마존이 킨들 파이어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킨들 파이어가 나오기 전으로 돌아가 처음 나왔던 갤럭시탭은 하드웨어 만큼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큰 화면을 가진 휴대성과 다양한 미디어 소비 능력은 나름 인정받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7인치 패드의 사용성에 중심을 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확장적 개념에서 접근했다. 통화 기능이 그랬고 이통사를 통한 판매가 그랬다. 이것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으로 스마트폰만큼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더불어 패드 형태의 장치에서 활용도를 높일 만한 다른 장치가 부족했고, 초기 접근 비용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RIM의 블랙베리는 미디어의 소비보다 생산적인 업무를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듀얼 코어로 뛰어난 멀티 태스킹 성능을 지녔음에도 블랙베리와 연동해야 하는 제한된 이용 환경과 초기 접근 비용이 높고, 너무 적은 응용 프로그램 등 플레이북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갤럭시탭이나 블랙베리는 하드웨어 성능에 비해 그 활용성을 명확하게 할 만한 방향성이 부족하고 처음부터 가격적 부담이 컸다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이에 비해 킨들 파이어가 다른 패드와 비교해 특별히 나은 점은 없다. 제원을 봐도 아주 우월한 것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나 GPS 조차 없다. 운영체제는 진저브레드다. 하지만 불과 반년도 되지 않은 지금 가장 성공한 7인치 패드의 상징이 됐다. 아마 전체 패드 시장으로 확대해봐도 아이패드 이후 이처럼 성공한 패드는 드물 것이다. 킨들 파이어는 단순히 하드웨어나 운영체제가 아니라 컨텐츠 소비에 얼마나 초점을 맞추고 단말기의 성격을 정해버렸다. 즉, 아마존은 하드웨어를 강조하지 않고 그것을 소비하는 방법을 단순화했기 때문에 그 이외의 것들을 애써 신경쓰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199달러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가격은 물론 킨들 파이어를 산 이용자는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해 손쉽게 도서 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응용 프로그램 등 각종 컨텐츠에 접근할 수 있었고, UI도 컨텐츠 성격에 맞게 상점을 모두 분리해 넣은 터라 다루기 쉽게 만들었다. 뛰어난 하드웨어도 아니고 최신 운영체제도 아니지만, 소비할 만한 풍부한 컨텐츠를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값싼 하드웨어는 큰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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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게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아마존은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하는 연장선에서 킨들 파이어를 내놓았으므로 그 목적성은 뚜렷하지만, 하드웨어 제조사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대부분 컨텐츠와 가까운 편은 아니기 때문에 아마존과 같은 방식으로 7인치 패드를 내놓을 수는 없고 같은 길을 갈 수도 없다. 이들도 컨텐츠 경쟁력을 알고 있으므로 지속적인 제휴를 통해 더 많은 컨텐츠를 모아서 서비스하겠지만, 그것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경쟁력 높은 하드웨어와 다양한 기능으로 승부를 걸려고 한다. 컨텐츠 소비가 목적이 아닌, 직접 시스템을 꾸미고, 원하는 컨텐츠와 앱을 즐기는 개인화된 환경을 더 중요시하는 이용자들도 있으므로 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하드웨어와 기능으로 경쟁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화면이나 AP, 배터리 등 전체적인 제조 단자가 낮아지고 있어 7인치 대의 고성능 스마트 패드는 그리 머지 않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쿼드코어 스마트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화두가 되었듯 스마트 패드도 같은 상황을 맞이할 테니 말이다. 이미 CES에서 엔비디아는 아수스와 함께 249달러 짜리 7인치 쿼드코어 패드를 발표했고, ZTE도 7인치 대 쿼드코어 제품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구글도 제휴를 통해 200달러 대 레퍼런스 패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만큼 7인치 패드 시장의 경쟁은 앞으로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7인치 패드의 보급이 늘어나면 그동안 관심 밖에 머물러 있던 컨텐츠 업체의 움직임이 좀더 활발해지겠지만, 어찌됐든 컨텐츠가 부족한 제조사들은 지금 킨들 파이어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는 고성능 하드웨어로 차별화하는 것 이외의 선택은 그리 많은 상황은 아닌 듯 보인다. 때문에 지금 스마트 패드 제조사들은 벼랑 끝에서 서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큰 이익을 포기한 채 배수의 진을 치고 승부를 걸거나 그냥 벼랑 끝으로 던져 버리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 말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8 Comments

  1. 2012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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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탭 7.7 LTE…
    정말 괜찮더라고요.

    요즘 스마트폰 2대씩 사용하는 분들 계신데…
    그런 분들에게 추천할만큼 7인치의 매력을 갖고 있는 스마트폰(태블릿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칫솔
      2012년 5월 7일
      Reply

      매력적이긴 크기이긴 한데, 역시 컨텐츠가 관건 아닐지…

  2. 2012년 5월 3일
    Reply

    7인치 제품도 상당히 메리트가 있어보입니다..
    핸드폰으로는 큰 화면의 영상을 보기엔 무리가 있고.. 10인치 태블릿은 휴대가 불편하죠..
    이동하면서 인강이나 영화등의 영상을 즐기기엔 7인치가 괜찮은 거 같아요..

    • 칫솔
      2012년 5월 7일
      Reply

      네. 7인치가 의외로 쓸모도 있고 고품질 제품이 저가 시장으로 내려가면서 좀더 경쟁력을 확보하는 듯 합니다만, 역시 문제는 컨텐츠가 아닌가 싶네요. ^^

  3. 2012년 5월 6일
    Reply

    점점 기기들이 커지는 추세라..
    스마트 폰으로 10인치 짜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망상까지 하게 되네요 ㅋ

    아참.. TC1100용으로 SSD하려니 64GB는 이제 안보이고
    32GB만 남아서 이걸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고민하게 되네요 ㅠ.ㅠ

    • 칫솔
      2012년 5월 7일
      Reply

      머지않아 출시될 갤노트 10.1에 전화기능도 들어갈 겁니다. TC1100용 64GB SSD는 아람전자로 문의해보심 될 것 같아요.

  4. 뿡뿡이
    2012년 5월 31일
    Reply

    갤탭 사용자로써 7인치의 유용성 그것은 확실히 있지만 다만, 칫솔님 말대로 컨텐츠의 부족…아쉽죠 ㅎ 잘보았습니다 ^^

    • 칫솔
      2012년 5월 31일
      Reply

      컨텐츠 문제는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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